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서 신종 플루에 이르기까지 2009년 공연계는 그야말로 악재의 연속이었다. 만성적 불황에 시달리는 공연계에 이들이 끼친 여파는 매서운 겨울바람만큼이나 차디찼다. 온갖 악조건 속에서 무용계는 서울무용제, 전국무용제 대한민국 무용대상 등 굵직한 행사들의 활기로 다채로운 한 해를 마감했다. 아르코예술극장의 무용중심극장으로의 변신에서부터 다양한 해외단체의 방한, 무용작품의 레퍼토리화 작업에 이르기까지 무용계는 자신만의 생존책을 모색해나갔다.

아르코예술극장이 무용중심극장이 된 것은 무용계의 고무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2009년 아르코극장의 기획공연이었던 안성수의 ‘장미&Mating Dance’를 제외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아르코예술극장이 무용중심극장이 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연초 화두로 떠올랐던 병역면제 문제나 지원금심사에 대한 논란 등의 난제가 있었지만 현재 병역문제는 한국무용협회와 문화부, 병무청의 노력으로 대안책을 찾았고, 지원금에 관한 논란은 변화에 따른 적응의 한 과정이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전용극장이 생긴다는 건 나라에서 비중을 많이 줬다는 얘기가 되고, 정부에서 비중을 줬다는 건 권장을 많이 해주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며 “그만큼 발전가능성은 높아지고 장기공연과 무용작품의 질은 점점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규모 페스티벌들과 극장자체 기획으로 초청된 해외단체의 방한은 무용계에 활기를 더했다.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은 “서울무용제, 전국무용제 대한민국 무용대상 등 굵직한 행사들이 하반기에 몰려서 무용계가 무척 화려하고 활발한 이미지를 주었다고 본다”며 “경제 불황과 저출산, 무대 투자비용의 상승 등 무용외적인 영향으로 인해 소규모 공연이 다소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 무용의 국제화에는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국내 작품의 경우 서울무용제 안무경연부문 등에서 젊은 무용가들의 수작이 많이 보였다는 것이 긍정적”이였다며 “‘신데렐라’, ‘차이코프스키’, ‘왕자호동’ 등의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국립발레단의 활약이 도드라졌던 한 해였다”는 소견을 전했다.

무용작품의 레퍼토리화 작업은 무용계의 저변을 확대했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현대춤 쪽에서 주목받던 기성 안무가 안애순, 홍승엽, 박호빈 등의 작품과 지난해 기대주로 꼽혔던 류장현, 김판선 등의 작품이 저조한 양상을 보인 반면 서차영, 허용순, 김경영, 조주현 등 창작발레 쪽에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며 “그 가운데 서차영 코리언발레씨어터의 ‘몽유도원도’와 같은 작품은 무용작품의 레퍼토리화 작업이라는 부분에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은 “특히 단체장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무용대상’에 대통령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 수여됨으로써 무용계는 더욱 활기찬 하반기를 맞이했다고 판단된다”는 견해를 전했다.

그렇다면 2010년 무용계는 어떤 내일을 맞이할까.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무엇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출범이 기대된다. 극장의 상주단체로 지정된 무용단들의 활약과 새롭게 열리는 한국무용협회의 국제무용콩쿠르와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등 병역 면제혜택이 주어지는 콩쿠르의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평론활동보다 공연기획 등 춤 사업에 활발했던 평론가들의 지각변동에도 관심이 간다”며 “그 변화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아직 알 수 없지만 단순히 해체와 결성, 분란의 결과만 보일 것인지 발전적 양상을 보일지 두고 보아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은 “무용중심극장이 확실히 실행되므로 해서 무용공연의 장기공연 등 다양한 춤 공연 형태가 생기리라 기대되며 무용 관객이 확장 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는 견해와 함께 대한민국 무용대상이 3회로 안정되면서 무용작품의 훌륭한 레퍼토리가 확보되리라는 기대를 전했다.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의미에 치중하면 춤을 보는 의미가 생기지 않는다”며 “느낌으로 음악을 듣는 것처럼 움직임의 라인에서 오는 느낌으로 즐겁게 춤을 즐길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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