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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정선아, 7년 황금기는 뮤지컬 ‘아이다’ 덕분동료를 챙길 수 있는 심적인 여유가 생겨서 감사

뮤지컬계에서 배우 정선아의 존재는 가히 독보적이다. 그 누가 이 배우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2002년 19세 나이에 뮤지컬 ‘렌트’로 데뷔해 지금껏 뮤지컬 외길인생을 걸었다. 당시 파격적인 신인의 등장은 아직도 회자되며 어느 작품에서든 제 몫 이상을 해내는 배우로 성장했다. 몇 년 전부터는 눈에 띄는 자기관리와 무대 매너로 두터운 신뢰까지 쌓으며 캐릭터 장인, 비욘세, 교과서 등으로 불린다. 그 성장 배경에는 뮤지컬 ‘아이다’를 빼놓을 수 없다.

◆정선아의 매력에 빠질 작품 ‘아이다’
대중이 원하는 정선아의 진가

아이다를 만나기 전 정선아는 ‘유린타운’ ‘지킬 앤 하이드’ ‘텔미 온어 선데이’ ‘드림걸즈’ ‘모차르트!’ 등에 출연하며 화려하고 강한 면모로 사랑받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매력을 알게 된 터닝포인트는 2005년 ‘아이다’ 오디션장이다. 정선아는 아이다 역으로 본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셨다. “2005년에는 태닝도 진하게 했고 화려하고 거친 역을 많이 했다. 아이다 넘버를 연습해갔는데 당시 연출 키스 배튼이 다음 시즌에 암네리스 역으로 오디션을 보라고 했다. 그의 큰 뜻을 이해 못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12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재연한 뮤지컬 ‘아이다’는 한차례 오디션 낙방 후 얻은 기회였다. 2005년부터 암네리스 역을 맡은 배해선의 무대를 본 정선아는 암네리스에 도전했고 당시를 회상하며 “확실히 제 눈에 암네리스가 많이 들어왔다. 암네리스가 너무 불쌍했다. 1막에는 관객을 웃겨주고 행복하게 했는데 2막에서 상처받은 여인이 되니 마음이 찌릿하더라. 암네리스 역에 도전하기 위해 옷과 머리를 준비했고 열심히 연습한 ‘My strongest suit’로 합격했다. 만장일치였는데 원캐스트로 3개월 120회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은데 모든 배우가 원캐스트여서 가능했다. 더 책임감이 생겼고 매회 좋은 컨디션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잘 먹고 운동했다.”며 순탄치 않았던 시작이었음을 고백했다.

2011년부터는 ‘아가씨와 건달들’ ‘에비타’ ‘광화문연가’ ‘쌍화별곡’으로 여왕과 공주, 비련의 여주를 맡더니 2012년-2013년 시즌에서 암네리스를 다시 만나 차지연, 소냐, 안시하, 김준현, 최수형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후 대중적 매력이 크게 발휘되는 7년 동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위키드’ ‘드라큘라’ ‘킹키부츠’ ‘데스노트’ ‘보디가드’ ‘나폴레옹’ ‘안나 카레니나’ ‘웃는 남자’까지 연이어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알려졌다. 2018년 갑작스레 중국 유학을 떠난 정선아는 “2년 정도 예상했는데 ‘아이다’가 마지막이라네요. 아이다는 놓칠 수 없다. 너무 많은 걸 깨닫게 된 작품이라 소중했다. ‘아이다’를 통해 상도 받고 사랑도 받았다.”며 7년의 황금기가 ‘아이다’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관객을 웃게 할 수 있구나, 관객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구나, 이제는 나도 사랑스럽고 예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구나. 그 뒤로 ‘위키드’ ‘킹키부츠’ 등에서 노래 한곡으로 사랑받았고 고마웠다. 관객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이어 ‘아이다’에 대해 “처음에는 얼떨결에 받은 고마운 선물이었는데 선물의 무게가 커졌다. 내가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아도 되나? 선물은 주는 즐거움도 있잖나. 나도 관객에게 받은 것보다 더 큰 걸 선물하고 싶다. 이 작품으로 관객이 힐링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지치지 않으려고 한다. 집에서도 냉골로 생활하고 매일 운동하고 노래하기 전에는 밥도 안 먹는다. 마지막인 걸 알기에 매 공연이 눈물바다.”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아이다’는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참여하는 배우로서 가장 큰 장점을 물으니 “처음 접했을 때 ‘Every story is a lover story’가 충격적이었다. 암네리스가 조용하게 막을 여는 음악인데 락앤롤로 바뀌는 부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노래와 무대전환, 조명이 딱 맞아떨어졌다.”며 “20년 전 시작된 작품이 아직도 세련되고 아름답다. 대본이 군더더기가 없어서 장면마다 감정을 잘 표현하게 된다. 정선아의 잔재주 없이도 음악과 무대, 의상이 잘 받쳐주니까 다른 생각 없이 할 수 있다. 그런 작품은 ‘드림걸즈’ 무대가 당시 혁신적이었고 ‘킹키부츠’ ‘워호스’ 등이 있다. ‘아이다’는 아름다운 무대에 배우가 배제되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라고 평했다.

