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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관객은 강합니다” 뮤지컬 ‘청소부 토끼’ 황덕신 PD 인터뷰뮤지컬 ‘청소부 토끼’, 설명 아닌 표현으로 어린이 머릿속에 쏙쏙

아이들이 점점 ‘상상력’과 멀어져 간다. 조그마한 손에는 책이나 블록 대신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뮤지컬 ‘청소부 토끼’의 의미 있는 도전이 돋보인다. 작품은 아이들이 어려워할 수 있는 환경문제와 과학 원리를 맛깔스럽게 녹여낸 어린이공연이다. 반복적인 음악과 춤 대신, 살아있는 마임과 라이브 연주를 덧입힌 수작(秀作)이다.

뮤지컬 ‘청소부 토끼’는 12월 31일까지 압구정 윤당아트홀에서 뜻깊은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작품은 연출가 또는 극작가 등 한두 사람의 결정이 아닌 팀원 모두의 ‘공동창작’으로 만들어졌다. 뮤지컬 ‘청소부 토끼’를 만든 사회적 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의 대표이자 작품의 창작 과정을 지켜본 황덕신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나눴다. 

 

- 사회적 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어떤 곳인가?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예술만의 방법으로 사회적 과제를 풀어가는 곳이다. 연극, 뮤지컬 등 작품이나 교육예술로 사회적 과제의 해법을 제안한다. 어린이 대상으로는 뮤지컬 ‘청소부 토끼’ 외에도 여러 작품이 있다. 청소년 대상으로는 다 같이 참여하는 ‘포럼연극’이라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학교폭력의 방관자’를 주제로 공연을 올린 바 있다.

- 뮤지컬 ‘청소부 토끼’는 무엇을 말하는 작품인지.

뮤지컬 ‘청소부 토끼’는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작품이다. 어린이들이 이미 책을 봤더라도 공연을 본 뒤 다시 책을 찾아보길 바란다. 작품은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교훈적인 것보다는 은유, 풍자 등 문학적 요소를 활용한다.

어린이들도 어른 못지않게 눈높이가 높고 다양하다. 진정한 어린이공연은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볼 수 있어야 한다. 뮤지컬 ‘청소부 토끼’는 공연이 끝난 뒤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재잘거릴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작품이다. 가족 간 관계 형성 차원에서도 좋다.

- 공연을 본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끼리 ‘토끼 토끼’ 대사를 따라 한다. 청소부 토끼가 날아가는 장면을 흉내 내는 아이들도 있다. 뮤지컬 ‘청소부 토끼’를 보고 다시 책을 잡는 어린이들도 많다. 어린이들이 청소를 하기 싫어할 때 엄마들이 ‘청소부 토끼’ 이야기를 꺼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 원작의 내용을 극으로 바꾸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극화를 시작할 때 기존의 어린이뮤지컬을 따라가는 데 그치고 싶지 않았다. 원작을 무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특히 신경 쓴 것은 음악이다. 여기에는 ‘악사’로 등장하는 심상학 작업자의 공이 컸다. 작품의 모든 음악을 심상학 작업자가 만들었다. 음악을 만들 때 상업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을 지양하자는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각 넘버의 장르도 다양해지고 어른들이 봐도 즐거운 무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원작동화 ‘청소부 토끼’는 한호진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공식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달에 간 청소부 토끼가 어떻게 됐을까’를 주제로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최근 동화책의 삽화를 직접 손으로 그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한우진 작가는 오직 펜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선’의 느낌으로 일일이 수작업을 했다. 채색, 배경 등 그림 하나하나에 작가의 노고가 깃들어 있다.

- 뮤지컬 ‘청소부 토끼’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문학과 예술은 엄마 아빠가 밤에 책을 읽어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글자와 그림 사이에서 아주 오래 머물거나 노는 것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청소부 토끼는 어떻게 말을 할까?’를 상상하다 보면 책을 놀이로 즐길 수 있다. 뮤지컬 ‘청소부 토끼’에서 ‘토끼 토끼’라는 그들의 언어가 탄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상하는 독자는 상상하는 관객과 닮아 있다. 책이 놀이가 될 수 있듯, 연극도 마찬가지다.

상상하는 관객은 강하다. 공연을 완성하는 일도 할 수 있다. 뮤지컬 ‘청소부 토끼’를 만들 때 연극의 3요소 중 ‘관객’이 포함된 이유를 탐구했다. 그러던 중 마임을 통해 무대를 비우고 토끼들만의 언어로 극을 이끌어가게 됐다. 작품은 전문 공연장 말고도 지역의 아동센터나 주택에서도 진행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어떤 공간이든 무대나 조명이 없어도 공연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는 공간과 시간을 바꾸는 힘을 관객과 배우에게 주는 것이기도 하다.

- 공연하면서 사회적 과제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책 읽기를 권하는 연극을 만들자는 목표로 공동창작을 한다. 뮤지컬 ‘청소부 토끼’ 팀에는 연기, 연출, 무용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친구들이 모여 있다. 사회적 과제에 대응하는 작업자로서의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계속 고민한다. 노력의 결과인지 ‘앙상블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결말은 원작의 내용을 따랐다. 뮤지컬 ‘청소부 토끼’의 화자인 ‘악사’가 말해주는 결말도 원작의 텍스트를 그대로 들려주는 것이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읽기’가 아니라 ‘주기’다. 우리가 먼저 텍스트를 잘 읽고 관객에게 전해야 책 읽기도 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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