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우리는 그동안 때리고 부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만을 품고 왔는지 모른다. 무언가를 만들고 가꾸는 작업은 성스러운 행위에 비유되는 반면, 그것을 해체하는 작업은 늘 잘못되거나 악한 것으로 묘사된다. 모든 것들은 목적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인간은 그것에 애착을 가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정성을 담지 않은 것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때리고 부수는 일은 인간에게 희열은 가져다준다. 사물에 담고 있던 집착과 생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치 사랑하고 집착하던 무언가가 눈앞에 완전히 사라졌을 때, 허무감 동시에 편안함이 찾아오듯 말이다.

사연이 없는 폐차는 거의 없다. 그리고 여기 폐차공들은 차를 모두 분리, 해체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 양쪽의 문은 떼어졌고 바퀴는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폐차 처리의 목적을 잊은 듯, 그 행위자체에 빠져있다. 다섯 명의 폐차공이 함께 리듬에 맞춰, 비트에 완전히 몸을 맡겨버린다. 리듬은 어우러진 소리를 만들고 소리는 음악을 창출해낸다. 이제 이성과 판단, 상식을 넘어선다. 무대를 가득 메운 잘 갖추어진 작품이 탄생한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 내면의 예술성, 본질에 가깝다.

무대는 철저하게 파괴되고 기억에 잊혀진 폐차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각각의 정체성을 잃은 채, 같은 성질의 것으로 함께 묻혀 버린다. 그래서 무대는 어둡고 푸른빛이 맴돈다. 마치 죽은 영혼들의 잔재 같다. 무대 위 배우들의 경쾌하고 파워풀한 움직임은 이와 무척 대조적이다. 그들의 표정과 액션, 리듬은 하나의 ‘신명’을 만들어 간다.

뮤지컬 ‘비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마음을 때리며 본질을 흔든다.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반복되는 각박한 삶 가운데서 우리는 숨 쉬는 법을, 노는 방법을 잊고 사는 지도 모른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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