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사람’이라는 제한되고 특별한 의사소통 방식으로 관객을 찾고자 하는 2인극 페스티벌이 올 해로 9회째를 맞았다. 지난 10월 7일에 시작된 페스티벌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장을 장식할 C팀의 두 연극 중 하나인 ‘지상 최고의 명약’(이강국 작, 반무섭 연출)의 두 주연 배우 맹봉학(한진상, 형사 역)와 김효배(왕상한 역)을 만났다.

-사람 살리는 약이 된 자살약

연극 ‘지상 최고의 명약’은 실의에 빠진 청년이 자살약을 구하기 위해 자살사이트의 운영자를 찾아오면서부터 시작 된다. 그러나 막상 약장사가 청년에게 주는 약은 수면제 혹은 설사약으로 드러난다. 도대체 이 약장사는 왜 이런 꿍꿍이를 벌인 걸까. 맹봉학은 “약장사가 실제로 자살약을 팔 수도 있고 자살하러 온 사람들에게 자살을 유보시키고 다시 생각해보라는 뜻에서, 설사약, 잠자는 약을 먹이는 걸 수도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2인극이지만 특이하게 제 3의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가짜 자살약을 파는 약장수를 잡고자 하는 형사다. 약장수를 맡은 맹복학이 형사역할까지 겸했다. “저는 사기꾼일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일 수도 있어요. 마지막에 약장수의 딸이 죽는데, 진짜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딸을 지켜주지 못한 가슴 아픈 대사를 해요. 감정이 잡히면 눈물도 나고. 아무튼 어떻게든 자살을 막고, 안 죽게 하려고 하는 게 약장수의 의도입니다.” 김효배는 자살사이트를 보고 약장수를 찾아온 소심하고 어리숙한 젊은이역을 맡았다. “매우 소심한 남자에요. 분식집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장사를 하고 있는데, 어느날 분식집에서 칼국수를 시켜먹던 여자를 짝사랑하게 되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이가 너무 큰 거죠. 그분은 높은 지위에 있으신 분이고 왕상한은 일반 시민정도의 낮은 위치에 있어요. 마음으로만 되새기고 품고 있다가 할머니가 노환으로 죽게 되는 게 시발점이 돼서 한진상(약장수)의 자살사이트 보고 찾아오게 된 거죠.” 약장수의 의도대로 청년은 죽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열심히 살아갈 의지를 얻게 된다. 자살약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약이되고 말마따나 ‘지상 최고의 명약’이 된다. “어쨌든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이런 이야기에요”라며 맹봉학이 다시금 극의 주제를 강조한다.

-극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 ‘극중극’과 ‘스포츠댄스씬’

‘자살을 함부로 생각하지 말라‘라는 분명한 메시지 외에도 ‘지상 최고의 명약’에는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관람 포인트가 있다. 먼저 ‘극중극’이다. 맹봉학은 취조실에서 청년이 약장수와의 일을 재연하며 ‘극중극’이 생겨난다고 했다. “형사가 자살하러 온 사람을 사기꾼인줄 알고 잡았는데 사실은 자살약을 먹으러 온 사람이에요. 최조를 하는 과정에서 극중극이 형성이 되고 있어요.” 따라서 최조실의 형사와 청년의 상황과 재연의 형식으로 드러나는 약장수와 청년의 상황이 중첩되어 전개된다. ‘극중극’이라는 연극적 장치를 통해 관객은 더욱 호기심을 가지고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형사와 약장수를 맡은 맹봉학의 1인2역연기가 빛을 발한다.
극의 또 다른 백미는 두 배우가 열정적으로 스포츠댄스를 추는 장면에 있다. 연극을 위해 스포츠 댄스를 따로 배웠다는 김효배는 “공연을 하면 안무선생님 따로 붙잖아요. 천창원 선생님이라고 계신데, 룸바와 블루스 두 가지 춤을 가르쳐 주셨어요. 어려운 동작은 짧은 시간에 소화할 수 없으니, 간단간단한 동작으로 화려하게 꾸민 거에요.(웃음) 어려운 것이 아니구요. 쑥스럽습니다.”라며 겸손해 했다. 맹봉학도 김효배의 일취월장한 댄스실력을 칭찬했다. “사실 이 친구가 몸치에요.(일동웃음) 저는 지르박, 라틴댄스 등 춤을 조금 배웠는데 이 친구는 처음엔 진짜 뻣뻣했어요. 그래서 이 친구가 저를 리드해야하는데 그게 안되고, 스텝이 안되는 거에요. 이젠 이 친구가 저를 이끌어주죠.” 김효배는 공연 연습 중의 민망한 에피소드도 살짝 공개하였다. “설사하는 씬 있잖아요. 처음에 너무 힘주다가 진짜 나올 뻔한 적도 있어요.(웃음) 과음을 한 다음날이라.”

-자살 함부로 하지 말라!

김효배와 맹봉학은 연령차가 꽤 되는 극단의 선후배 사이지만 호흡은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김효배는 “저희 같은 경우 연령차가 많이 나서 불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선배님이 보기보다도 인자하시고 배려심이 좋으시니까.(웃음) 또, 연습하면서 참 좋았던게 먹을 것을 많이 사주셨어요.(웃음) 저로선 고마웠고, 후배니까 많이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셨어요.”라며 선배와의 친근한 관계를 강조했다. 김효배는 이 작품을 ‘명료한 메시지를 가진 따뜻한 연극’이라 말한다. “극 속에 극이 있어 변화를 주는 포인트를 잘보고 메시지가 명확하잖아요. ‘자살은 함부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걸 잘 되새기며 보시면 훈훈하고 착한 연극이 될 겁니다.” 맹봉학은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극을 관람하러 오시라 말한다. “두 명이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끌고 가는 2인극은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 공연은 재미있고, 또 열린 마음으로 보시면 가슴에 많이 남기고 돌아가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알게 모르게 배우와 교감 하는 게 있어요. 눈빛으로 라든지. 그런 편한 자세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민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강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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