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조로’ 프레스콜이 9월 5일 오후 2시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뮤지컬 ‘조로’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과 포토타임,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장면은 1막의 시작을 알리는 ‘Balla Me’, ‘One more Beer’, ‘Your Delusion’, ‘Training’ 등이 이어진 후 2막 ‘Libertad’, ‘Bamboleo’ 등이 시연됐다. 프레스콜에는 ‘조로’이자 ‘디에고’ 역의 김우형과 휘성, ‘이네즈’ 역의 서지영과 소냐, ‘루이사’ 역의 안시하와 김여진, ‘라몬’ 역의 조순창과 박성환이 함께했다. 이외에도 ‘가르시아’ 역의 서영주, ‘돈 알레한드로’ 역의 김봉환, 이희정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뮤지컬 ‘조로’는 2008년 런던 웨스트엔드 게릭시어터에서 초연됐다. 공연은 런던에서만 31만 명이 관람했으며 2009년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에서 최우수작품, 남우주연, 여우주연, 안무, 조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올해 공연은 ‘리부트 조로’(Reboot Zorro)로 지난 초연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일문일답, 뮤지컬 ‘조로’를 말하다

- 가수 데뷔 이후 첫 뮤지컬 도전이다. 소감이 어떤가.

휘성: 우선은 신기한 부분이 많다. 저는 카메라 공포증, 무대 공포증이 있다. 뮤지컬 무대에 서면 그러한 공포증이 사라진다. 무대는 모든 것이 약속된 상태에서 오르다 보니 떨리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물론 실수는 계속하고 있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 뮤지컬 ‘조로’를 첫 뮤지컬 데뷔작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휘성: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조로’라는 인물이 날아다니고 레이저를 쏘는 영웅이기보다는 인간적인 면이 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연출님이 생각하고 있는 ‘조로’도 이와 비슷했다. 그래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 극 중 ‘라몬’과 ‘루이사’는 감초 역할을 수행한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박성환: 일반적으로 작품에는 주인공이 있으면 그와 반대되는 악의 무리가 있다. ‘라몬’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정의’라는 이름 아래 똘똘 뭉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런 부분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악인으로 보일까’,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이유도 있어야 하는데’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이유가 있어야지 ‘라몬’의 행동들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제가 그린 ‘라몬’은 이유가 있어도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을 찾고 있다. 이 캐릭터가 정의의 반대에 서서 정의를 부각시켜주는 인물로 그려질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 

조순창: 작품을 처음 읽고 ‘라몬’이라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제가 보여줄 연기와 관객들이 보게 될 연기에 확신을 갖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이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을까’, ‘어떤 생각을 해왔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답을 찾기 위해 ‘욕심’을 코드로 잡았다.

‘라몬’은 나쁘고, 비열하며, 정복욕이 강하다. ‘라몬’이 나쁠수록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정당화된다. 무대에 오를 때는 확신을 갖고 연기하려 노력하고 있다. ‘확신을 가진 미친놈이 제일 무섭다’라는 말이 있다. 캐릭터는 ‘내가 무조건 좋은 것을 가져야 한다’, ‘남이 나보다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그걸 빼앗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계속 만들며 잡아갔다. 그래서 인간적이고 푸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조로’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

안시하: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루이사’ 역이 ‘라몬’의 정략결혼녀, ‘조로’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로만 알고 있었다. 감초 역할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리딩할 때도 몰랐다. 동선을 긋고 연습을 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루이사’가 감초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웃기겠어’라는 생각을 갖고 작품에 임하는 것은 아니다. 매 순간 대본과 상황에 집중하고 진심으로 임하다 보니 개그 코드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캐릭터가 주는 관계, 상황이 만들어내는 느낌, ‘루이사’가 생각하는 감정들이 관객에게 순수하고 원초적으로 전달된다. 그런 부분 때문에 ‘루이사’가 감초 역할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느낌이 좋다. 청순한 여자였다면 매력이 없었을 것이다.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변하는 ‘루이사’의 모습은 배우 안시하의 입장에서 굉장히 사랑스럽다.

