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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상류층에서 하대 받는 우리 음악, 국악[인터뷰]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김승국

 

국악은 우리의 음악이지만, 국악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는 흔치 않다. 기억을 더듬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아도 국악에 대해서 공부한 기억은 어렴풋하다. 일반인들에게 국악은 ‘따분하고 한물 간 것’으로 인식된다. 반면, 서양의 클래식은 그들의 전통음악이지만 ‘세련되고 고상한 것’이 된다. 같은 전통음악이지만 이렇게 다르게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4월 19일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김승국을 찾았다. 김승국 관장은 (사)전통공연예술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국악예술고등학교 교감, (사)한국전통연희단체총연합회 상임이사, (사)부천 무형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정책자문, 문화관광부 전통예술 TF위원 등을 지냈다.

김승국 관장은 국악이 하대 받게 된 역사적인 과정부터 시작해 명쾌한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그는 “국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유아, 초등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인들에게 전통음악 문화를 전하기 위해서는 “전통음악을 원형으로 한 진화, 재창조 작업이 필요하다”며 “진화한 전통음악은 세계화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 상류층에서는 남의 것인 클래식 음악은 지성인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면서, 국악은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국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상류층의 음악인 정악이다. 정악에는 궁중음악도 포함돼 있다. 다른 하나는 민속악으로 평민들이 하던 음악이다. 정악은 바를 정(正)자를 쓴다. 민속악은 ‘저속하다’에서 쓰는 풍속 속(俗)자를 쓴다. 용어 자체에서부터 민속악을 낮게 평가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일제강점기 때 일본 사람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죽이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정책을 폈다. 민속악을 기방으로 몰아넣어 ‘천한 것’이라는 인식을 주입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연속극에서 커피 마시고 클래식을 듣는 사람을 지식인으로 그렸다.

일제강점기 때 궁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중학교 과정까지 교육을 시키고 월급도 줬다. 이 사람들이 해방 후 숙청당할 것이 두려워 왕궁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궁중음악 하는 사람들이 음악계의 주류가 됐다. 국립국악원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국립국악원의 강령에 따르면 민속악과 정악을 다 받아들였다고 했다. 실제로는 정악을 하는 이왕직아악부 사람들이 국립국악원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들이 만든 학교가 국립국악고등학교다. 지금이야 많이 변했지만, 처음에는 이 학교에서 민요도 부르지 못하게 했다.

- ‘국악’의 정확한 정의조차 분명히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국악이라는 용어 자체가 논란이 많다. ‘국민학교’처럼 ‘국민음악’이라는 의미로 보고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 선조들은 국악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면서 국악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국악을 음악의 분류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전통예술은 음악, 춤, 노래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융합돼 있다. 예를 들면, 얼마 전 돌아가신 故 김서희 씨는 춤, 양금, 가야금, 판소리, 서예 모두 일품으로 혼자서 다기능을 했다. 김대균은 줄타는 사람이지만 줄 위에서 재담, 너스레도 잘하고 창도 했다. 줄을 타면서 부르는 판소리를 승도창이라고 한다.

흔히 국악으로 인식하는 것으로는 노래와 연주가 있다. 선조들은 노래를 지칭할 때 ‘소리’라고 불렀다. 연주는 반주 음악으로 많이 썼다. 악기 편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지칭하는 용어가 다르다. 삼현육각은 향피리 2, 대금, 해금, 장구, 북의 6인조로 이루어진 악기 편성으로, 줄타기와 탈춤의 반주가 됐다.

요즘에는 전통공연예술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연희’라는 말도 쓴다. ‘연희’는 영어로 ‘Performing Art’, 공연예술이라는 뜻이다.

- 전통공연예술이 원래는 융합된 예술이지만, 최근에는 한 사람이 하나의 악기를 다루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지 않나?

노래나 악기 하나만 다루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요즘 공연 팀들은 한 사람이 다기능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우리 노원문화예술회관의 재비팀(10명)이 1회 공연을 해서 100만 원을 받았다고 하자. n분의 1을 하면 10만 원 밖에 되지 않는다.

- 전통 음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타개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인가.

사실 ‘우리 것이니 지켜야 한다’ 해서 정부에서 국악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국악이라는 하나의 장르에 몇 백억 예산을 가진 국가기관까지 있다. 국립 국악원이다. 그렇게까지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국악은 아직도 대중의 음악이 되지 못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실력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좋은 음악은 다 안다. 국악을 하는 사람들이 미완의 음악을 가지고 겁 없이 무대에 서기 때문에 외면 받는다. 정부가 서양 음악에 지원을 많이 해주지 않는다. 서양 음악은 국립음악원도 없다. 서양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투자해 예술 고등학교, 예술 대학교, 해외 유학까지 간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자리가 없다.

이런 환경에서도 국악은 진화하지 않는다. 시나위, 산조 등 20세기 초, 19세기 말 음악에 머물러 있다. 전통음악을 하는 음악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국악인들은 유학 갈 필요도 없다. 국내에서 잘 하면 세계최고다.

- 국악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진짜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이슈는 무엇인가.
 
원래 우리 전통의 방식대로 악과 무를 모두 다루는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 모두 접하게 한 후에 춤, 노래, 연주 각각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로 나누어야 한다.

초등학교, 유아 때 일찍이 우리 춤, 노래와 만나도록 해야 한다. 놀랍게도 초등학교 음악교과서는 50%가 국악으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한 초등학교 교사가 그 내용을 소화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내가 만든 콘텐츠다. 이 콘텐츠는 교과서에 실려 서울전역에 일반화되고 있다. 아이들이 문화공간에 와서 정규수업으로 전통음악을 공부하고 가게 했다. 1교시는 전통음악, 2교시는 서양음악, 3교시는 우리 춤, 4교시는 전통 연희다. 아이들은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도 보고 체험도 하는 살아있는 교육을 받는다.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참여시켜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반영했다.

이 아이들이 커서 국악 수요자가 될 것이다. 이미 성인이 되어 ‘국악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 교육을 통한 인식의 변화를 꾀하는 것은 긴 미래를 볼 때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취향이 굳어져버린 성인들에게 국악을 받아들이게 할 수는 없나.

현대 한국인들에게 ‘우리음악이니까 부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는 이 음악들이 정말 신나는 노래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100년 전의 음악을 현대 문화의 사람들이 똑같이 즐길 수는 없다.

 

단순히 우리 악기로 최신 음악,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대중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람들의 정서에 가까이 다가가는 대중 친화적인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원형은 국악에 바탕을 두고 다른 색을 입은 음악을 보여줘야 한다.

대중가요 하는 사람들과 서양 음악인들을 국악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재즈, 록, 인디음악과 같은 장르의 음악인들이 국악으로 와서 작업을 많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故 윤이상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그를 기리기 위해 통영국제음악제까지 운영된다. 故 윤이상이 서양에 가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이유는 전통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통이라는 기반이 故 윤이상과 외국인 음악가와의 차별성을 부여했다. 故 백남준 씨도 전통을 알고 행위예술을 한 사람이다. 우리의 원형지를 가지고 세계적인 보편성을 첨가했을 때 위력을 가진다.

- 전통음악의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가.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 것을 흉내 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진주 검무 스텝을 활용해 새로운 춤으로 진화시키면 경쟁력이 있다. 진주 검무 스텝은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스텝이다. 남사당패의 재주넘기도 마찬가지다. 남사당패의 재주넘기는 곧 아크로바틱이다. 이를 변형시키고 우리의 다양한 장단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면 세계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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