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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때로는 배우들의 악한 본능을 깨우기도 한다” 연극 ‘트루웨스트’ 유연수 연출2월 21일부터 5월 5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

파괴적 본능, 성적 본능 등 인간 밑바닥에 있는 ‘본능’이 ‘수치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 현대인들은 이를 억누른 채 살아간다. 억눌리는 본능은 개인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에게 표현되기 쉽다. 사회적으로는 몇몇 범죄자들이 행하는 잔인한 범죄를 통해 표출되기도 한다. 인간의 ‘본능’을 극단적인 캐릭터를 통해 드러내는 작품이 연극 ‘트루웨스트’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미국의 극작가 ‘샘 셰퍼드’가 1980년에 발표했다. ‘샘 셰퍼드’는 오프브로드웨이 연극에 시상하는 오비상을 11차례 수상한 작가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2010년 초연 되었고, 이번에 새롭게 변신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인간의 내면과 극단적인 이중성을 섬세하고도 치열하게 그린 연극 ‘트루웨스트’의 연출가 유연수에게 물었다.

-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연습실의 분위기는 어떤가?

칙칙하다.(웃음) 등장인물이 남자 세 명이다보니 세 팀이면 총 남자 아홉 명이다. 나까지 남자니 안 칙칙하겠나. 블랙 코미디이기는 하지만 갈등을 많이 다루고 있나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연습을 더 했으면 하지만 배우들이 저녁에 다른 공연들을 하고 있어 바쁘다. 이 점은 조금 아쉽다.

- 배우들이 지난 번 공연과는 모두 다른 배우들로 캐스팅 되었고, 전반적인 연령대도 낮아졌다. 이렇게 캐스팅 한 이유가 있나?

재작년 공연할 때는 원문 배경 그대로 80년대 미국사회를 풍자했다. 이번에는 이러한 배경에 변화를 주어 현 시대의 젊은 감각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나이 제일 많은 배우가 34세다. 아직 생일이 안 지났으니 33세인가.

- 젊은 배우들은 표현방식에서 다른 점이 있나.

이 작품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들을 표현한다. 깊이 있는 연기가 요구되는 작품이다. 나이 있는 배우 분들이 그 점에서는 탁월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연기 스타일이 고정되어 있다. 연기를 ‘진실 되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젊은 배우들이 기술적인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생각이 더 열려있고 역할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인다.

이 작품에서 배우들은 일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이지 않는 감정들을 연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에게 일억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상황에서 그를 길에서 마주쳤다고 해보자. 그를 만났을 때의 감정을 표현하자면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진실성’이 필요한 것이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형제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진한 형제애가 배어나오도록 ‘진실 되게’ 그려내야 한다.

- 그런 연기를 위해 어떤 식으로 배우들을 리드하고 있나?

뭐 다른 방법이 있겠나. 매일 혼낸다.(웃음) 혼나고 나면 집에 가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나. 더 잘 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거다.

- 극단적인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표현방식이 격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연극 ‘트루웨스트’의 무대배경인 부엌에서 등장인물들은 맥주를 쏟아 붓고, 물건을 던지고, 때려 부순다. 무대가 쓰레기장처럼 변한다. 그래서 항상 조심한다. 죽이려고 목을 조르거나 골프채를 휘두르는 장면도 있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지기 쉽다. 연습 중에 잠깐 누워서 숨을 고르기도 한다. 하지만 폭력도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 배우들도 사람이니만큼 폭력적인 연기를 하다 보면 실제로 내면에 있는 악한 본능이 드러나기도 하겠다.  

배우들이란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이다. 워낙 격정적인 수준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역할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연습이 끝나고도 집에 가서 잠을 못 이루거나 혼자 괴로워하기도 한다. 

-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면서 연출에 더 신경 쓴 부분은 어떤 점인가.

작품의 배경을 1980년대에서 현재인 2013년으로 바꿨다. 원 대본에서는 교환을 통해 전화를 하고, 시나리오 작가 동생은 타자기를 사용한다. 80년대 배경에서는 이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디테일한 부분들을 수정했다. 타자기는 최신형 노트북으로 바꾸고 전화는 교환을 통하지 않는다.

그 때는 답답하고 음습한 공연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심플하고 세련된 공연이다. 찌든 때가 벗겨졌다고 할까. ‘트루웨스트’가 명작이기는 하지만 상징이 많아서 어렵다. 상징을 통한 형제간의 심리표현과 미국 사회에 관한 메시지는 걷어냈다. 이번 공연은 훨씬 쉽고 깨끗한 작품이 될 것이다.

- 블랙코미디는 정치적인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다르다. 연극 ‘트루웨스트’의 블랙코미디로써의 매력은?

연극 ‘트루웨스트’는 사회적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가족의 해체와 인간의 이중성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깊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공연 자체를 보는 맛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이 작품은 30년이 지난 작품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가족’이라는 주제는 세대를 아울러 누구에게나 공감되는 이슈이지 않은가. 

-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바는.

현재 우리나라에 독거노인, 자살문제, 왕따, 묻지마 살인 등의 사회적 이슈들이 난무한다. 이 사건들의 근원적인 이유가 ‘가족의 해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해체’란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비극인가. 이 작품을 보며 관객들이 자신의 가족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존재인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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