총 다섯 시즌에서 세 시즌을 암네리스로 관객과 만나는 정선아는 배우로서 달라진 마음가짐에 대해 “다른 작품이라 할 정도로 제 마음은 다르다. 처음에는 ‘수트송’을 부른다는 것에 즐거웠고 두 번째는 ‘더 사랑받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상처를 극복하는 한 나라의 여왕이 되는 것에 신경 썼다. 관객이 ‘수트송’에서 재밌게 즐겼다면 2막에서 함께 울고 가슴 아파하며 정선아가 아닌 암네리스 자체로 공감을 끌어내는 것에 노력했다.”라며 캐릭터 방향을 설정했다. 또 “이전에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배신을 이해 못 했지만, 지금은 너무 이해한다. 하지만 새로운 여왕으로 떠오를 각오와 준비를 단단히 했다. 마지막 재판 장면도 이번에는 그 말을 꺼내기까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전에는 공주인데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내가 불쌍했다. 이제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사람의 입장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더 슬프다.”라고 깊어진 마음을 드러냈다.

◆ 2005년 배해선, 2020년 아이비

어느덧 데뷔 17년 차를 맞은 배우에게도 떨리는 존재는 바로 배해선이었다. 정선아는 “배우는 좋아하는 선배나 같은 역의 배우가 보러 오면 부끄럽고 떨려서 더 잘하려다가 망치는 경우도 많다. 편하게 공연하다가 중간에 소식을 듣고 덜덜 떨었다. “선아야 너무 잘 표현했다. 최고야”라고 말해줘서 큰 힘이 됐다. 내가 하고 싶었던 역을 했던 배우가 왕관을 물려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며 웃었다.

조언을 보탤 만큼 성장한 그는 지난 시즌부터 암네리스 역을 맡은 아이비와의 친분도 전했다. “아이비가 뮤지컬을 하기 전부터 친했다. 2010년 저의 암네리스를 보고 “너는 암네리스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해줬던 언니와 ‘아이다’에서 만나 “선아야, 내가 꿈꿨던 무대를 너와 함께해서 좋다”고 했을 때 저도 신기했다. 저와 아이비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 또 다른 매력의 캐릭터가 나오는 것 같아 재밌고 아이비는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치켜세웠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공주는 현실에서 서로 다른 매력에 반한 상황이다. 정선아의 데뷔작 ‘렌트’에서 팬이 됐다는 윤공주는 인터뷰에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두 배우는 ‘아이다’에서 처음 만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레전드 캐스팅으로 꼽힌다. 한 무대에서 만나는 상대 여배우의 고백을 받은 정선아는 “같이 한 작품이 없어서 신기하다. 언니는 저에게 재밌고 사람 챙기는 줄 몰랐다는데 나는 언니가 챙겨주고 싶은 사람인 줄 몰랐다. 왜 다 늙어서 만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거다.”라고 답해 폭소케 했다. 이어 “에너지가 잘 맞아서 무대에서 힘이 되는 사람이다. 무대 위 암네리스와 아이다의 대화가 배우로서 우리의 모습 같다. 거리낌 없이 진솔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며 “윤공주 언니는 2010년에 암네리스로 오디션을 봤었는데 마지막을 함께하게 됐다. 언니와 저는 서로 너무 좋아한다. 앞으로도 작품에서 많이 만나고 싶다.”며 신뢰를 보였다.

새로운 캐스트인 전나영에 대해서는 “제가 ‘아기야’라고 했더니 서른이라더라.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 있고 아래에서는 ‘언니,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안 들어줄 수 없다. 우쭈쭈~ 그래 네 맘대로 하렴. (웃음) 보석 같은 존재가 탄생한 것 같다. 아이다 역은 기존 배우도 쉽지 않다. 나영이는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한 배우지만 부담이 많았을 거다. 두 아이다가 연습벌레라 방만 있으면 노래를 부른다. 어찌나 노력하는지 ‘충분해’ 클라이맥스를 내가 부를 수도 있겠다. (웃음) 저렇게 노력하니까 무대 위에서 떨지 않는다. 나영이 아이다를 맡은 건 행운이고 너무 딱 맞는 옷을 입었다. 한국 말하는 외국인 같기도 하고 정말 아이다 같다.”며 아끼는 마음을 전했다.

