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는 누군가 살고 있다는 삶의 증거다. 어제에 눈물짓고 오늘에 아파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살아있는 사람의 특권이다. 지금 삶에 너무 힘겨워 말자. 살다보면 마를 날도 있을 테니까. 뮤지컬 ‘빨래’는 연어를 닮았다. 연어는 쏟아지는 햇살과 흩어지는 파도 사이에서 힘차다. 연어는 지금 고향으로 돌아간다. 큰 고기떼들과 비닐의 상처도 막을 수 없다. 앙상한 가시만이 남아도 괜찮다. 그 곳엔 새로운 희망이 기다리니까.

뮤지컬 ‘빨래’는 고향을 떠나 서울 살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무대 위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몽골에서 온 솔롱고’, ‘직장에서 부당한 처사를 당한 나영’, ‘돌아온 싱글 희정 엄마’ 등 캐릭터 하나하나에 마음이 닿는다.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지칠까, 얼마나 좋을까 염려하게 되는 관객들의 마음은 우리와 똑 닮아있는 캐릭터의 힘이다.

주인공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넘버의 가사는 관객들이 현실과 교감하게 한다. 가사 중 ‘잃어버린 꿈 어디에 두고 왔는지’, ‘시간이 지나면 슬픈 니 눈물도 마를 거야’, ‘먼지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등에서 어려운 비유나 시적표현은 기대할 수 없다. 자칫 진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사들에 관객들은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의 의미는 비극이 아닌 공감이다. 그렇기에 눈물을 흘린 뒤에도 쿨 하게 닦을 수 있다. 흘린 눈물만큼 관객들의 마음도 경쾌하고 순수해진다. 뮤지컬 ‘빨래’ 넘버의 가사들은 우리의 마음속 외침이었다.

뮤지컬 ‘빨래’는 소극장 무대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관객들과의 교감에도 성공했다. 2막이 시작하면 관객은 무대 위에 서 볼 기회도 갖게 된다. 극이 진행되는 가운데 함께하는 배우들과의 촬영은 어느 극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선함을 준다. 간접적으로도 배우들과 친밀함을 누릴 수 있다. 배우들은 뒤에서 갑자기 등장하기도 하고, 계단에서 눈을 마주보고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이에 관객들은 극에서 멀어질 틈이 없다. 

우리의 삶은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 독특하고 고유한 삶의 세계를 만든다. 그 세계에서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삶의 세계를 그리는 재료들이 완벽히 닮아있다. 꿈을 좇아왔던 풋풋한 추억, 참고만 살 수 밖에 없는 직장의 현실, 좀 더 나은 삶의 희망을 그리는 미래. 우리 모두의 삶은 다른 듯 닮아있다. 닮아있는 마음들이 모이면 서로에게 진정한 희망이 된다. 뮤지컬 ‘빨래’는 캐릭터를 통해 삶을 말하며, 희망을 나누고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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