하룻밤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기적 혹은 원나잇스탠드다. 20세 이상 관람가인 연극 ‘극적인 하룻밤’에서 지칭하는 하룻밤은 기적보다는 원나잇스탠드에 가까워 보인다. 처음 보는 남녀가 하룻밤을 보내는 게 과연 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호기심으로 시작한 연극은 실연에 아픈 청춘남녀의 마음을 헤집으며 실연극복프로젝트에 돌입한다. 덜 아문 상처에 제 스스로 해를 가하며 방치하는 청춘에게 이제 그만 자기를 보듬으라고 연극은 말한다. 사랑할 때 찬란히 빛나던 세상은 잿빛으로 변했지만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 것! 연극을 보고 난 후 버려뒀던 자신을 따스히 안아주고 싶어진다.

정말 이런 사람이 있어?!

캐릭터의 공감은 어렵다. 그깟 연어 한 점 먹었다고 생판 처음 보는 남자에게 술을 사 달래지 않나, 노래방을 가자고 하질 않나, 게다가 이 대책 없는 여자는 남자에게 같이 자자고 한다. 여자의 화끈하다 못해 미친 제안에 남자는 어안이 벙벙하고 여자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치부하지만 그의 몸은 그녀를 거부하지 못한다. 옛 애인 결혼식에서 만난 왕찌질이 둘은 지금은 부부가 된 이들의 연인으로 함께 만난 적이 있다. 세상에 옛 애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아닌 사람과 식장으로 들어서는 그 사람의 모습을 비참히 바라본다는 건 그 어떤 참혹한 고문에 비할 바 아니다. 공감 가지 않는 이들이지만 자극적인 대사는 관객의 호기심을 절정에 이르게 한다. 노골적인 대사에 현혹된 관객은 어느새 이 말도 안 되는 두 캐릭터가 안쓰러워지기 시작한다.

육체적 감각에서 피어난 사랑

둘의 시작은 몸이었다. 몸으로부터 시작된 본능적 감각은 신체 구석구석을 깨우고 급기야 뇌까지 지배해 상대를 사랑하게 한다. 어두침침한 조명은 두 육체가 한 곳에 섞이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둘의 모습을 슬쩍 가린다. 완전히 드러내지 않아 더 야릇한 이들은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거친 남녀의 숨소리에 관객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남녀의 짐승과도 같은 몸짓에 거부감이 들지만 그럴수록 그들의 실연의 상처가 곳곳에 배치된다. 여자는 사랑을 잃었으니 이제 자신은 더는 가치 없다며 죽겠다고 덤빈다. 남자는 여자의 생사에는 관심 없다. 다만 자기가 어젯밤 쏟아낸 타액이 걱정될 뿐. 순수한 여자가 사랑하고 그 사랑을 잃게 되면 어떻게 좌절하는지를 극대화해 보여주는 연극 ‘극적인 하룻밤’의 적나라한 사실이 불편하다. 실연의 아픔에 발버둥치는 여자의 상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 그대로 무대를 둥둥 떠다닌다.

아픔은 공감을 낳는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유명한 드라마 대사가 있다. 연극 ‘극적인 하룻밤’이야말로 여자로부터 시작된 아픔이 관객에게 전도된다. 천천히 더디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이전된 아픔은 관객의 가슴을 기어코 먹먹하게 만들고 만다. 관객을 아프게 만들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는 양 관객의 가슴을 쥐어짜더니 이제 상처가 아물도록 빨간 약을 발라주겠단다. 정신없이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몸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랑의 아픔과 치유의 과정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사랑에 아픈 젊은 청춘을 무심하게 끌어안는다. 이 거칠고도 사실적인 위로가 그 어떤 따뜻한 말과 행동보다 더 진실하다. 실연의 상처에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면 연극 ‘극적인 하룻밤’을 적극 추천한다. 어느덧 당신에게도 극적인 사랑이 스멀스멀 피어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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