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폭풍의 언덕’은 고전 명작인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을 원작으로 송현옥이 각색, 연출한 작품이다. 또한 소설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이지만 영문학 3대 비극이자 세계 10대 소설에 꼽히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연극 ‘폭풍의 언덕’에서는 ‘야인시대’, ‘이순신’, ‘연개소문’ 등의 드라마를 통해 선과 악을 넘나들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유태웅이 늙은 히스클리프 역을 맡았고, 드라마 ‘서울 1945’, ‘하얀거탑’과 연극 ‘열 평짜리 미용실’ 등으로 방송과 무대를 오가던 배우 이무생이 젊은 히스클리프와 힌들러의 아들 헤어튼을 소화할 예정이다.

연극 ‘폭풍의 언덕’은 현재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공연 중이며 오는 15일에 그 막이 내린다. 폭풍 같은 남자 히스클리프의 젊은 시절과 그를 닮은 헤어튼 연기에 한창인 배우 이무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극 ‘폭풍의 언덕’을 들여다보자.

이무생은 “젊은 히스클리프의 이야기는 늙은 히스클리프가 과거의 자기 자신을 회상하면서 진행되거든요. 지금은 힘없고 늙어버린 히스클리프지만 그도 과거에는 폭풍과 같은 사랑을 했고 질풍노도와 같은 청년이었음이 강조되고 있죠”라며 자신이 연기하는 히스클리프를 소개했다. 이어 “헤어튼은 아주 복잡한 인물이에요. 어렸을 적 히스클리프를 학대했던 힌들러의 아들인데요. 주변인물에 대한 증오와 연민을 동시에 갖고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그가 맡은 두 번째 배역 헤어튼에 관한 설명도 덧붙눼�.

일인이역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어느 연기자에게나 부담스럽게 다가오겠지만 특히 ‘폭풍의 언덕’은 등장인물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선을 드러내야 하는 작품이기에 ‘히스클리프’와 ‘헤어튼’을 동시에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두 인물을 연기하다 보면 그 인물들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될 텐데 이에 이무생은 “두 캐릭터의 합치점은 야수성이라고 생각해요.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에 대한 사랑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늙어 죽을 때까지 복수를 위해 살아온 왔잖아요. 정말 야수 같은 인물이죠. 그런데 헤어튼도 히스클리프와 비슷해요. 평소에는 착하고 재미있게 놀다가도 어떤 상황에 대해서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돌변하죠. 아마 야수 같은 ‘히스클리프’를 보고 자라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라며 두 인물의 공통점을 ‘야수성’으로 답변했다.

인터뷰 동안 히스클리프와 헤어튼 캐릭터에 대한 이무생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면서 그가 진정으로 이 작품의 매력에 푹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연극 ‘폭풍의 언덕’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에 그는 “저는 작년부터 ‘폭풍의 언덕’과 함께 해왔는데요. 매번 느끼는 것은 소설이 가진 힘 같아요. ‘폭풍의 언덕’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 할수록 원작 소설에 담긴 무궁무진한 내용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죠”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작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는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히스클리프와 헤어튼을 연기했는지도 질문해보았다. 그러자 그는 “캐릭터 적인 부분을 생각했어요. 작년에는 헤어튼과 히스클리프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었지만 올해는 단순한 ‘대립’을 떠나 히스클리프와 헤어튼의 독자적인 캐릭터를 생산해 내는데 신경을 썼죠. 두 캐릭터의 포인트를 찾아서 연결된 느낌을 주면서도 히스클리프와 헤어튼만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지금 성남에서는 이무생의 폭풍 같은 히스클리프, 그리고 헤어튼의 연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저는 백지장처럼 순수했으면 좋겠어요. 흰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듯 한 작품이 끝나면 또 새로운 A4용지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순수함을 잃지 않는 게 배우로서의 목표라고나 할까요?”라며 자신의 원하는 연기자상을 전했다. 과연 이무생이라는 A4용지 위에 어떠한 히스클리프가, 또 어떠한 헤어튼이 그려질지, 6월 1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폭풍의 언덕’을 통해 그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_백수진 newstage@hanmail.net
글_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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