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행보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는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클래식 음악과 크로스오버 음악, 클래식 무대와 뮤지컬 무대, 뮤지컬과 콘서트 등 서로 제각각 떨어져 있던 영역을 조합하는 시도를 해왔다. 그의 무대는 그래서 낯설지만 흥미롭다. 진화하는 뮤지션이 보여주는 ‘전에 없던 무엇’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안겨줬고, 이제 KoN의 이름만으로도 ‘새로운 무엇’을 기대하게 됐다.

도전의 끝을 짐작할 수 없는 그의 거침없는 행보 끝에는 무엇이 놓여 있을까. 스스로 “다양한 영역의 ‘다리’ 역할을 하며, 관객과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하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는 KoN에게, 뮤지션으로서의 가치관과 목표, 그리고 활발했던 지난 일본활동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등을 물어봤다.

‘모비딕’ 인터뷰 때, 클래식 관객과 뮤지컬 관객의 관심의 폭을 넓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었던 말씀이 기억나네요. 이번 공연도 그런 목표의 연장선인지?

‘모비딕’에서도 파가니니의 곡을 연주했었는데요. 관객에게 뮤지컬과 클래식 곡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어요. ‘모비딕’을 계기로 클래식애호가가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게 되거나, 뮤지컬 관객들이 클래식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번 콘서트도 그런 제 이상과 잘 맞는 공연이에요. 그래서 힘들지만 보람 있게 작업하고 있어요. 제 음악이 클래식과 크로스오버의 중간적인 성격이라고 할 때 역시 저는 둘의 중간적인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파가니니의 곡들과 함께 그와 어울리는 새로운 곡을 작곡하는 과정, 힘들지는 않았나요?

작품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파가니니가 죽는 장면에서 Last Flame이란 곡이 연주되는데요. 바이올린 솔로곡으로 파가니니가 혼자 몇 분간 연주하면서 공연장을 꽉 채워야 해요. 제게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 신경을 쓰면서 카덴차를 짜는데 매우 집중했어요. 밤새워 짜고 있는데 문득 예전에 가졌던 목표가 생각나더라고요. 1집 앨범을 내면서 가졌던 목표 중 하나가 제한된 레퍼토리만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위해서, 거창한 콘체르토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니 콘체르토 정도 되는 곡들을 써내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많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새로운 레퍼토리들을 가지고 연주할 수 있게 되길 바랐고요. 어제 오랜만에 클래식한 카덴차를 짜면서 잊고 있었던 그 생각을 다시 하게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힘들다기보다 뜻깊은 작업이었어요.

- 일본에는 없는 다재다능 바이올리니스트, ‘멀티 아티스트’로 불리다

올해는 일본에서 데뷔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죠. 올해 일본 활동은 어땠나요?

기회가 좋았어요. 일본에서 데뷔앨범을 낼 때 드라마에 출연도 하고 주제가 작곡도 하면서 같이 여러 가지를 하게 됐어요. 덕분에 주목도 많이 받았고요. 드라마를 통해서도 제 앨범이 더욱 알려졌고, 오사카, 동경, 나고야를 돌면서 쇼케이스도 무사히 마쳤어요.

한국에서는 ‘노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액터뮤지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요. 일본 관객들은 KoN을 어떤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나요?

