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열정 하나 갖고 이곳에 왔어요. 뮤지컬에 대한 열망을 도저히 잠재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죠(권순별, 24).”

사당동 어느 건물 지하에 위치한 남뮤지컬아카데미 입구에는 뮤지컬 포스터 및 각 공연의 오디션 자료가 붙어있다. 굳이 내부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도 학생들이 부르는 뮤지컬 넘버들을 쉴 새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모인 학생들로 조용할 날 없는 이곳, 한국 뮤지컬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얼굴들이 울고 웃는 곳이다.

남뮤지컬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이력은 다양하다. 약사부터 운동선수까지, 모두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안고 뛰어들었다. 이들이 아카데미에서 보내는 시간은 정해진 수업과 연습을 합해 보통 12시간 정도다. 사무국장 오정용씨는 “여기서 수업을 받는 대부분의 학생들의 생활은 뮤지컬 위주로 돌아간다. 그 노력과 열정은 놀라울 정도다”고 전했다. 반복되는 연습으로 인해 학생들 자신도 많이 변했다. “시간이 없어요. 선생님들이 지시하는 과제만으로도 타이트하죠. 아침 10시부터 11시까지 수업과 연습의 반복으로 채워져 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많이 변해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서형훈, 29).”

- 기술 더불어 ‘사람’을 배우는 학생들

현재 학생들은 6개월 과정의 수업을 받고 있으며 음악, 무용, 연기 분야의 가장 기초적 기술부터 고급기술에 이르기까지 뮤지컬 배우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습득하고 있다. 6개월 과정을 끝내고 졸업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 박진하(23), 권순별(24), 서형훈(29)은 열정만큼이나 무대에 대한 갈증이 짙다. “목말라 있어요. 배우가 된다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부요해진다는 보장이 없죠. 때문에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더라고요. 오갈 수 있는 차비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해요(박진하).” 그것은 이들 셋 모두 마찬가지다. 그들이 이토록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나 통일된 무엇이 있다. 그것은 바로 관객과의 교감이다. “우선 춤, 노래, 연기 삼박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해요. 그 과정이 힘들지만 내가 울 때 관객도 운다는 것, 그 소통 자체가 감동이죠(서형훈).” “저 역시 관객과의 소통에 매력을 느껴요. 소극장 무대에 대한 욕심이 많죠. 가까운 곳에서 관객과 마주하며 아픔과 상처,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건 축복이에요. 안 그래도 이번에 저희 11기 졸업공연이 7월 10일과 11일에 북서울꿈의숲 퍼포먼스홀에서 열리거든요.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인데 이 역시 잘 해내고 싶어요(박진하).”

이들은 남뮤지컬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것이 기술적인 부분에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남경읍 선생님께서 배우 이전에 인간부터 되라고 말씀하셨어요. 시대가 바뀌었지만 지켜야 할 것들이 있죠. 그것을 강조하세요(권순별).” “선생님들께서는 저희를 진심으로 대해주세요. 더불어 ‘마음으로 하라’고 요구하시죠. 또한 개개인의 특색을 잘 잡아주세요. 사람마다 다른데 그 스타일에 맞춰 알려주시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서형훈).”

- 기술 더불어 ‘사람’을 가르치는 남뮤지컬아카데미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할 다양한 커리큘럼을 보유하고 있는 남뮤지컬아카데미는 뮤지컬계 신인 발굴 및 양성을 목표로 설립됐다.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 1세대라 불리는 남경읍이 원장, 동생 남경주가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황정민, 조승우, 박건형, 조정은, 오만석 등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스타들의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는 남경읍. 그는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 할 여러 분야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5년 전, 남뮤지컬아카데미를 개원했다.

남뮤지컬아카데미에서 발레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최지연(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무용연구학회이사, 청강대/송원대 출강)씨는 대학에서 전공자들 수업을 하고 있다. 부전공자 수업은 남뮤지컬아카데미가 유일하다. 그녀는 발레에 대해 잘 모르는 친구들이라 할지라도 이곳에서의 수업이 즐겁다고 전했다. “배웠던 것을 습관적으로 답습하는 학생들에 비해 여기 학생들은 열정이 넘쳐요. 또한 호기심이 많죠. 더 배우려고 해요. 그만큼 열정과 호기심이 있으니 짧은 기간이라 할지라도 많이들 변해요.” 최지연씨는 단기간이지만 수업 받기 전과 후의 학생들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시선을 길게 둘 것을 강조했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시간에 투자를 많이 했으면 해요. 뭐든지 시간이 필요한데 요즘 학생들은 짧은 기간 내에 성과를 보려는 경향이 있어요. 순간은 이뤄낸 것처럼 보이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노력을 이기지는 못하죠. 무대 위에서 내공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배우들이 됐으면 합니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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