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보인다. 두 남자는 짙은 어둠보다 더 깊은 상념에 잠겨있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먹으로 얼룩진 포스터의 전반적 분위기가 음산하고, 심오하다. 연극이 두 남자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음은 확실하다. 둘은 서로 다른 곳을 의미심장하게 응시한다. 두 남자 사이에는 ‘덴빈’이라는 타이틀이 걸렸다. 덴빈은 ‘저울’이라는 뜻으로 일본에서 명명한 태풍이름이다. 또 실제 제 22호 태풍이기도 하다. 태풍은 세상을 흔들고 뒤집어 놓는 반면에 저울은 무게의 중심아래 균형을 잡는 것이 일반적 이미지다. 아이러니한 이름이다. 연극 ‘덴빈’은 태풍 속 두 남자의 고뇌를 담고 있다. 두 사내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에서 가치를 저울질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태풍 덴빈 소용돌이 속에서 묻는 인생의 가치와 선택 삶에 대한 새로운 저울질”이란 문구가 포스터 아래 나지막하게 적혀있다. ‘저울질한다’란 서술어 자체는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삶 속에서 피치 못하게 많은 가치들을 저울질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없다. 연극 ‘덴빈’은 인생의 가치와 선택의 저울질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 가치를 묻고 이를 창조적 무대언어로 창출한다. 또한, 상처로 물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또 다른 가치 사이에서 극적 긴장감 속에 보편적 진리를 담아냈다.

연극 ‘덴빈’은 거리극 전문예술단체 경계없는예술센터가 만든 창작극이다. 상명대학교 연극학과 이화원교수와 윤기훈 교수가 공동대표로 이끌어가는 이 단체는 관행적 공간에서 예술창작과 감상의 관행에서 벗어나 도심 속 일상 공간으로 뛰어들어 예술적 풍요로움을 더하는 단체다. 2008년 이래 프랑스 저명 버티컬 공연단체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국내 최초 공중에서의 버티컬 공연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다. 공연계 새로운 문화 정착을 위해 힘을 쏟아온 경계없는예술센터가 내놓은 연극 ‘덴빈’에 관심이 조명된다. 드라마를 엮어내는 배우들의 치밀한 앙상블을 통해 관객에게 풍요로운 만족감을 선사할 연극 ‘덴빈’은 12월 3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상명아트홀 2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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