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뮤지컬 시장은 큰 성장을 이뤘다. 티켓예매 사이트 인터파크는 2012년 뮤지컬 티켓 판매 매출을 1625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1300억 원에서 약 25% 증가한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물량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판매량까지 감안하면 지난해에 비해 30%정도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흥행돌풍의 주역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과 오리지널 작품들이다. 인터파크 자료에 따르면, 뮤지컬 순위 10위권 내에서 해외 라이선스와 오리지널 뮤지컬이 평균 7작품 이상을 차지한다. 불황에도 관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대형 해외 뮤지컬들 중 뮤지컬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를 중심으로 성공원인을 분석해봤다.

흥행열풍, 얼마나 벌었나?

작년 오리지널 내한공연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뮤지컬 ‘위키드’의 경우 96%의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약 4개월의 공연기간 동안 23만5000명의 관객이 입장했다. 이는 국내 최다 관객동원 기록이다. 뮤지컬 '위키드'는 관객몰이 기록 뿐 아니라 총 매출액에서도 260억 원이라는 최고의 흥행 성적을 남겼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2001년 라이선스 버전으로 초연돼 24만 관객을 동원, 192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한국 뮤지컬의 산업화 시대를 연 작품이다. 이후 2005년 오리지널 내한공연 19만 관객, 2009년 두 번째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33만 관객을 동원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지금 이 시간에도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탄생 25주년 기념 공연 중인 이 작품은 2개월간 좌석이 사실상 전석 매진을 기록한 상황이다. 개막 전 2개월 분량의 티켓이 매진된 것은 공연 시장에서 이례적인 기록이다. 추가 오픈된 2월 공연 또한 유료 좌석 점유율이 90% 이상 육박한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2004년 7월 국내 초연 이후 누적관객 65만 명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2010년 11월 30일부터 약 9개월간 275억 매출을 올렸다. 현재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성공적인 전국투어를 마치고 서울공연 중이다.

무엇이 관객의 발을 공연장으로 향하게 했나?

전 뮤지컬평론가이며 현재 뮤지컬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용신 연출가는 성공의 원인을 ‘오랜 시행착오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봤다. “뮤지컬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음악, 무대효과, 무대 위 흡입력 등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라이선스 작품들은 검증된 작품들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오리지널 창작자들이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시행착오를 토대로 지속적인 수정이 이루어졌다. 또한 원작이 탄탄하고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이 때문에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들은 출발선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조용신 연출가는 한국만의 라이선스 작품 흥행기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한국시장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브로드웨이에서는 국내에서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이 현상으로 볼 때 이제는 한국시장에 맞는 요소가 브로드웨이와는 다르다고 본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배우 조승우의 역할이 컸다. 유명 배우는 초연작품의 흥행에 중요하다. 이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품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무대연출도 흥행의 큰 이유가 됐다. 조용신 연출가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무대적인 요소가 강하다.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사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티켓 값을 지불할 만한 가치를 얻게 한다. 뮤지컬 ‘위키드’의 경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만큼 스펙터클하지는 않지만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무대 효과를 연출한다. 강렬한 칼라 이미지나, 불 효과와 같은 무대 효과를 통해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오리지널의 정서를 느끼고 싶은 욕구”

관객들은 ‘오리지널리티’를 느끼기 위해 뮤지컬을 찾기도 한다. “뮤지컬 ‘위키드’는 관객들의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욕구도 작용했다. 여기서 오리지널 작품이란 ‘영어 공연’을 의미한다. 작품의 가사는 적절한 한국말 번역이 어렵다. 영어공연은 이해하기 어렵고 불편하지만 오리지널 작품이 전달하는 정서를 맛볼 수 있게 한다”라며 조용신 연출가는 오리지널에 대한 욕구를 설명했다.

조용신 연출가는 앞으로 오리지널 작품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까지 오리지널 투어공연은 라이선스 뮤지컬과 함께 분류하지도 못하는 등 애매한 카테고리에 있었다. 이제는 시장이 확대되어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리라 전망한다.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이나 ‘애비뉴 큐(Avenue Q)’와 같은 작품은 굉장히 좋은 작품이지만 정서적으로 이질적이어서 라이선스 뮤지컬로 제작하기는 우려되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들이 내한하면서 오리지널 뮤지컬 시장은 더 확대 될 것이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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