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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독선과 아집을 깨야한다”극단 신화 김영수 대표 인터뷰

극단 신화는 ‘서민극 시리즈’로 연극 팬들에게 익숙한 극단이다. 1990년 창작극의 활성화와 현대적 리얼리즘 연극 탐구를 목표로 창단했다. 이후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등을 선보이며 한국 연극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성장해 왔다.

극단 신화의 김영수 대표는 35년간 연극을 해온 중견 연극인이다. 극단 신화에서는 창단부터 함께하며 상임연출가로 활동해 왔다. “관객과 작품 사이에는 교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다양한 대중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고 제작하며 오늘도 연극인의 길을 걷고 있다. 김영수 대표와 함께 현 한국 연극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문제는 공연의 질”

최근 공연계는 다양한 장르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뮤지컬, 콘서트, 개그 공연, 넌버벌 퍼포먼스, 마임, 마술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연극 역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에게는 어려운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극의 메카라 불리던 대학로도 어느새 로맨틱 코미디 일색으로 물든지 오래다.

김영수 대표는 현 연극계에 대해 “대부분의 관객이 영화관은 쉽게 찾는데 공연장은 굉장히 겁을 먹는다. 연극을 보러 갔는데 작품이 어렵고, 표현 방법도 낯설어서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만족과 눈높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며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 연극계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 그는 “셰익스피어와 체홉의 희곡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예술인의 가장 큰 문제는 다양성”이라고 지적했다. 행위자만 알고 관객은 무엇인지도 모르고 돌아가야 한다면 관객이 투자한 시간과 금액을 누가 책임지느냐는 것이다. 김영수 대표가 ‘서민극 시리즈’를 내놓았던 이유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서민극은 우리 주변의 삶과 일상을 소재로 한다. 주로 연극에서는 대단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극단 신화의 ‘서민극 시리즈’는 도박사, 자취생, 구두닦이 등 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무대라는 공간에서 나와 다를 것 없는 감정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려 했다. 그것이 관객에게 위안이 됐던 것 같다.”


현재 대학로는 미국의 브로드웨이, 런던의 웨스트엔드와 비견될 정도의 양적 팽창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150여개의 극장이 밀집된 공간에서 앞 다퉈 연극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공연의 질’이다. 지금의 대학로는 수준 이하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것은 물론 호객 행위와 성인 연극의 성행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은 소중한 시간과 돈을 공연에 투자한다. 현 연극계는 관객이 극장을 나갈 때 실망과 분노를 안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공연을 만들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조절할 장치가 없다. 그러한 작품들이 대학로의 관객을 떠나가게 하고 있다. 대학로가 태동하던 시기에는 1년에 연극을 여러 편 보는 관객이 3만 명 이상 존재했다. 수준 높은 관객도 꽤 많았다. 어느 순간 진정한 연극 마니아층이 사라지고 지금은 일회성 관객이 넘치고 있다. 그 마니아 관객들은 질 좋은 대극장 뮤지컬, 탄탄한 소극장 뮤지컬, 콘서트 등의 무대로 분산됐다. 연극이 질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아주 큰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

 

 

“연극인의 의식 변화가 필요한 때”

대학로의 위기를 가져온 사례로 그는 ‘소셜 판매’를 들었다. 객석을 채우기 위해 참여한 ‘소셜 판매’가 ‘관객 구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대학로 연극은 소셜 판매가 아니면 객석을 채우지 못한다. 소셜 판매를 하면 정가 티켓이 7천 원~9천 원 사이의 저렴한 가격으로 내려앉는다. 이 상황이 유지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며 “연극 붐이 일었던 80년대에 이미 연극은 만 오천 원, 이만 원의 관람료를 받고 있었다. 대부분 유료관객이었다. 공연은 늘고, 관객은 줄면서 소셜 판매 시스템을 통한 저렴한 티켓으로 관객을 구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된 것도 나를 포함한 연극인의 책임이다. 자숙과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연극을 35년 해 온 중견 연극인으로서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영수 대표가 생각하는 한국 연극계의 발전 방안은 무엇일까. 그는 연극 마니아의 귀환, 수준 높은 작품 개발, 자본의 축적 등을 예로 들며 연극인의 의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거기에 발맞춰 관객의 의식도 향상되고 있다. 연극인도 이에 맞춰 더 프로다워져야 하고,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이제까지는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독선과 아집이 강했다. 그것을 먼저 깨야 한다. 예술가들은 저마다의 세상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게 없으면 예술을 할 수 없다. 자신만의 세계는 창작자로서 갖고 있더라도, 관객과 소통하는 사람으로서의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도에는 시행착오가 필수불가결하다. 그는 “변화를 시도한다면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다 나은 환경으로 나아가야 연극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젊은 창작자도 많고, 누구나 공연을 만들 수 있다. 결론은 작품이 볼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는 것이다. 예술에는 정서의 공감과 순화 기능이 있다. 무대 위의 퍼포먼스는 그만의 가치와 작품으로서의 형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한국 연극이 심각히 생각하며 나아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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