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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유하는 늦깍이 청춘, 이들의 사랑과 삶을 담는다” 연극 ‘좋은 하루’ 최원종 연출가3월 3일까지 예술공간 서울

‘어른’이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어떤 기준으로 어른과 아이를 구분할 수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햇수가 늘어날수록 인생은 여전히 골칫덩어리고 미로처럼 여겨진다. 남들의 기준에서 엄연한 어른일지 몰라도 그는 여전히 작은 일에 슬퍼하고 남몰래 눈물을 삼킨다.

최원종 연출가는 늦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춘의 모습을 심도 있게 담아내는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그가 이번에는 색다른 사랑 이야기로 20대와 30대 후반을 넘나드는 청춘의 모습을 담았다. 3월 3일까지 예술공간 서울에서 열리는 연극 ‘좋은 하루’와 관해 최원종 연출과 인터뷰를 나눴다. 

- 제목 ‘좋은 하루’의 의미는 무엇인가.

‘좋은 하루’라는 말은 ‘사랑해’의 다른 표현이다. 이 말은 주인공들의 젊은 시절을 아우른다. 젊은 시절의 고통스러움과 달콤함을 상징한다. 마지막에는 상대방을 향한 프러포즈가 된다. 현우는 유키에게 네가 외롭고 힘들 때마다 ‘좋은 하루’라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 ‘귀신 이야기’에 집착하는 현우의 캐릭터가 독특하다.

현우는 지방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귀신의 집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귀신 이야기에 집착하는 그의 모습은 ‘오타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현우만의 속사정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에 실어증에 걸리게 된다. 귀신 이야기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갈 뻔한 현우에게 새로운 자극이 된다. 그는 무서운 얘기를 들을 때마다 반응을 하게 되고 이것이 그가 실어증을 극복하게 된 계기가 됐다.

현우에게 귀신은 단순히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귀신은 인간의 외로움, 고독감,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을 표출하는 존재다. 현우는 귀신이 원한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인간의 외로움 속에서 자라난 거라고 생각한다.

매일 귀신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현우가 남들의 눈에는 정상적으로 비춰지지는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현우를 독특하면서 외로운 아이라고 인식한다. 이에 현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독감을 느낀다. 현우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가 귀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랬던 그가 유키라는 인물을 통해서 변화한다. 사람 냄새가 나는 존재를 친구로 갖고 싶었던 마음이 점차 사랑으로 변화한다.

- 포스터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해맑고 순수해 보인다.

로맨틱드라마의 느낌을 살렸다. 이 연극은 귀신의 집을 만들려는 남자와 한국어를 배우는 고독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외로운 두 사람이 만나면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 연극 ‘좋은 하루’는 20대에 우정을 나눈 남녀가 14년 만에 재회하며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20대의 사랑과 30~40대의 사랑이 차이가 있는가.

20대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좋은 하루’라는 말만으로도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유머만으로도 좋아한다는 마음이 확인가능하다. 그런데 30대 후반에 와서는 ‘사랑한다’는 언어가 필요하다. 그것이 사람을 강력하게 엮어주며 미래를 함께 나아가게 만든다. 현우와 유키는 이런 표현을 하지 못한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고 있음에도 결혼을 하거나 미래를 꿈꾸는 말을 하지 못한다.

- 어떠한 무대 구성을 통해 두 사람의 사랑의 모습을 부각했는가.

객석과 무대가 한 공간인 것처럼 오픈 무대로 꾸몄다. 공원 벤치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옆의 연인들이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대화를 듣게 된다. 이와 같은 콘셉트로 우리 객석을 나무로 꾸몄다. 관객들이 현우와 유키의 이야기를 ‘엿듣고 바라보는 느낌’으로 무대를 꾸몄다. 관객들은 마치 공원 벤치에 앉아 오타쿠 남자와 일본 유학생의 사랑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늦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작품을 최근 많이 선보이고 있다. 젊은 청춘의 어떤 점에 매료를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30대 초중반에서 40대 청춘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아무래도 나와 같은 세대다 보니 이 세대에 생각하는 바가 남다르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한국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다. 학생 삼분의 이가 해외여행을 갈 정도였다. 그러다 IMF가 터졌다. 이 세대는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부담하는 위험에서 피해갔다. 이미 취직을 하거나 부모의 풍요로움 속에 서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현재 30~40대 청춘은 ‘풍요’와 ‘자유’에 대한 기억 때문에 아직까지도 현실에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가져도 여전히 자신을 철없는 아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여전히 ‘늦은 성장통’을 지속하고 있다.

자기주장도 없고, 현실에 적응하기에는 경쟁력이 없는 이 세대의 모습을 포착해 그리고 싶었다. 그들의 성장통을 통해서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전작에서는 현실적인 20대와 현실적이지 못한 30대를 함께 그리기도 했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싶은가?

그동안 그려온 30대들이 40대가 됐을 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시중에는 마흔 살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책이 굉장히 많다. 이들이 삼십대 초반이었을 당시에도 서른 살의 성장통, 심리학과 관련한 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 세대가 이제 마흔 살이 된 것이다. 이들은 아직도 마흔 살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른다. 여전히 부유하는 마흔 살의 성장통을 그리고 싶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서도 이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고 싶다.
  

초창기 작품은 진지하고 어두운 작품들이 많았다. 지금의 작품들은 대부분이 코미디다. 코미디가 가볍게 웃긴 것이 아니라 인생의 힘든 순간에서 나오는 유머를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이 어려운 순간에 봉착할 때 웃음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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