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조용히 묵도하는 어둠. 그 곳 문틈 사이로 한 움큼의 빛이 새어 들어온다. 묵도하는 이를 부드럽게 감싸 도는 빛. 주변의 죽어있던 사물들은 되살아나 묶였던 숨을 내쉰다. 묵도하는 자의 간절한 소망과 의지도 청명하게 울러 퍼진다. 콘서트뮤지컬 ‘장부가’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홀로 고독을 업으로 삼아야 했던 안중근 의사의 심연을 비춘 작품이다. 세밀하게 떨리는 손의 움직임, 쿵쾅쿵쾅 뛰는 심장소리 까지도 클로즈업 돼 관객의 감성을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 객석도 무대다

뮤지컬 ‘장부가’는 관객이 주역이 되길 바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노래다. ‘아리랑’이 가사만 바뀌어 객석과 무대에서 한 목소리로 불려진다. 이것이 장부가(丈夫歌)다. ‘아리랑’이 세대를 넘어 우리 정서에 깊게 뿌리박혔던 만큼 장부가(丈夫歌) 역시 입에 쉽게 달라붙고, 부를수록 흥을 돋운다. 한국적 음색이 가미된 라이브 밴드의 연주는 진취적인 노래 가사와 함께 의기(意氣)를 불러일으킨다. 관객들이 장부가(丈夫歌)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리며 노래하는 사이, 짙은 연대감이 형성된다. 뮤지컬 ‘장부가’는 관객참여를 통해 안중근 의사의 순국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강하게 어필한다. 한편 관객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횡단무대는 관객참여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 아름답고 감각적인, 연계성은 떨어져

콘서트뮤지컬 ‘장부가’는 내면에 집중하기에 음악은 더없이 섬세하고 감각적이다. 현악을 곁들인 오케스트라 라이브밴드의 연주는 록과 클래식을 접목시켜 모든 스토리를 장악할 만큼 아름답다. 특히 안중근의 아들인 ‘안중생’이 켜는 바이올린 선율은 관객들로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며, 마지막을 뜨겁게 장식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형식, 시대를 풍자한 퍼포먼스 등 여러 소스들이 함께 뒤엉켜 전반적인 이해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각의 퍼포먼스들이 흥겨웠던데 반해 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연계성이 떨어져 몰입에 어려움이 있었다.

- 신뢰감을 주는 작품의 힘

콘서트뮤지컬 ‘장부가’는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장소와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표현의 방법이 감각적이었다. 소극장의 한계에도 여럿 시도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품의 전반을 지배하는 강직함이다. 안중근 의사의 심지 굳은 정신을 말하고자 했던 작품 의도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엿보인다.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밀고 나가며 정직하고 정중하다는 인상이 작품에 대한 신뢰감을 높인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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