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12년 한 해 동안 3~18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한 결과 10명 중 9명꼴로 ‘파라벤’이 검출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 아동, 청소년의 대부분이 ‘파라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임상 실험 대상자의 소변에서 검출된 파라벤의 종류는 메틸, 에틸, 프로필, 부틸 계열이다.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성분인 파라벤은 1920년대 미국에서 개발되어 다양한 형태로 활용돼 왔다. 사용이 간편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화장품의 유효기간을 늘리는 방부제로 널리 쓰인다.

최근에는 파라벤의 무분별한 사용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성미숙증과 성조숙증의 원인 물질로 지목 받기도 한다. 암세포 생장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파라벤이 함유된 제품을 섭취한 엄마의 모유를 먹은 아기가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나라는 식품의 경우 2009년 이후 메틸과 에틸파라벤만이 정해진 식품에 한해 사용이 허용된 상태다. 화장품의 경우 2006년 화장품 원료 지정에 관한 규정이 개정됐다. 유럽공동체에서와 같이 파라벤류 간 배합한도를 최대 0.4∼0.8%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에서는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의 배합비율을 0.19% 이하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화장품 제조업체들은 제품 수명의 연장을 위해 파라벤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파라벤이 없으면 미생물이 쉽게 증식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라벤을 쓰자니 인체 유해성 때문에 불안하고, 안 쓰자니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파라벤 피해 대한 연구 결과가 밝혀지고 국제적으로도 사용 제한을 권고하는 이상, 업체들도 파라벤 줄이기 또는 없애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화장품 법은 제조 성분 전부를 표기하도록 돼있다. 파라벤, 실리콘, 방부제 성분 표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방부제 사용으로 제품 수명의 강제적인 연장을 금지하는 ‘유로 에코라벨’ 같은 인증을 확인하는 것도 파라벤 남용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남가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라브르베르코리아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