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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70]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2013년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연극부문에 선정되어 2014년 연극으로 초연했다. 이후 2015년 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뮤지컬 신작 릴레이 공연으로 선정됐다. 이번 공연은 원작가인 이오진과 작곡가 정혜진, 연출가 민준호 등의 창작진이 합세하여 뮤지컬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작품은 상위 0.3%의 성적을 자랑하는 정이레가 같은 반 친구 지훈과 키스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누군가로부터 유포되면서 시작된다. 이레는 순식간에 ‘게이레’로 전락해 하루아침에 초특급 우수학생에서 일약 비아냥거림을 받는 최저급 학생으로 강등당한다. 현신은 가정의 아픔을 간직한 채 오토바이를 훔친 탈선 학생이다. 작품은 이레가 일진 짱인 현신과 학교 반성실에서 반성문을 쓰게 되는 연유와 함께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대신 사진을 찍어 유포한 범인을 잡아달라는 이레의 부탁을 받은 현신이 반성실에 오기 전 10일간의 시간을 추적해 거슬러가며 친구들의 협조로 범인을 잡기까지의 추리 과정을 뮤지컬로 재창조한다.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이레와 현신, 두 사람의 메인 캐스팅과 더불어 이레의 상대역이었던 지훈, 왕따의 피해자였던 봉수, 교장선생님과 체육교사, 그리고 고재범과 구교은 등 학교 주변의 인물들과의 관계들을 통해 모두에게 얽혀있는 사회적인 조직과 관계를 그려놓는다. 또한, 그들의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를 드러내며 청소년들의 성장통 뿐 아니라 보이지 않았던 부조리한 사회적 삶의 한 단면을 그리고 있다.

작품의 정서와 캐릭터를 부각하는 넘버들은 대체적으로 작품 속에 잘 이입되었다. 이레와 지훈의 ‘러브송’, 현신의 ‘남이 만든 세상’, 일진들의 ‘게이레송’, ‘대학 가고 싶다’ 등은 드라마적 상황의 상태를 잘 나타냈으나 전체적으로 메인 테마의 부각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캐릭터들의 관계나 설정들이 추리에 걸맞게 실타래처럼 엉키고 풀어내는 넘버가 추가돼 전체적으로 음악적 구조에 의한 드라마의 증폭과 관계들이 좀 더 치밀하게 엮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이 작품은 2010년 미국의 뉴저지주 럿거스대 18세 음대생이 자신의 동성 친구와 성관계 장면이 몰래 촬영 당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워싱턴 다리에서 투신자살한 ‘타일러 클레멘티 자살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2015년 오늘날의 한국, 그리고 또 어딘가에 있는 모든 타일러에게 바치는 일곱빛깔의 꽃 한 송이’라고 제작 프로듀서인 강승구 씨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목의 ‘바람직한’은 어른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주관성이 짙은 도덕적 가치 기준을 청소년에게 덧붙인 기성세대의 강요와 폭력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있어서 무엇이 바람직하고 무엇이 도덕적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작품은 동성애라는 것의, 일반적인 양성애자의 보편적인 기준과 다른 차이를 기본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근거 없는 잣대로 인한 몰지각한 차별과 폭력으로 인간 본성의 순수한 감정을 무시하고 억압하며 그 아픔을 삭이게 하고 순수한 감정을 상실하게 하는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다른 차이의 사랑의 감정을 천박하거나 역겹게 매도하고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어른들의 기준과 잣대만이 유일하게 똑같이 적용되어야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꼭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서 어른들이 어떠한 배려와 충언을 해야 할 것인지, 무엇보다 진실로 바람직한 청소년들을 위한 도덕적 기준에 의한 어른들의 기지와 혜안은 어떻게 발현되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작품의 무대는 미니멀한 무대 디자인에 선만 있고 면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미성숙한 청소년의 이미지를 가져 온 듯한 심플하지만 작은 오브제들의 조합으로 상징적이고 효과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이레와 지훈의 키스 장면을 찍은 누군가를 추적해가며 시간의 흐름을 포착한 일력의 활용과 운용과 같은 장면은 적재적소에 포진하고 있어 작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작품은 공간과 장소, 인물들의 심리를 다각도의 방향에서 부각했다. 최소화한 조명의 효과적인 활용으로 미장센을 구축한 영리한 연출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이나 무대에서 열연하는 배우들 간의 간극을 좁히고 더러 관망하거나 이입하여 함께 추리하고 몰입하게 했다. 또한, 어느새 떨어져 객관적인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작품의 합을 구축하고 완성하는데 큰 몫을 했다. 이레와 현신의 역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일인이역을 해내며 천연덕스럽게 때론 개구지게, 능청스레 연기했다. 닮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던 서로 다른 두 캐릭터인 이레와 현신도 이해와 소통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상태에 따라 더불어 어떤 형태이든 즉, 비정상적이거나 부적절하든 간에 이해하거나 인정할 수 있는 진실한 사랑의 감정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한다.

단지 전체적으로 가창 부문에 있어 드라마틱한 감정을 실어 내는 것은 좋았지만 각 시퀀스에 따른 음악적 균형과 화성적 브랜딩을 구축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지훈 역을 맡은 강민욱의 청정보이스와 예쁜 음악적 결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젊은 날의 초상, 성장통에 관한 조금은 다른 한 단면의 부각이었다. 하지만 작품은 무언가 부족한 청소년 시절과 덜 갖춰져 미성숙한 사고와 행동으로 불안한 모습들의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것에 대한 정의와 잣대, 그리고 사람의 감정과 그런 감정을 위한 이해와 인정, 더 나아가 우리네 삶의 진정한 기준과 방향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공연은 1월 17일부터 3월 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주)이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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