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2.28 금 20:55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인터뷰
“실종이라는 메타포 통해 단절 표현” 뮤지컬 ‘덕혜옹주’ 연출가 성천모‘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작품, 뮤지컬 ‘덕혜옹주’ 12월 20일 개막

뮤지컬 ‘덕혜옹주’가 12월 20일 대학로에서 막을 올린다. 작품은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가장 외롭게 생을 마감했던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가슴 시린 이야기를 그린다. 이를 통해 잔혹한 역사가 지나간 후 남겨진 슬픈 현실에 대해 말한다.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작품으로 선정됐다. 지난 7월 독회 공연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은 바 있다. 공연의 연출은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로 제10회 한국 뮤지컬 대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성천모가 맡았다. 연출가 성천모에게 뮤지컬 ‘덕혜옹주’와 창작극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 왜 수많은 역사 인물 중 덕혜옹주에 관심 갖게 됐나?

나이가 들다 보니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가족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일반인들은 덕혜옹주를 조선의 마지막 옹주, 비극적으로 일본에 볼모로 잡혀간 이로만 알고 있다. 나는 덕혜옹주의 가족에 집중했다. 덕혜와 일본인 남편, 딸 정혜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 역사의 격동기에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표현하고 싶었다. 특히 덕혜와 정혜라는 모녀의 공통점과 비극성에 집중했다. 작품을 통해 가장 가깝고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족이 잘 가꿔지고 있나, 멀쩡히 있는 것 같아도 혹여나 자신의 딸, 아들, 엄마가 병들어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한창 연습 중이다. 생각처럼 안 풀리는 부분이 있다면.

주인공 덕혜의 역할은 뮤지컬 ‘아이다’에 출연했던 배우 문혜영이 맡았다. 문혜영은 덕혜와 딸 정혜 역할 1인 2역을 한다. 처음에 1인 2역 생각을 했던 것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보니 대물림 되는 모습들을 표현하기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살면서 가끔 아버지를 닮은 나의 모습을 본다. 내가 진저리 치게 싫어했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부모와 자식의 공통점을 한 배우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이 부분이 처음부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역할의 표현은 관객의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정혜’ 역할이 ‘지킬 앤 하이드’처럼 선과 악이 분명한 것도 아니다. 닮은 듯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데 혹시라도 관객이 ‘딸이야? 엄마야?’라며 의아해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다. 이를 어떻게 보다 자연스럽고 선명하게 전달할까 고민 중이다.

- 1인 2역 표현 위해 참고한 다른 작품이나 작업이 있는지?

이 전에 연극 ‘햄릿’을 연출했다. 작품 속에 단 세 명의 배우만 출연했다. 그러다 보니 ‘햄릿’과 ‘레어티스’가 결투하는 마지막 장면을 ‘햄릿’역 배우 혼자 1인 2역으로 소화했다. 기술적 접근이 아닌 그 인물의 내면적 접근을 꾀했다. 빛의 방향성이나 배우의 목소리 등을 활용하여 다른 인물을 표현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이 경험이 뮤지컬 ‘덕혜옹주’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 뮤지컬의 매력에 대해.

연극 ‘햄릿’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도 예정되어 있다. 연극은 연극적 매력이 있고 뮤지컬은 음악의 매력이 있다. 음악 작업을 통해 물리적인 시간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한 곡 안에 녹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압축된 가사를 통해 제한된 시간과 공간 내에서 관객에게 조금 더 정확하게 많은 것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우리 삶을 투영하는 가사와 음악이 뮤지컬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 뮤지컬 ‘덕혜옹주’의 명장면이나 넘버를 꼽는다면.

좋은 장면들이 많다. 세 배역 각각 명 넘버가 있다. 아버지 ‘소 다케유키’는 실종된 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딸을 잃어버린 것이 지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무려 8년 전의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딸의 실종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후회’라는 노래를 부른다. 나도 아이 둘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줬던 상처가 떠올랐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다 보니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다. 하지만 ‘이 상처가 계속 응어리진 상태로 살아간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니 다소 무섭다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덕혜의 딸 ‘정혜’가 실종되기 직전에 엄마가 입원한 일본 정신병원에 간다.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엄마가 자신이 어렸을 때 그린 그림을 잡고 있는 것을 본다. ‘기억해줘서 고마워’ 넘버는 이 때 나온다. 부모가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자식을 품고 있는 모습을 통해 딸이 감동하는 장면이다.

마지막에 덕혜는 한국으로 돌아와 낙선재에서 여생을 보낸다. 툇마루에 앉아서 마지막 넘버 ‘내 딸, 정혜일지 몰라요’를 부른다. ‘수많은 방황하는 딸, 아들, 가족들이 바로 내 딸 정혜일지 모른다’, ‘길을 잃은 누군가를 만난다면 따뜻하게 안아주세요’라는 가사다. 세상의 모든 방황하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실종이라는 메타포는 앞에서 밥을 먹고 대화를 해도 영혼의 교류가 없는 가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세 넘버 모두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 노래, 장면들이다.

- ‘공연예술 창작산실’ 공모를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지금껏 거의 모든 작품을 창작으로 선보였는데 ‘공연예술 창작산실’ 공모에는 처음 참여해봤다. 정말 유용한 시스템이라고 느꼈다. 교수님과 연출가, 작가 등 다방면에 걸친 전문가들이 작품의 멘토 역할을 해주셨다. 여러 조언들 덕분에 작품이 이전보다 훨씬 탄탄해졌다. 연출가로서 적극적으로 조언을 받아들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품도 힘을 얻었다. 이런 시스템은 앞으로 후배들, 젊은 창작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도 연출가로서 계속해서 좋은 창작극을 만들며 창작공연에 기여하고 싶다.

- 향후 작품 계획이 있나.

종로예술극장 극단에서 여행 삼부작 연극을 기획하고 있다. 지금 생활하는 공간을 잠시 벗어나 나를 돌아보자는 단순한 콘셉트에서 출발했다. 첫 번째 시리즈는 7월에 선보였던 연극 ‘콘뜨라따뀌(Contraataque)’로, 스페인어로 반격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의 작품이었다. 내년 3월에 두 번째 시리즈 연극 'B.U.S'를 선보일 예정이다. 제목은 ‘Beautiful Your Something’의 약자다.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것을 찾아서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마지막 시리즈 하나는 아직 구상 중이다. 여행 시리즈를 통해 우리가 이 시대에 무엇을 쫓고 무엇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 성찰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남가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MJ Pla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