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통 까만 배경의 포스터 한가운데 보이는 주황 글씨 리어카, 뒤집어지다. 글씨에서는 왠지 모를 촌스러움이 묻어난다.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 뒤에 모나미 볼펜으로 꾹꾹 눌러 적은 듯한 서체에서는 오래전 시절의 향수가 아련히 피어오르는 것만 같다. 헌데 정작 리어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바닥은 남녀로 보이는 듯한 두 사람의 맨발만이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리어카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남루한 차림의 두 남녀가 무대 위에 서있다. 둘의 차림새로 보아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아 보인다. 이들이 입은 무채색의 옷은 포스터의 검은색과 어우러져 이들의 어려운 형편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오른쪽의 여자는 왼손을 든 채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여자의 이마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과 머리 위로 드리워진 보꾸러미의 그림자는 그녀의 표정을 한층 더 어둡게 만든다. 옆의 남자는 그림자로 인해 얼굴이 완전히 가려져있다. 목이 없는 채로 제작된 조각상처럼 그의 모습은 검은 배경 속에서 실루엣으로 자리한다. 보꾸러미를 들어 올린 팔과 군데군데 얼룩진 옷에서는 일용직 노동자의 고단함이 물씬 베어 나온다. 연극 ‘리어카, 뒤집어지다’는 과거의 가난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삼아 가족과 이웃끼리 서로 순수하게 만나고 사랑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빈자의 가난한 삶 속에서 빠끔 얼굴을 내비치는 희망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소소한 감동을 선사한다. 극단 몸꼴의 연극 ‘리어카, 뒤집어지다’는 오는 12월 8일에서 1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관련기사 - 뒤집어진 리어카 속 숨은 몸짓, 극단 몸꼴의 연극 ‘리어카, 뒤집어지다(Handcart, overturn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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