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기계적인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밤, 나만을 의지하며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의 눈빛에 뭉친 피로가 더 단단히 굳어진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변신하는 상상을 한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로 변하고 싶다. 이 판타지를 담아 그동안 수많은 만화와 영화의 주인공들이 ‘신나는’ 변신을 해왔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물론 ‘슈렉’의 ‘피오나 공주’처럼 모든 변신이 뜻대로 이뤄지진 않지만 그래도 나 아닌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아직 유아기적 발상에 머물러 있는 인류의 허망한 꿈.

여기, 사진 속 한 세일즈맨이 있다. 사진 속 그의 모습은 얼핏 낭만적으로 보인다. 비 내리는 저녁에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휴식을 취하던 중인 듯 옷차림도 편해 보인다. 모든 걸 아늑하게 감싸듯 검은 배경 위에서 빛나는 노란 조명. 그런데 이 선명한 옐로우가 어딘지 모르게 날카롭다. 모든 것을 감싸는 동시에 억압하는 느낌이다. 유리 위에 점으로 박힌 빗방울 사이로는 남자의 손자국이 남아있다. 절망과 집착의 흔적. 남자의 눈빛 역시 아름다움을 감상하기보다는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꼭 그 안에 갇혀 자유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카프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변신’은 한 남자가 벌레로 변하며 시작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두 가지를 잃었다. 가족을 위한 일자리, 그리고 일의 궁극적 목표였던 가족을 잃었다. 이 남자가 벌레로 변하면서 실체를 드러낸 것은 당사자가 아니다. 그를 둘러싸고 모든 것을 방관해 온 가족들이다. 그들도 변신한다. 늙어 무력하던 아버지는 전에 없던 기력으로 일을 찾아 나서며, 사랑하는 어머니는 보고 싶다고만 외칠 뿐 아들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한다. 그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것 같던 동생도 서서히 지치기 시작한다. 그렇다. 저것은 빗방울이 아니다. 냄새나는 벌레, 자신의 오빠를 닦기 위해 대걸레로 몸을 밀고 찬 물을 끼얹은 동생이 남긴 흔적이다. 자신의 방에 갇혀 있는 남자는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과거를 바라본다.

연극 ‘변신’은 작은 소극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며 입체적 무대를 선보인다. 방 안에 있는 주인공과 밖에 있는 가족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소외되는 과정을 가림 없이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서 한 남자가 처절한 눈빛으로 유리너머 우리를, 관객을 바라본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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