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치 좋은 남산자락, 남산예술교육센터 4층 연습실에서 연극 ‘호야’의 서재형 연출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은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이라는 말을 대변이라도 하듯, 약속시간보다 1시간 일찍 자리한 그에게서 바지런함이 배어나온다. 연극을 하는 것은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 작업이라 말하는 서재형 연출은 신이 난 아이처럼 연극 ‘호야’에 대해 입을 열었다.

-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넓히기까지 연극 ‘호야’는 어떻게 성장해왔나?

연극 ‘호야’는 2006년도에 학생들과 함께 만든 작품으로, 실질적으로 그 당시부터 인큐베이팅한 작품이다. 2006년, 처음 시작할 때 연극 ‘호야’의 초안은 음악, 편성 등 중극장 규모의 작품이었다. 이번에 때마침 운이 좋게 남산예술센터라는 공연장도 만나고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에도 선정되었다. 현재 작품에서 주력하는 것은 초안 때 했던 것을 잘 기억해내고 또한 그 정서를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다.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옮기면서 공간이 커지다 보니 음악, 움직임도 커져야 해서 모든 것을 부풀리는 작업이 중요했다. 이번 연극 ‘호야’는 시각적으로 크게 변화한 것 보다 감정을 키우는 것이 조금 달라졌다. 연정을 더욱 깊게 새겨서 어떻게 관객들에게 다가가느냐가 이번 호야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 연극 ‘호야’ 팀 배우들과의 팀워크가 좋다고들 한다. 비결은 무엇인가?

팀워크라기보다는 배우들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다. 긴장을 안 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연습할 때는 배우들에게 쉬자고 말하고도 계속 조언하면서 연습하게 만든다. 연극이라는 작업이 배우들에게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철학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즐겁게 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직업이라는 마음이 있어야 관객하고 만나는 것도 자연스럽게 되고, 그런 후에 일이 돼야 즐거움도 찾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상 이런 것들은 배우들이 따라 주지 못하면 힘든 작업인데, 내가 움직이면 배우들도 같이 움직여주는 열정을 보여줘서 잘 진행되고 있다.

- 작업을 할 때 엄격하게 한다고 해도 배우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떤가?

연출을 시작하기 전 잠깐의 배우 생활을 거쳤는데, 그때는 혼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속상할 때가 많았다. 일만 열심히 하다 보니 친구도 없어서 같이 울고 위로받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많이 외로웠다. 그 기억들이 지금 배우들과 더욱 식구같이 지내게 하는 것 같다. 배우들과의 만남은 일과 더불어 훗날 내가 죽었을 때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들 모두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은 사실 애착이 아니라 집착에 가까울 정도다. 극단을 만들고 얼마 안 지났을 때, 씨네21에 한류스타 15명 정도의 사진이 올려 진 적이 있었다. 그때 느낀 것은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모두가 저렇게 대성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금도 모두에게 기대하는 바이다. 작품은 우리 것만 하면 좋겠지만……(웃음).

- 한아름 작가와는 부부사이지만 작업을 하다보면 의견 충돌되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나?

작업을 하면서 서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하셔야겠네요.”하면서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심하게 얘기하는 것이지만 나쁘게 되라고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수긍하고 받아드린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더 좋은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주위에서는 벌써 그러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한아름 작가와 나는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웃음).

- 연극 ‘호야’는 지문까지 읽어주는 극이라 관객들이 신선하게 생각한다.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지문을 읽어주는 연극이다 보니 지문도 연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미세하게 관찰하면 지문은 앞을 보고 이성적으로 설명하며 진행된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감정을 무 자르듯이 잘라야 해서 연기하기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연극 ‘호야’는 쉴 시간이 없이 계속 연기하고 움직여야 해서 아마도 배우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짬짬이 목도 축이고, 분장도 고치고 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는 것이 우리 배우들이다.

- 공연을 하며 지문을 읽어주는 것은 어디에서 착안했나?

관객들에게 “지문까지 모두 있는 이것이 원래 작가가 쓴 리얼 연극이랍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지문을 읽으며 연기를 한다는 것에 처음에는 배우들이 많이 당황해했었다. 이성적으로 하게끔 지문을 읽어야한다는 것을 일부러 안 알리고 시작했는데, 지문을 읽는 다는 것을 모르고 연습했을 때 오히려 지금보다 더 형식에 맞아떨어졌다. 실제 공연에서 지문까지 읽는다고 말을 한 후에는 배우들이 의식적으로 연기를 하게 돼서 감정이 실리게 되는 것에 힘들어 했다. 연극 ‘호야’는 교육용에 가까운 연극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앞으로 연극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작품에 큐가 상당히 많다고 들었다. 많은 수의 큐에 대한 장,단점은 무엇인가?

큐를 많이 늘린 것은 이전에 하던 작업 중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 공연이 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난 후였다. 분명히 똑같은 배우에 똑같은 조명, 음향을 사용했는데 장면이 달라지는 것을 봤다. 그것이 발견된 날 불쾌함을 숨길 수 없었다. 그 때, 1분에 한 큐라면 5초에 한 큐로 약속을 치밀하게 하는 게 배우의 컨디션에 관계없이 공연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연극은 약속 예술이기 때문이다. 관객들도 같은 공연을 봐야 하는데 어떤 날은 A를 보고 다음 날은 D를 본다면 그런 공연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큐가 많아지면서 약속을 세세하게 정하는 것은 B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배우들 고생이 많지만 모두들 이 방식이 마약 같다고 얘기한다. 큐가 많은 것은 기억하는 메모리 능력을 키우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 쁘티-오케스트라의 경우 어떤 부분이 강화됐나?

연정이란 말은 가슴시린 사랑이라 서글픔이 느껴진다. 이에 피아노와 북으로만 했던 것이 부족한 것 같아서 캐릭터마다의 심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음악을 찾았다. 타악, 관악, 현악이 있는 지금 팀이라면 뮤지컬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생각이 발전돼서 우리의 방식으로 뮤지컬을 만들고 있다. 올 10월에 ‘왕세자 실종사건’을 선보일 것이다. 관객들이 보고서 “이걸 어떻게 얘기해야하나.”라는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 심각하게 보고 분석하는 것보다 “괜찮아!”라는 반응을 기대한다. 그것이 B의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 “연극 ‘호야’는 000이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연극 ‘호야’는 이름 그대로 남녀가 만나서 좋은 밤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발걸음 하실 때 맛있는 음식도 드시고 산책도 하시면서 좋은 밤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1월의 마지막 주, 남산예술센터에 조선.연정.스캔들의 뜨거운 사랑을 전해 줄 연극 ‘호야’는 오는 1월 23일부터 31일까지 공연된다.(공연문의:1544-1555)

김수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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