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초코파이 하나를 두고 맹렬한 싸움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물 한 모금, 과자 부스러기 하나에 목숨을 걸며 맹수처럼 눈을 빛낸다. 헌데 이들이 둘러 앉아 있는 지하빌딩은 어딘가 모르게 낯익다. 이들의 차림새며 행색은 도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전형이다. 이들에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배경은 2010년 전쟁이 발발한 대한민국 서울이에요. 덕수궁 인근 지하빌딩으로 피신한 이들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서로를 감시하고 처벌합니다. 극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전쟁이 일어났다는 가설을 납득시킬만한 장치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과연 전쟁이 일어날까에 대한 리서치를 해봤어요. 젊은 친구들부터 어른들까지 두루두루 물어본 결과 대부분 안 일어날 것 같다고 답하더라구요. 물론 국제 정세에 따라 그렇게 대답할 수도 있겠지만 대답을 들으면서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전쟁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런 대답을 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히 비약적인 설정일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지만 사실 전쟁이란 건 일종의 은유이고, 삶 자체가 말 그대로 생존 전쟁이 아닌가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죠.”

오경택 연출가는 내가 더 잘되려고 하는 욕심들과 사회적 연대감 사이의 충돌이 빚어내는 ‘상대적 박탈감’이 위화감을 조성해 전쟁 같은 일상을 빚어내는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내 욕심을 솔직하게 남들한테 내세우는 순간, 사람들은 ‘저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으로 낙인찍어 버리죠. 이타심이라는 건 이기심의 발로에서 발현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을 배려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편하니까, 그리고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거든요. 하지만 실상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다 남 탓으로 돌리죠.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남들이 가졌을 때의 느끼는 아쉬움은 시기로 바뀌고, 그게 점차 악화되면 위화감의 조성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특정 소속이나 계층이 무의미한 환경 속에서 당장의 생존이 절박한 이들. 그렇다면 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부분에 젊은 여자가 세면대에 똥 싼 게 자신이라고 밝히는 대목이 나와요. 그게 이 극의 핵심적인 대사죠. 아가씨가 그렇게 말하기까지는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잖아요? 민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낼 수 있는 솔직함, 그것을 통해 조금이나마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체면치레나 위선 없이 솔직해진다면 그것으로 인해 분명 뭔가 변화될 여지는 제공해주리라 생각해요. 하지만 불이 없는 상황으로 마무리되는 엔딩은 또 다른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내죠. 솔직함이 뭔가를 달라지게 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점들은 여전히 존재하리라 봐요. 식량 분배의 시스템이 다시 변한 것처럼요.”

선인도 악인도 존재하지 않는, 그저 생존만이 유일한 삶이 돼버린 이들의 수기는 치졸하고도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이들의 의심과 반목은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위선이라는 가면아래 숨겨둔 당신의 진면(眞面)은 과연 무엇이냐고.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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