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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교라는 작은 역사가 모든 것을 보여준다” 김태형 연출가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교육에 대한 추억과 생각을 떠올리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지긋지긋한 공간이고 벗어나고 싶은 감옥이다. 학교를 졸업하면 그때까지 있었던 모든 일과 사람들은 사라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 내가 경험했던 선생님과 친구들, 배움이 어느새 나의 자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한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이 학교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태형 연출가와 인터뷰를 나눴다.  

-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국내 초연 공연이다. 원작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원작의 내용은 훼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무대 디자인, 장면의 전환, 사용 음악과 같은 무대 장치에 변화를 주어 원작의 텍스트를 한국에 맞게 재탄생했다. 라이선스 공연이지만 기존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

-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의 매력을 이야기한다면. 

관객들은 작품을 통해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에는 여러 유형의 선생님들이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접하기 쉽지 않은 유형의 선생님들은 관객들에게 부러움과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역사수업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수업과는 차이점을 보인다. 우리는 단편적으로 역사 연도와 사건을 외우지만, 역사에 대한 시각을 공부하지는 않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선생님들은 역사를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 연출님께서는 전작 ‘모범생들’에서도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평소 우리나라 교육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가.

교육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학생들의 모습’과 ‘학교의 이면에 담겨 있는 사회의 모습’을 함께 그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가 하나의 시각을 가지고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은 치열했던 성장 이야기다. 학교에서 접하게 되는 선생님, 친구와의 만남 같은 경험들이 한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들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의 다양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강력한 한쪽을 두고 그가 옳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사고와 교육방식, 역사적 시각들을 드러낸다. 관객들은 이들 중 자기에게 와 닿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 선생님들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네 명의 선생님이 등장한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의 명예와 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거기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인물이다. 그는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역사 교사 린톳은 역사란 것이 얼마나 남성 위주로 기록되어 있는지 분노하는 인물이다. 그는 역사가 남성들을 뒤치다꺼리하는 부속품에 불과하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작품의 중심인물은 바로 헥터 선생과 어윈 선생이다. 헥터 선생은 유쾌하고 전인적인 인물이다. 그는 언어, 문학, 예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어윈 선생은 지적이고 똑똑하고 날카로운 인물이다. 그는 논술에서 대학 입시를 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답은 재미없고 진부하다고 이야기한다. 어윈은 사실이든 아니든 다양한 각도에서 역사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하도록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헥터와 어윈 모두 ‘동성애’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이를 통해 학생을 사랑하는 교육자에게도 인간적인 고뇌와 사랑의 아픔이 있음을 전한다. 또한, 그들이 교육에서 말했던 내용이 삶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드러낸다. 학생들은 이러한 선생님들 중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사람을 따르면서 누가 옳고 그른지를 서로 토론한다.

- 연출을 구성하는 데 가장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재밌는 드라마와 소재를 담는다. 그렇지만 ‘동성애’와 같은 이야기를 거칠고 자극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학생과 선생님의 사랑이 쿨하고 심플하게 그려진다. 툭툭 건드리고 넘어가는 장면들이 많다. 또한, 토론과 수업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지적이고 관념적인 대사들도 많이 나온다. 셰익스피어, 1차 세계대전, 햄릿과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는데 부담을 느꼈다. 이러한 말들이 관객에게 생소하고 단순한 사변처럼 들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단어들을 단순한 지식으로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생각’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재미있고 흥미 있는 장면들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학생들이 과거 영화를 흉내 내며 맞추는 게임,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 불어로 연극을 하는 장면과 같이 장면 전환이 많이 이뤄진다. 학교가 중요한 장소인 만큼 이를 어떻게 부각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 애착이 가는 장면과 대사가 있다면.

학생이 시를 읽고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시를 분석하고 의미와 주제가 무엇인지 외운다. 그렇지만 이 장면은 시가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선생님과 학생의 시를 통한 교감은 손을 뻗어 악수를 하는 것 같다. 이 장면에서 옆에 한글을 띄워놓고 배우가 영문으로 시를 읽기로 했다. 관객은 뜻을 몰라도 운율과 음악성을 중심으로 시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음을 체험할 수 있다.

-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아주 작은 역사가 사실은 큰 세계의 역사임을 보여준다. 학교라는 공간은 작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실 모든 사건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학’과 ‘동성애’를 소재로 담았다. 낯선 작품이 될 수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을 멋있게 하는’ 이 작품만의 매력과 이야기가 있다. 관객분들이 편안하게 공연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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