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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인 회화 작가 그룹 ‘사담私談’에게 듣는 ‘사사로운 이야기’

 

‘사담(私談)’은 추계예술대학교를 졸업한 세 명의 작가 김미량, 이현희, 주예지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한 가족처럼 친하게 웃고 떠드는 그녀들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 그러나 그녀들의 작품을 보면 놀랍게도 각기 확연히 다른 분명한 개성이 표현되어 있다. ‘사담’의 작가들과 작품에 대한 사사로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이번 전시에서 이현희 작가님의 전체적인 작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정리 안 된 어지러운 방들이 굉장히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 저는 제 일상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상상력을 더해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의 정리되지 않은 흐트러진 모습을 많이 그렸어요. 원래 여자 방은 정리 되어야 하는 공간이죠. 그런데 이것저것 늘어놓은 상태를 상상해보니까 야생의 자유로운 공간이 매치되더라고요. 또, 방에 있는 옷장의 모습은 신전과 흡사해요. 군데군데 신화의 상징도 배치되어 있어요. 전 갑자기 손님이 오면 옷장에 이것저것 막 쑤셔 넣는데 이것 역시 하나의 신화가 아닐까요. (웃음)
세밀하게 그리게 된 것은 아무래도 옷의 프린트나 보석같이 여성적인 것을 다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상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면 더 상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초현실주의가 사실적이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렇지만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구도나 시점도 맞지 않고 그림자도 없어요.

▷ 이현희 작가님 그림을 보면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들어가 있는 동물들이 인상적이에요.
▲ 전 동물을 의인화 하는 걸 좋아해요. 직접 제가 등장할 수도 있지만 그림을 보며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거든요. 그림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고요. 세 사람이 각자 패러디 작품을 그렸는데 저는 마네의 ‘올랭피아’(Olympia)를 그렸어요. 당시에 선정성으로 센세이션을 불러 모은 그림이죠. 창녀 대신 동물원에서 주목 받는 판다를 그렸어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Luncheon on the Grass)는 ‘여왕의 점심식사’라는 제목으로 패러디 했는데, 구도적 차용과 함께 남자들이 있던 자리에 멧돼지를 그렸어요.


▷ 주예지 작가님의 방도 굉장히 독특하네요. 방을 가득 메운 붉은 색이 인상적이에요.
▲ 이 방은 실제 하는 방이 아니라 타인은 모르는 제 내면의 방이에요. 졸업 작품으로 시작한 게 아니고 학부 때부터 붉은 방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저는 피부 질환이라는 경험 때문에 방안에 많이 갇혀 있었어요. 그림을 그릴 때도 처음엔 이 경험을 표현하고 싶지 않았는데 할 얘기가 그것 밖에 없더라고요. 보통 붉은 색은 힘, 정열 같은 것을 나타내잖아요? 그렇지만 제 개인적인 이야기 속에서 붉은 색은 그러한 색이 아니에요. 주변이 빨갛다면 붉은 상처를 가진 내가 잘 안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호색인 거죠. 그 속에서 사람들 만나기를 꺼려하며 공간 안에 갇혀 있었어요. 이제 방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변화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방의 색에도 변화가 있겠죠?

▷ 거기 담겨있는 소품들도 굉장히 일관성 있어 보이네요.
▲ 소품에도 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요. 방에 혼자 있으면서 책을 많이 봤어요. 책에 있는 세상이야기가 위로를 주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태된 저에게 괴로움을 주기도 하죠. 그래서 어지럽게 흩트려놓았어요. 씨만 남은 사과는 저의 패러디 작품에도 쓰인 소재인데요. 마그리트의 ‘청강실’(The Listening Room)은 방안에 하느님의 말씀을 의미하는 커다란 사과를 가득 채운 작품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사과를 먹여주시던 추억을 가지고 있는데 어른이 되면서 영향을 덜 받게 되는 것을 다 먹은 사과로 표현했어요.
방이라는 소재는 그 사람의 모습을 대변하죠. 마음이 어지러우면 주변도 어지러워지죠. 누구나 다들 자신의 방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안식처가 되는 내면의 공간을요. 제 이야기로부터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방을 쳐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 김미량 작가님의 작품은 표현 방법이 굉장히 독특해요.
▲ 저는 반 고흐 작품을 패러디 했는데요. 반 고흐는 수많은 거친 터치들로 작품을 만드는 화가였어요. 저만의 방식과 터치를 찾다가, 하나하나 테이프를 오려 붙이고 구멍에 오일 파스텔을 채운 뒤 뜯어내는 방식을 찾아냈어요. 어렸을 때부터 종이인형이나 색칠 공부를 좋아했거든요. 지금 작업의 소재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라 이 방법이 작품의 색깔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이 담겨 있네요. 작품 속에 특히 간판이 많이 보여요.
▲ 고향이 제주도인데 서울에 올라와서 살다 보니 옛날 골목처럼 향수 젖은 풍경에 매료되더라고요. 골목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그 속에는 간판이 항상 존재하더라고요. 간판은 당대 문화의 한 측면을 보여줘서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아빠의 청춘’이라는 작품은 청춘 극장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에 땡땡이 무늬, 이소룡, 탈, 누드화 등을 재조합 했어요. ‘마이 랜드’, ‘오싹오싹 팡팡’은 월미도에 가서 찍은 사진들이 소재에요. 월미도에 갔더니 물고기가 그려진 기둥이 촌스러워서 인상적이더라고요. 기둥 아래는 물고기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바다로 만들었죠. ‘Jack 참치조치’같은 경우는 세련되어 보이는 간판 밑에 바로 참치 조치 같은 간판이 재미있어서 소재로 삼았어요.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볼 수 있다. 한 달 넘게 전시실에서 작업을 하며 그들만의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남겨놓았다. ‘원래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급하게 하느라 이것저것 벌려놓았다’며 웃는 작가의 모습에 금세 친근감이 든다. 사사로운 내면을 함께 공유하는 과정 자체를 창작으로 승화시킨 이번 전시는 소통에 대한 작가들의 고민이 농축되어 있다. 신인 회화 작가들의 전시회 ‘사담공감(私談共感)’ 은 영등포구 ‘GALLERY AG’에서 5월 18일에서 6월 30일까지 열린다.


백수향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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