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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2년 최고의 창작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오미영 연출가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울타리 속에서 식구가 돼가는 동물과 할머니들

 

이기적인 세상이다. 내 편과 네 편으로 편 가르기 방식은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발견된다. ‘가족’이라는 숭고해 보이는 가치 뒤에도 타인을 배척하는 이기심과 불신이 숨어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식구가 돼가는 과정을 담는다. 동물과 성향이 달라 싸우는 두 할머니가 한울타리 안에서 밥을 먹으며 삶의 동반자로 거듭난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오미영 연출가와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에는 동물들도 나오고 할머니들도 나온다. 각기 다른 삶을 산 할머니들이 성격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혈연관계를 벗어난 식구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족’이라는 개념은 폐쇄적일 때가 많다. 오히려 함께 밥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지닌 ‘식구’가 누구하고나 동반할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안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서로 피가 섞이지 않더라도 같이 밥을 나눠 먹고 정을 쌓으면 누구나 식구가 된다.

‘동물들이 보는 세상’과 ‘인간이 보는 세상’, 두 가지 시각이 작품에 중점적으로 나타난다. 동물들을 작품에 끌어들인 이유가 있다면?

자칫 할머니들 이야기라고 했을 때 무거워질 수 있는 부분들이 동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가볍게 그리고 싶었다. 주제적으로도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동물들에게 식구의 개념을 넓게 끌어들이고 싶었다.

애착이 가는 명장면과 명대사.

할머니들이 영정사진을 찍기 전에 서로 화장을 해주는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지화자 할머니는 박복녀 할머니에게 화장을 해주며 그의 아름다움을 칭찬한다. 여자한테 예쁘다는 말은 큰 위로가 된다. ‘넌 아직 예쁘다’는 대사를 멜로디 라인 테마로 같이 가져왔다.

무대에서 애착이 가는 소품이 있다면.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의 세트는 사실 어디서 주워 온 것들이다. 그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빨간색 조그만 목욕 의자다. 이것은 같이 작업했던 배우의 할아버지 댁에서 챙겨온 것이다. 댓돌 옆에 있던 목욕 의자가 가져가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의자는 할아버지가 햇볕을 쬐실 때 앉아계신 곳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사용을 못 하니 가져가라고 주셨다. 그런데 2주 뒤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그 의자를 볼 때마다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작품에서 재밌는 장면을 꼽는다면.

관객들은 할머니들이 나온다고 해서 자칫 칙칙하고 무겁다는 편견을 가지기 쉽다.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발랄하고 만화적이고 동화적인,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볼 수 있다.

관객들은 두 할머니의 화장실 에피소드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지화자 할머니는 상한 닭을 먹고 배탈이 난다. 지화자 할머니가 화장실에 들어가 설사를 하는데 밖에서 박복녀 할머니는 동물들과 함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라고 말한다. 소녀 같은 지화자 할머니는 ‘알로에 로션 향기가 나는 꽃무늬 휴지 주세요’ 라고 하며 울면서 말하다가 똥통에 빠진다.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와 관련한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성창작자로서 좀 더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지만 관객들은 ‘젊은 남자’가 나오는 것을 선호한다. 할머니들 이야기라고 했을 때 관객들이 이것을 보러 와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관객들이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작품들을 선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다양한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작품의 계획을 말하자면.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를 쓰고 기획한 지 3년이 넘었다. 작품을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일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아이와 작품은 낳는 것까지 대단히 많은 고통이 필요하다. 또한, 태어난 이후에도 아이와 작품 모두 잘 걷고 사랑받게 될 때까지 많이 돌봐줘야 한다. 3년 동안 20고를 써왔는데 이 안에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아이디어가 녹아들어 있다. 앞으로도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발전과 수정이 거듭 이뤄질 것이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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