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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케트에 대한 오마주, 이해성표 부조리극 ‘굴뚝을 기다리며’6. 10(목) ~ 6. 27(일) 대학로 연우소극장
<굴뚝을 기다리며> 중 나나(이요셉)와 누누(오찬혁)

베케트에 대한 오마주이자 2021년 한국 사회 현실을 풍자하는 위트로 가득 찬 이해성표 부조리극 ‘굴뚝을 기다리며’가 오는 6월 무대에 오른다.

이 공연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이해성은 원작의 각색을 넘어, 2021년 한국 사회에서의 동시대적 실존을 보다 분명히 말하기 위해 원작에서 ‘고도를 기다린다’는 모티브만을 차용해 굴뚝 위 노동자들 이야기로 다시쓰기 하였다.

연극 ‘굴뚝을 기다리며’는 작품 내내 실소와 폭소를 동시에 자아내는 언어 유희가 계속되는 한편, 기계로 대체되는 인간 노동의 문제, 고공에서 농성하는 사람들의 삶과 같은, 현재 한국의 노동 현실을 독특한 방식으로 증언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우리의 실존은 무엇인가?

코로나로 인해 여전히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과연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코로나가 사라지기를, 기본 소득이 도입되기를, 우리 역시도 이야기 속의 인물들이 굴뚝에서 굴뚝을 기다리는 것처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인물의 이야기로 ‘실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베케트를 차용하여 작가 이해성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우리의 실존’을 묻고 있다.

작가 이해성은 결코 유보될 수 없는 우리 삶의 현재적 가치와 그 현재의 순간을 힘겹게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실존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높은 곳에 있으면 낮아 보이던 곳이 그보다 더 낮은 곳에 임하면 높아 보이듯이 말이다.

<굴뚝을 기다리며> 포스터

고공농성자들에게 투영해보는 우리 삶의 부조리한 방식

현대 고공농성의 역사는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숨을 걸고 자신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서야만 이야기를 들어줄까말까한 노동자의 현실은 무려 30년이 지난 2021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작가 이해성이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광화문 광장 캠핑촌에서 함께 했던 유성, 쌍차, 콜트콜텍, 파인텍 등, 고공농성을 해본 해고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부터였다.

이후 2018년 겨울, 파인텍 해고노동자인 홍기탁, 박준호의 고공농성에 응해 15일간 연대 단식을 하면서 그는 단식자 텐트에서 구체적으로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408일이라는 최장기 고공농성자였던 차광호와 함께 지내며 그 경험들을 인터뷰하고 차광호가 고공농성 기간 중 작성한 일기를 빌려와 읽으면서 굴뚝이라는 시공간을 체감하고 작품에 반영하게 되었다.

한편, ‘굴뚝을 기다리며’는 결코 노동 현실에 대한 고발만이 아니다. K-방역, K-팝, 오스카상 수상 등 한국 사회를 치장하는 화려한 문구 뒤에 숨겨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줄타기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공농성자들에게 투영한다. 위트있는 대사들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주인공들의 재담을 들으며 관객은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를 묻게 된다.

자료 제공_극단고래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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