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사람’이라는 제한되고 특별한 의사소통 방식으로 관객을 찾는 2인극 페스티벌이 올 해로 9회를 맞았다. 지난 10월 7일에 시작된 페스티벌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장을 장식할 C팀의 두 연극 중 하나인 ‘내영역에서’(강경은 작, 위성신 연출)의 두 주연 배우 김탄현(차한식 역)와 송숙희(여옥주 역)을 만났다. 연극 ‘내영역에서’는 가상의 ‘내영역(驛)’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했다.

-20년 전 죽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오다

‘내영역에서’는 20년 전에 죽은 남편이 죽음을 앞둔 70대 부인한테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귀신이 되어 부인을 찾아오는 할아버지 역을 맡은 김탄현은 “제 캐릭터는 귀신이에요. 첩살림을 하던, 바람기 많고 놀기 좋아하는 한량입니다. 할머니는 저에게 ‘천하잡놈’이라고 부르죠”라며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했다. 한 많은 삶을 살아온 할머니 역의 송숙희는 “이름은 여옥주예요. 72세의 다섯 명의 자식을 둔 할머니죠. 할아버지가 첩도 두고, 첩의 집에서 20년 전에 죽었어요. 젊은 시절에는 너무 가난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배도 곯았던, 전형적인 전후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다소 캐릭터를 거칠게 잡은 면이 있어요. 중간 중간에 욕도 하고 터프하게 행동하고, 그러면서도 또 남편 앞에서 여자로서 잘 보이고 싶은 본능적인 귀여운 순간들 갖고 있고요. 그런 양면적인 캐릭터를 살려보고 싶었어요.” 그녀가 덧붙였다.

- 극이 일어나는 특별한 공간 ‘내영역(驛)’

‘내영역에서’의 배경이 되는 ‘내영역(驛)’은 실제 존재하는 지하철역이 아니라 무대공간으로 설정된 판타지한 공간이다. 역의 이름인 ‘내영(來迎)’은 ‘마중 나옴’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죽음을 앞둔 할머니를 할아버지가 마중 나왔다는 연극의 기본 설정을 말해주기도 한다. 송숙희는 ‘내영역(驛)’을 할머니의 무의식 속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극의 무대 공간은 지하철역으로 돼있는데 반은 실제의 지하철이고 반은 판타지 공간이에요. 저희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할머니가 무의식 속에서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으로 상상해봤어요. 작가님이 의도한 것은 실제 전철역에서 귀신을 만나는 것이지만 저희는 반 정도 판타지적인 공간으로 처리했죠.” 할아버지 역의 김탄현은 ‘내영역(驛)’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장면을 이 작품의 베스트로 꼽았다. “먼저 죽은 할아버지가 마지막 장면에서 할머니를 마중 나온다는 설정이에요. 아무래도 관객 여러분들이 이 장면에서 많이 공감해주시고 가슴 찡함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저희 스텝들도 마찬가지고요. 그 장면을 위해서 한 시간을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죽음보다 그 이전의 따뜻한 삶에 대하여

송숙희는 이 작품이 비단 ‘죽음’만을 말하고자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 안에는 부부사이의 따뜻한 정이 있어요. 물론 첩이 있었지만. 늙어서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지요. 부부지간의 정은 세월이 엮어져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아름답게 녹아들 수 있도록 애를 썼죠. 위성신 연출님도 ‘죽음’이라는 게 우울한 궁상이 아닌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싶으셨대요. 어떻게 보면 누구나 죽잖아요. 내가 안 죽었지만 주변에 누군가는 죽어가고. 그 안에 생기는 두려움, 공포도 자연스러운 거죠.” 두 배우는 관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송숙희는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노인네들의 죽음보다 따뜻하게 살아온 이야기에 중점을 둘 것을 제안했다. “편하게 즐기시면서 보면 죽음이라 그래서 심각할 것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죽음 이전의 삶, 그러니까 따뜻한 노인네들이 어떻게 살아왔느냐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오시면... 많이 오시면 (웃음)”라며 애교 섞인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탁현은 ‘2인극’페스티벌이라는 편견을 없애고 와줄 것을 당부했다. “그냥 편하게 보시면 돼요. 2인극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대단한 예술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뭔가 대단한 게 나올까 하시기보단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예상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관람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강민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강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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