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르기 전, 가슴은 콩닥콩닥 멈출 줄 모르고 다리는 저절로 벌벌 떨린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넘나들며 뛰어다니고, 능글능글 웃음으로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다. 완벽히 해내는 안무에서는 요즘 대세라는 아이돌이 부럽지 않다. 뮤지컬 ‘스페셜레터’의 김상호 병장 역을 맡은 배우 김진호의 이야기다. 배우 김진호? 이름이 낯설다. 그는 비보이출신 배우로 지난 해 데뷔해 뮤지컬 ‘그리스’, ‘올슉업’ 등에서 얼굴을 선보인 뮤지컬 새싹이다. 1년 만에 당당히 주연의 자리를 꾀차 호평을 받고 있는 배우 김진호를 만났다.

- 첫 주연작, 뮤지컬 ‘스페셜레터’를 만나다

뮤지컬 ‘스페셜레터’는 군대에서의 사랑, 동료애 등을 담은 작품으로 지난해 초연돼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소극장창작상을 수상하는 등 관객과 평단에 인정을 받았다. 올해는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대학로와 뉴욕에서 공연을 동시에 열었다. 반응이 뜨거웠던 만큼 이번 공연에 새롭게 캐스팅된 배우들을 향한 관심이 쏠렸다. 특히 주연 김상호 병장 역을 맡은 신인 배우 김진호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초연 하셨던 김남호 선배님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정말 부담됐어요.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을까, 선배님만큼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여러 걱정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그는 이 작품으로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객은 물론 공연 관계자들의 평가는 초연 그 이상이었다. “무대에 서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공연을 시작하면서 선배님과 저의 개성이 달라 관객들에게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제는 선배님 때문에 윈윈(win win)하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해요.”

이번 공연에서는 ‘우정의 무대’를 콘셉트로 그의 비키니 입은 장면도 볼 수 있다. 상상만으로도 부끄럽다. 배우 김진호는 여러 작품에 참여했지만 뮤지컬에서 주연급 역할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주연을 맡은 그에게 비키니는 너무 가혹한 일이었을 법도 하다. “정말 창피했어요. 그런데 관객들 호응이 너무 좋다보니 스스럼없이 공연에서는 관객들과 놀 수 있게 되더라구요. 비키니만 입고 관객들과 마주 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경험은 아니잖아요. 앞으로의 연기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비보이, 뮤지컬과 만나다

뮤지컬 배우 김진호는 비보이 출신으로 많은 무대에 서왔다. 하지만 비보이를 그만두게 되면서 그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찾아온 뮤지컬 ‘그리스’ 오디션 기회는 그의 인생을 바꿨다. 

“뮤지컬과 비보잉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달랐어요. 노래도 하고, 대사도 해야 하고, 춤도 춰야 하죠. 춤은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비보이로 추던 춤과는 전혀 달랐어요.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데도 땀이 줄줄 났죠. 연출님과 다른 배우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그분들의 도움으로 지금 이렇게나마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 해왔던 것보다 보여줄 것이 많은 무대 위 신인 배우들은 관객에게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신인 배우라면 누구나 하나씩 품는 마음 속 롤모델. 그는 특이하게 남자배우가 아닌 여배우를 꼽았다. “윤공주 선배님이 롤모델이에요. 뮤지컬 ‘올슉업’ 출연할 때 함께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 정도의 실력과 위치에서도 늘 열심히 연습하시고 모든 이들에게 예의바르게 대해 주시더라구요. 실력뿐 아니라 그 마인드까지도 다 닮고 싶어요.”

그는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힘을 가진 배우였다. 그렇기에 뮤지컬 배우 김진호의 첫 주연 작품에 대한 높은 평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 듯 보인다. 앞으로 무대에서 더욱 빛날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_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사진_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