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프랑스 파리의 마을은 혼란과 상처로 뒤덮여 있다. 때 아닌 홍수에 집 안의 물건들은 물론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그칠 줄 모르는 빗물은 야속하기만 하다. 갑작스러운 물난리로 민생은 피폐해졌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정치가는 혼란을 틈타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이들은 거짓 선동으로 국민을 속이려 든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소”, “나를 희생해 이 나라를 구하겠소”라는 번듯한 말을 내뱉지만, 실상은 탐욕만 그득그득하다.

이제 파리에는 희망이 없다. 그때, 위기의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아르센 루팡, 직업은 도둑이다. 영웅이라 하기에 이 사람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비겁한 일을 하고 있다고 반문할 수 있다. 여기서 ‘진실은 어디에서 오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분명 겉모습은 도둑일지라도 그의 행동은 ‘정의’를 구현하고 있다. 졸부와 권력자들의 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리품을 나누어준다. 루팡의 행동은 엄격히 말하면 분명 도둑질이다. 그렇지만 과연, 진짜 도둑질은 무엇일까? 위정자는 법의 위신을 내세우며 합법적 절차로 국민의 것을 빼앗는다. 반면 아르센 루팡은 도둑질을 통해 국민의 것을 되돌려주고 있다.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웅장한 음악과 박진감 넘치는 반전으로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담는다.

뮤지컬 ‘아르센 루팡’, 과감하고 색다른 시도로 창작의 새 지평 열다 

뮤지컬 ‘아르센 루팡’이 2013년 2월 14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막이 오른다.

‘아르센 루팡’은 1905년,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Arsène Lupin, Gentleman Cambrioleur)’을 시작으로 34년간 연재한 소설의 주인공이다. 소설이 연재 후 루팡 시리즈는 장르별로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전 세계 최초다.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루팡의 내면과 의적으로서의 행적을 화려한 무대와 음악, 박진감 넘치는 사건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종석 연출은 “사건 진행을 비롯한 전반적인 극적 전개가 텍스트적으로 흘러가진 않는다. 잘 짜인 시간의 구성에서 벗어나 급작스러운 장면들을 중간마다 삽입했다. 등장인물이 갑자기 행동을 멈춘다든지 슬로우 모션들을 보이기도 한다. 조명의 활용도 좀 더 과감하게 실행했다. 조명은 인물을 집중시키기 위한 보조적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색감의 변화처럼 새로운 기법들을 작품에 시도했다”고 밝혔다. 
 

정의로운 도둑 루팡 역에는 뮤지컬 ‘라카지’, ‘헤드윅’ 등에서 연기를 펼친 뮤지컬 배우 김다현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와 ‘오페라의 유령’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양준모가 캐스팅됐다.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뮤지컬 ‘대장금’, ‘형제는 용감했다’, ‘젊음의 행진’ 등을 제작한 PMC프러덕션과 뮤지컬 전용극장 블루스퀘어, 인터파크 씨어터가 공동 제작한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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