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처럼 풍성한 하얀 발레복을 곱게 차려 입은 발레리나들. 그들과 극렬한 대조를 이루는 까만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그 빛 때문인지 발레리나들의 표정을 짐작해내기가 쉽지 않다. 하늘을 향한 그들의 몸짓이 애처로울 뿐이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포스터는 어딘가 모를 음산함을 풍기는 것이 금방이라도 악마가 등장할 것만 같다. 여리고 여린 발레리나들은 하늘 어딘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혹은 체념한 듯이 보이는 그들은 더욱 미묘한 분위기를 조장한다.
순수하고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는 지그프리트 왕자와 악마의 저주에 걸린 아름다운 오데트 공주,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천재적인 악마. 과연 지그프리트 왕자와 오데트 공주는 끝까지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국립발레단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백조의 왕자’는 해피엔딩 버전이다. 비극 버전에서는 오데트가 절망하여 호수에 빠져죽고 왕자도 따라서 죽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사랑의 힘이 악마의 힘을 이겨낸다. 극의 절정에 이르러서는 지그프리트 왕자가 악마와 온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결투를 한다. 악마가 왕자를 처치하려는 순간 오데트는 몸으로 막으며 왕자를 보호한다.

클래식 발레의 진수,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12월 9일부터 13일까지 공연된다.


정지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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