◆ 경지에 오른 연기가 목표

어떤 캐릭터를 입어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 정선아는 “이전에는 잘하고 싶었다. 지금은 잘하는 건 당연한 배우의 임무고 내가 그 역을 했을 때 관객이 저와 여정을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 관객이 캐릭터에 빠져들고 기쁨과 아픔에 공감하면서 본인이 암네리스라고 느끼게 하는 경지에 가고 싶다. 지금의 목표고 주력하고 있다. 이런 말을 하다니 많이 컸다. (웃음) 같은 역을 세 번 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잖나.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 다시 처음 느낌으로 하겠다.”

‘아이다’는 암네리스, 라다메스, 메렙, 앙상블 등 각자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은 극이다.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뜨거운 사랑이 얄미운 기분마저 느끼게 하는 암네리스의 매력은 뭘까. “암네리스는 임펙트가 강할 뿐 장면이 많지 않다. 그래서 라다메스를 갈망하는 감정을 유지해야 마지막에 배신당할 때 슬퍼할 수 있다. 둘의 사랑이 예쁘게 보이는 와중에 암네리스는 라다메스만 바라봐서 불쌍하고 안타까운 것 같다. 사랑하면 바보가 된다는데 관객도 2막에서 암네리스 손을 잡아주는 것 같다. 특히 커튼콜에서 ‘고생했다, 너를 응원한다’라는 느낌을 받는다.”(웃음)

그만큼 배우 정선아의 필모그라피에서 유난히 암네리스가 인기다. 그 이유에 대해 “전 유쾌한 사람이라 잘 어울리나 보다. 상당히 긍정적이라 지난 일은 잘 잊고 기억력이 좋지 않다. (웃음) 관객이 저에게 바라는 암네리스의 이미지를 잘 충족시켰기에 이 역할을 사랑해주는 것 같다.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슬픈 사랑 이야기에 제가 잠깐씩 나와서 무거운 마음을 즐겁게 해드리기에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안나 카레니나’에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도 카타르시스가 있었다.”라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인정했다.

오랫동안 무대에 남겠다는 의지와 노력, 책임감은 정선아의 클래식한 매력 포인트다. 그는 “앞을 바라보면서 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선 몸이 건강하고 심적으로 행복하면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최고의 힘을 줄 수 있다. 그 힘을 잘 전하려면 제가 행복한 사람이어야 하고 긍정적으로 에너지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며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힘들 때도 무대 위에서 전혀 티 내지 않고 역할에 임하고 있다. 많은 배우가 작품이 끝나면 자신이 사랑하고 산고의 고통인 작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내가 정선아인지 암네리스인지 헷갈린다. 다른 작품 하기 전에 여행으로 저를 찾고 온다. 지금까지 집중하고 사랑했던 캐릭터를 마음속에 두고 새 옷을 입기 전에 저만의 행사다.”라고 노하우도 털어놨다.

◆ 뮤지컬 외길 인생. 격세지감
대중에게 사랑받는 뮤지컬의 발전

높아진 뮤지컬 배우들의 인지도. 장르적 인기를 반영하듯 지역 뮤지컬 콘서트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어린 나이부터 그저 좋아서 시작한 무대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까지 정선아는 숨은 고수로 평가받았다. “무대에서 난다긴다해도 관객이 없으면 누가 아나. 뮤지컬 시장이 커져서 힘을 많이 받아 저도 성장했다. 저는 계속 무대에만 있었는데 많은 분이 뮤지컬 배우를 찾아 주는 게 감사하다. 뚝심 있게 한길을 걸은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달라진 뮤지컬의 위상을 기뻐했다.

정선아는 2020년을 맞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정선아 많이 컸다.”라고 자축했다. “체감은 아직도 신인 같고 항상 어렵다. 주연을 맡아도 30세까지 막내였는데 이제 까마득한 후배들도 생겨서 기분이 이상하다. 이 장르에서 오랜 시간 있었는데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뮤지컬을 이끄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후배가 나와서 행복하게 공연했으면 좋겠다. 작품이 사랑받고 잘되려면 배우의 합이 중요하다. 배우와 스태프도 같은 생각이어야 한다는 걸 느낄 나이가 됐다. 그동안 몰랐던 많은 것을 더 알아가고 동료를 챙길 수 있는 심적인 여유가 생겨서 감사하다.”라며 “대중이 뮤지컬을 너무 좋아해 준다. 무대 예술은 종합예술이고 방송과 또 다른 매력이다. 배우로서 발전되고 커지는 과정이 뿌듯하다. 저도 힘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응원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다’를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외국 연출이 말하길 한국 초연 이후 이렇게 발전하고 역량이 뛰어나게 될지 생각도 못 했다더라. 전에도 좋았지만, 이번 시즌은 어느 때보다 배우들의 합이 출중하다고 해줬다. 상을 많이 받은 ‘갓상블’에 주목하면 좋을 것”이라며 마지막 시즌의 관람 포인트를 꼽았다.

뮤지컬 ‘아이다’는 2019년 11월 13일부터 2020년 2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이후 3월 20일부터 4월 19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그랜드 피날레를 장식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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