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으로 여자의 입을 틀어막아버린 남자와 당황한 듯 꼼짝도 않는 여자. 화난 기색이 역력한 남자의 표정으로 미뤄 봤을 때 건드려서는 안 될 치부라도 이야기해버린 모양이다. 두 손을 모은 채 숨죽인 여자의 모습에서는 장난스러움과 고집스러움이 함께 묻어난다. 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의 조영임 ‧ 손홍민배우에게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사랑소묘’와의 특별한 인연

조영임 “평소에 애착을 갖고 있었던 공연이었어요. 작품도 좋았고 연출님도 제가 꼭 한번 같이 해보고 싶었던 분이었거든요. 무대에서나 실제나 저희 여섯 명의 모든 배우들 서로 팀워크가 좋은 편이에요.”
손홍민 “뮤지컬 ‘사랑소묘’는 벌써 5년째 대학로에서 롱런 공연을 하고 있는 작품이에요. 관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고 골수팬들도 많구요. 한번은 이 공연으로 무대에 꼭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 노총각 노처녀의 엽기발랄함 VS 죽은 아내와 남편의 가슴 아픈 이야기, 그들의 선택은?

손홍민 “노총각이요. 강희준은 귀여우면서도 능글맞은 구석이 있고 얄밉지만 싫지 않은 캐릭터에요. 저와 비슷한 부분도 많구요. 남편 역할은 사실 겪어보지 못한 상황의 이야기이고 상상해본적도 없었기에 연기하면서 걱정이 많이 됐고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감정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많았죠.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못 이겨 오열하는 장면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감정을 끌어내야 하고 또 그 감정을 끝까지 갖고 가야하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하는 부분이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무대에 서기 십분 전부터 남편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어요.”
조영임 “아무래도 노처녀 역할이 더 공감 가는 캐릭터죠. 나이대도 비슷하고 주변에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측근들에게 얘기도 많이 듣구요. 극중 소연이는 초절정 내숭을 떨다가도 사소한 일에 목숨 걸고 싸우는 재밌고 매력 있는 인물인데, 제 원래 성격이 털털하고 조금은 남자 같은 면이 있어서인지 제 자신과 소연이를 적절하게 합치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요즘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아직도 결혼 못하는 여자>의 엄지원씨 캐릭터를 보면서 공감대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 캐릭터와 캐릭터가 그려내는 사랑 이야기

조영임 “‘사랑소묘’는 ‘사랑은 아름답다’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공연입니다. 저의 경우 완전히 다른 감정을 가진 캐릭터를 한 공연에서 연기하다보니 힘들긴 하지만 배우로써 너무 좋기도 해요. 저와 다른 성격을 표현해내거나 죽어서까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슬픈 사랑까지 모든 게 흥미롭고 새롭게 다가와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이야기인 황혼의 사랑 편을 제일 좋아하는데, 더 가슴 저리고 무게 있는 진실한 사랑이기에 그런 것 같아요. 고집불통이지만 귀여운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의 구애가 싫지만은 않은 할머니의 모습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참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거든요. 이런 이유에서 황혼의 사랑은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손홍민 “저 역시 마지막 이야기를 제일 좋아해요.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황혼의 고백’이라는 넘버가 있는데, 멜로디와 할아버지의 속마음이 따듯하게 어우러져 ‘노년의 사랑도 저렇게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 있구나’하고 느끼게 해주는 곡이에요.”

▶ ‘사랑소묘’로 놀러오세요!

조영임 “오셔서 저희가 들려드리는 아름다운 사랑 얘기들 마음껏 즐기고 가세요. 극장 문을 나섰을 때 가슴 한 편에 찾아온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안고 더욱 예쁜 사랑을 만들어나갈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손홍민 “저희 공연을 보시면 가슴 한구석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돌아가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사랑을 하고 있으시거나 앞으로 사랑하고 싶으신 분들, 사랑이 곧 찾아올 것 같은 분들, 모두 오셔서 행복하고 따뜻한 각자의 사랑을 찾아 가세요!”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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