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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 남자의 사랑과 헌신에 초점 맞춰” 이기쁨 연출‘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원작, 연극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는 한국 영화가 사랑하는 일본 소설작가다. 영화 ‘백야행’, ‘방황하는 칼날’은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소설이 보여준 상상력을 구체화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는 연극 무대에 오른다.

 

연극 ‘용의자 X의 헌신’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야기는 ‘야스코’의 우발적 살인으로 시작된다. 극 중 ‘야스코’는 자신을 찾아와 행패 부리는 전남편을 죽인다. ‘야스코’의 옆집에는 수학교사 ‘이시가미’가 산다. 그는 ‘야스코’를 오래전부터 짝사랑하고 있다.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돕기 위해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구축한다.

 

원작 소설은 작품의 결말을 알려준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 작품의 줄거리와 결말을 먼저 마주한다. 그들은 작품이 어떻게 무대화될지 궁금증을 갖는다. 반대로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은 연극 ‘용의자 X의 헌신’을 통해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작 소설과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기쁨 연출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유명 베스트셀러, 소설에서 연극으로!

 

- 이번에 연극 ‘용의자 X의 헌신’의 연출을 맡았다. 어떤 작품인가.

 

연극 ‘용의자 X의 헌신’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이미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얻었다. 일본에서는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공연된 연극 대본을 번역해 그것을 기반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극은 추리를 바탕으로 흘러간다. 이야기는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는 와중에 한 남자의 사랑과 ‘헌신’을 담고 있다.

 

- 연극 ‘용의자 X의 헌신’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일단 이번 공연을 제작하는 피디님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 마니아다. 물론 번역을 맡은 선생님도 원작 소설을 좋아한다.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로 먼저 접했다. 작품을 맡아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온 뒤 소설을 읽었다. 읽어보니 내용이 재미있고 가볍지도 않았다.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 함께했다.

 

- 원작 소설을 무대로 옮기면서 신경을 쓴 부분이 있나.

 

워낙 원작 소설 자체가 탄탄한 스토리로 유명하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수정을 많이 하지 않았다. 단지 일본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우리 정서에 맞게 바꾸는 작업에 신경을 썼다. 일본 작품은 특유의 특성이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와 일본스러운 느낌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2006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2014년 현재와 상황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오래된 느낌을 주는 부분들을 다듬으며 작업했다.

 

관객들은 원작 소설을 추리소설로만 알고 있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자체가 ‘비밀’, ‘백야행’, ‘짝사랑’ 등 추리 소설을 많이 썼다. 이 작품도 추리하는 과정은 이야기를 따라가면 관객들이 잘 따라올 수 있다. 연출적인 면에서는 대신 한 남자의 사랑과 헌신에 초점을 맞췄다.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심리를 어떻게 한국적인 정서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 책을 읽어주는 낭독가가 눈에 띈다. 어떤 역할을 하는 인물인가.

 

소설을 무대화했을 때 주안점으로 뒀던 것은 대본 자체를 낭독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도 낭독공연은 많다. 하지만 낭독공연 안에서 책을 읽어주는 낭독가는 없다. 극 안에서 책을 읽어주는 낭독가도 많지 않다. 이번 공연에서 낭독가는 큰 역할을 수행한다. 낭독가는 한 사람이 맡지 않는다. 역할은 모든 배우가 돌아가며 맡는다. 그들은 한 사람의 독자 모습일 수도 있고, 등장인물의 한 부분을 보여줄 수도 있다. 낭독가는 챕터마다 변주되는 느낌으로 무대 위에 선다.

 

낭독가를 둔 것은 이야기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소설의 양이 워낙 많아 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정리해야 하는 부분이 생겼다. 영화·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장소 표현에 한계가 있었다.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부분을 만들까’, ‘어떻게 하면 연극적으로 보여줬을 때 재미를 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많았다. 그런 고민을 낭독가가 해결해줬다. 낭독가는 작품 안에서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올 수 있는 지점과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해주는 지점을 만들어 준다. 낭독가가 있어 소설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관객이 작품을 보고 공감해줬으면 하는 부분은 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할 때, 그 마음에 집중해주기를 바란다. 작품 속 남자의 행동은 모두 사랑에서 기인한다. 관객들은 그로 인해 주변인물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 작품은 어떤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희생과 헌신을 담고 있다. 요즘 사랑은 다소 가벼운 느낌이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사랑하고, 자신을 버려가며 헌신하는 사랑과 비교하면 한없이 가볍다.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 냄새 나는 연출, 작품으로 말하다

 

- 언제 처음 연출가의 꿈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는 영화를 전공했다. 대학교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연극에 재미를 느꼈다. 졸업 후에는 다른 분야의 일을 하다 문득 연극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출가의 길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조연출로 시작했다.

 

- 연출할 때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

 

평소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작업할 때에는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선호한다. 배우,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번 작품도 리딩 단계에서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소스가 많이 나온다. 소스가 많아지면 그만큼 고민거리도 늘어난다. 고민을 하다보면 그중에 좋은 방법을 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렇게 좋은 방법을 찾아가며 작업했다.

 

- 지금까지 연출한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모든 작품이 다 좋고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연극 ‘서울사람들’을 꼽을 수 있다. 작품에는 비슷한 또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가장 비슷하다. 극 중 인물들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왔다. 서울살이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작품에 담겨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해온 현시대의 상황, 괴로움, 고민을 많이 녹여냈다. 이 작품은 관객들도 좋게 봐준 것 같다. 연극 ‘서울사람들’이 연출가로서 이름을 알릴 기회를 만들어줬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가.

 

위트 있는 연출가가 되고 싶다. 작품이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도 너무 슬프지 않게, 유쾌하게 풀고 싶다. ‘이런 내용, 이런 느낌이다’라고 보는 이들이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동안 연출한 작품들은 스타일리시하거나 심오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 그런 극보다는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은 내용을 담으려 노력했다. 그런 작품을 계속 연출하고 싶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바나나문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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