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 ‘일주일 동안 뭘 했냐’ 고 물어보면, 다이어리를 뒤져야만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할 수 있을 정도. 뒤돌아서면 금방 잊어먹기 일쑤다. 내 가방 안에는 필기도구가 필수다. 어린 시절의 내 모습에 대한 기억은 없다. 당장 일주일전 일도 기억 못한다. 어린 시절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나의 어릴 적 모습과 기억은 단지 부모님으로부터, 친척 분들로부터, 같이 살았던 주위 분들로부터 들었던 것들이 쌓여서 생긴 무의식 속 이미지들이다. 이제 그 이미지들을 차근히 회상하며 정리해본다.

태어 날 때부터 울음소리가 쨍쨍해서

아기들은 태어나면 보통은 신생아실에서 다른 아기들과 같이 침대에 뉘여 진다. 간호사 언니들이 아기를 돌보고 엄마는 젖을 먹이는 시간이 되면 아기를 만난다. 난 달랐다. ‘왜?’, ‘엄마 옆에서 먹고 자고 놀고 했으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한마디로 쫓겨났으니까. 한번 울었다 하면 여름날 참매미처럼 울음소리가 쨍쨍해서 얌전히 자고 있는 아기들까지 깨워 울렸다. 신생아실에 문제아였던 나는 결국 모든 아기들의 평화를 위해 엄마 옆으로 쫓겨 났다. 덕분에 엄마 옆에서 지낼 수 있었다. 행복한 아기였다. 내 울음소리를 생각했을 때 내가 노래를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은 아니었는지!

말보다 노래를 먼저 배웠다

렀다. 그 모습에 나도 하고 싶은 욕심이 났는지 ‘엄마한테 노래시켜 달라고 그렇게 졸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날 자리는 아이들이 나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엄마는 날 말렸지만 어느 샌가 사라져서 진행자 아저씨의 바지자락을 잡고 노래 시켜 달라고 졸랐다. 기어코 한 곡을 뽑고 들어왔다고 했다. 다른 분들은 그야말로 당돌한 날 보고 ‘뉘 집 딸이냐’며 놀라면서도 재미있어 하셨다고 했다.

글 뮤지컬 배우 이연경 yklee81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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