- ‘조로’ 역의 두 배우는 그동안 보여준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연기해야 한다. 이 부분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휘성: ‘조로’ 역을 연기하는 네 명의 배우 모두 다 다른 연기를 한다. 신마다 개그 요소도 다르다. 김우형 배우는 굉장히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다 분위기를 반전시켜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저는 감성적인 노래를 계속 부르고, 지질한 가사를 인물들에게 어필하려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진지한 장면에서 관객들이 오히려 웃더라.

이번 작품을 하면서 서영주 배우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진지해야 웃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정말 신세계였다. 이곳은 거짓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는 것도 배웠다. 거짓말로 꾸며낸다면 영화나 드라마는 NG를 내고 다시 촬영에 들어간다. 뮤지컬은 그런 것이 없다. 얼마나 진실한지에 따라 사람들에게 어필되는 강도가 다르다.

지금까지 수백 곡 넘게 앨범을 발표했지만 타이틀 곡이 발라드였던 것은 ‘안되나요’가 전부다. 다른 곡들은 모두 템포가 있는 곡들이었다. 가사가 워낙 지질하고 애절하다보니 발라드라 느낄 수는 있다. 많은 분들이 모르실 수는 있지만 16세 나이에 백댄서로 가요계에 입성했다. 춤추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다. 문제는 짧은 기럭지다.

김우형: 이번 공연에서 ‘조로’ 역은 네 명이나 된다. 각자 추구하는 연기 스타일은 다 다르다. 그동안 저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조로’가 보여주는 코미디, 개그 코드는 이번에 처음 해본다. 개인적으로는 ‘배우 김우형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작품은 코미디를 추구하고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주지만 궁극적인 우리의 목표는 행복한 분위기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매 회 진지하게 작품에 임하고 있다.

오늘은 액션 장면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지만 공연에서는 액션 장면이 많다.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은 많은 액션 연습을 했고 그것을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가 그동안 해본 적 없는 코미디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것도 행복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웃겨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 여자 주인공이지만 ‘루이사’는 청순가련과 거리가 멀다. 검술도 연마해야 한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안시하: 검술 연습은 정말 힘들었다. (한숨). 아침 10시에 모여 저녁 10시까지 매일 연습했다. 힘들었던 것은 ‘루이사’가 귀족 여성이고, 세 살 때부터 펜싱을 한 설정이다. 때문에 저는 자세도 귀족처럼 잡혀있어야 했다. 검술 장면은 합을 맞추는 호흡이 조금만 달라도 금방 액션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긴장하는 신이기도 하다. 의상 때문에 호흡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도 한 달, 두 달 동안 매일 아침 연습을 해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지만 익숙하다.

그동안 늘 우는 캐릭터를 연기해서 공연 중에 속눈썹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 행복하다. 무엇보다도 ‘루이사’는 캐릭터가 전해주는 힘이 좋다.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그 부담감을 버리고 임하다 보니 조금 더 편해졌다. 청순가련형과 말괄량이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제 성격상 ‘루이사’ 캐릭터가 맞는 것 같다. 관객들에게도 말괄량이형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게 다가올 것이다.

김여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원캐스팅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캐스팅으로 ‘루이사’ 역을 연기해야 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안시하 배우가 몸을 잘 써서 옆에서 보고 배우는 부분이 많다. 전작 뮤지컬 ‘삼총사’에서는 ‘루이사’와 반대되는 ‘콘스탄스’ 역을 연기했다. 만약에 ‘루이사’가 ‘콘스탄스’였다면 ‘밀라디’에게 잡혀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만큼 이 캐릭터는 당차고 강하며 자기 주관이 뚜렷한 여자다. 안시하 배우와 저는 내면에 보이시하면서도 밝은 부분이 많다. 그런 점에서 ‘루이사’ 역을 맡게 된 것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뮤지컬 ‘조로’는 8월 27일부터 10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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