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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본 몸 숭배 사회

 

‘미녀는 괴롭단다. 자신을 에워싸고 있던 무시무시한 몸의 굴욕에서 벗어나니 너무 착한여자라서, 너무 예쁜 여자라서,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서 미녀는 괴롭단다.’ 600만 관객 돌파, 로맨틱 코미디 관객 점유율 1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연일 흥행 행진을 하고 있는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인지 ‘제니’인지의 탄성이다.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지만 못생기고 뚱뚱해서 대창가수에 머물면서 폰섹스를 즐기던 ‘한나’가 전신성형을 하고 오디오 비디오 다 되는 가수로 짝사랑하던 ‘상준’과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 영화, 재미있다. 영화 속 ‘김아중’도 신드롬을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이 영화, 시네페미니즘(cinefeminism)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할 말 많은 영화다.

-‘몸’의 서열화로 이분화 된 여성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예쁜 여자 ‘아미’는 이기적이고 못되고 머리는 비었다. 예쁘지 않은 여자 ‘한나’는 얼굴과 몸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언제나처럼 순진하고 착하다. 영화는 예쁘지 않은 여자로서의 ‘한나’와 예쁜 여자로 거듭나는 ‘제니’의 이야기로 이분화 된다. 영화에서는 이처럼 여자의 가치를 ‘몸’이라는 기준 하에 이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여성상을 예쁜 여자와 예쁘지 않은 여자라는 두 부류로 단순하게 구조화시킨다. 이렇게 '몸'이라는 기준에 이분화 된 여성은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월한 몸/열등한 몸, 아름다운 몸/추한 몸, 경쟁력 있는 몸/나태한 몸과 같은 위계구조 속에 놓이게 되고, 자연스레 몸의 자본화와 몸의 서열화로 연결되어 타자가 만들어 논 분류체계 속에 편입되고 있다.

- 아름다움의 욕망 실현. 그 종착지는 남성 만족인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실현은 누구에게나 내재된 욕망이다. 그러나 여기 ‘한나’의 욕망은 자신의 신체적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질적으로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자신의 긍정적 욕망 실현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대상(상준)을 위한 자신의 헌신으로 귀결된다. 또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나’의 친구 못생긴 여자 ‘정민’은 남자에게 버림받고 이용당함에 지쳐 자살 기도 끝에 성형을 선택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서도, 여성의 욕망실현은 남성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함을 은근하게 이야기 하는 <미녀는괴로워>는 권위적인 남성의 패러다임 안에 또 한 번 여성의 욕망을 가두고 있다.

- 성형에 대한 이중적 잣대
극중 ‘상준’은 ‘성형? 예뻐지면 괜찮지만 내 여자는 안 돼!’ 라는 대사로써 성형과 여성에 대한 가치관을 대변한다. 상준과 같은 논리라면 성형을 조장하는 사회 환경에 순응하기 위해 성형이라는 선택을 한 여성들은 이제 갈 곳이 없다. 남성들이 정해놓은 정상성에서 위배되었기 때문이다. ‘혼전순결’을 놓고 벌이는 남성의 이중 잣대와 같은 논리다. ‘남의 여자는 괜찮은데 내 여자는 순결해야 돼’와 같은 논리는 남성이 만들어 논 정상성의 이중적 잣대로 여성을 억압하는데 이르고 있다.

- 예쁜여자, 착한여자를 권하는 사회
미녀로 거듭난 ‘제니’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다 결국 콘서트에서 자신이 본래 못생기고 뚱뚱한 ‘한나’임을 밝힘으로써 ‘상준’에게, 관객에게 사랑을 받는다. 과연 그 ‘사랑’이 본래의 ‘한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나’의 몸과 ‘한나’의 얼굴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S라인의 미녀 ‘제니’의 외형에 내재된 착한 ‘한나’가 있을 뿐이다. 영화는 예쁜여자 만으로도 만족할 수 없는지 착한여자의 의무를 더해주고 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녀는 괴로워>의 잘, 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한 외모지상주의와 편견에 사로잡힌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훌륭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는데 문제의 근본이 여성의 외모관리, 몸 관리, 성형과 같은 기제들이 남성적 시선과 권력에 의한 것인데도 그 맥락을 인정하지 않고 감추려 한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영화에서 만이 아닌 사회적 맥락에서 공공연하게 되풀이 되고 있으며 극 중 ‘한나’와 같이 여성들 자신이 육체를 남성의 관음증적 쾌락의 도구로 전시하는데 열중함으로써 성형열풍, 외모강박증, 다이어트 등으로 자신들을 성적 대상화를 조장화 시키며 사회병리적 현상을 자아낸다는 데에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몸과 관련된 아름다운 신화를 만들어 내며 몸을 숭배하고 있다. 사회의 구성원은 숭배의 원인도 모른 채 그저 자기를 드러내는데 급급한 노출증 환자와 같다. 사회적 개인과 사회적 제도가 날을 같이 하는 이 문제는 여성과 몸을 획일화 하는 사회의 구조개선, 미의 기준을 만들어내는 대중매체의 도덕적 의무, 남성들의 권위적인 시각의 교정, 여성들의 몸에 대한 주체성의 동반이라는 거시적인 보수와 실천이 요구되어진다. 이러한 문화적, 제도적 실천을 바탕으로 얼짱, 몸짱의 지상 최대의 과제에서 벗어나 보다 생산적인 삶의 아름다운 주인공으로서의 신화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본다.


김미소 kmgmiso@hanmail.net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2월 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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