일본에서는 수식어로 ‘멀티 아티스트’가 붙었어요. 일명 ‘난데모 데끼루(무엇이든 해낸다)’라는 이미지에요.(웃음) 그래서 데뷔앨범도 다양한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는 콘셉트로 잡았어요. 직접 작곡한 곡은 물론, 잘 알려진 유명곡, 클래식한 곡, 직접 노래한 곡 등을 일본 앨범에 모두 실었어요. 마침 앨범을 냈을 때 드라마 출연을 하게 돼서 ‘멀티’의 이미지가 더욱 알려졌죠. 일본에는 그동안 없었던 바이올리니스트라면서 좋아해 주세요. 특히 공연을 하면 30대 후반부터 4, 50대 등 어머니 관객들이 많은데요, 무대에서 앵콜로 노래를 부르거나 하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일본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일본에서는 통역 없이 일본어로 말하는 모습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도 도전의식도 생기고요. 인터뷰하다 보면 비슷한 질문이 많아서요. 생방송 프로그램에 잠깐 출연하게 된 기회에서 통역 없이 도전해보자 한 거예요. 기획사에서 무리하지 말라고 말렸지만요.(웃음) 통역이 스튜디오 안까지 와서 만약의 사태에 투입하도록 대기해 있었어요. 방송이 시작되고, 일본에서는 개그맨이 주로 진행을 맡는데요. 준비된 질문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하시는 거에요. 모르는 말들이 섞여 있어서 당황했죠. 저로서는 당황해서 대충 넘겼는데 다행히 그 모습이 화면에는 말을 알아듣고 센스 있게 넘기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표정도 대화를 이해하는 것처럼 나왔고요. 정말이지 가장 떨렸던 순간이었어요. 끝났더니 목덜미가 땀으로 젖어 있더라고요. 연주보다 그때가 더 떨렸던 같아요.(웃음)

자신 스스로 생각하는 일본에서의 인기요인은 무엇인가요?

상냥하면서도 터프함?(웃음) 사실 한국 남자들이 일본에서는 ‘남자답다’는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의 초식남과는 상반된 이미지로요. 그래서 일본 앨범 자켓도 가죽 자켓을 입고 찍었어요.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어색했지만요.(웃음) 일본 기획사에서 평소에는 거칠기보다 부드럽고 장난기 있는 이미지인데, 연주할 때는 굉장히 강렬하고 시리어스하다고 해요. 그런 양면의 이미지가 있어서 일본 사람들에게는 상반된 이미지를 어필하라고 주문하셨죠.

기획사에서도 처음에는 앨범 타겟을 30대 이상 연령대로 보고, 나도 그에 맞춰 앨범 수록곡을 구성했는데 막상 팬레터를 보내오거나 트위터로 말을 걸어오는 팬 중에는 10대, 20대의 어린 팬들도 있었어요. 관객 연령층이 넓다면서 기획사에서 놀라던데요.(웃음)

- 새로운 도전의 기반, “늘 믿고 봐주는 든든한 팬이 있기 때문”

KoN은 팬들과의 소통이 친근한 뮤지션으로 알고 있는데요. 팬과의 관계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어떤 아티스트든지 활동할 때 기반이 되는 것은 바로 팬들입니다. 자신을 좋아하는 팬이 있어야 활동하는 힘이 되죠. 저로서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독특한 것을 매번 보여주다 보니 끊임없이 응원해주는 팬들이 더욱 감사해요.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기반이 약하다는 두려움이 있거든요. 누구나 아는 익숙한 장르가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 딱 뛰어들었는데 아무도 없으면 얼마나 막막하겠어요. 제 도전들을 늘 그 자리에서 믿고 봐주며, 응원을 해주는 팬이다 보니 훨씬 더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런 면도 있어요. 제가 좋다고 해서 도전했는데 반응이 별로라면 맞지 않은 판단일 텐데요. 새로운 도전의 결과를 보고 호응해주는 팬분들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하는 소중한 확신을 얻어요. 그런 면에서 정말 감사하죠. 팬분들은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주고, 저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게 돼요. 새로운 도전은 매번 부담이지만, 조금씩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힘을 내요.

올해 2012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KoN에게 2012년은 어떤 해였나요?

음…. 뭐라 말을 해야 할까요.(웃음) 항상 변화했지만 2012년 또한 새로운 계기가 많았으니까요. 초반에 ‘페임’ 끝나고 ‘모비딕’을 시작할 때도 큰 도전이자 시련이었어요. 일본에서 데뷔 앨범이 나오고, 일본 드라마에 두 번 출연하게 됐고, 연말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음악감독으로 데뷔하는 등 올해는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새로운 계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뭔가를 만들 때 반죽을 탁탁하고 두드리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여러 계기를 나름대로 조금 단단하게 만든 느낌이에요.

내년 계획이 있다면?

뮤지컬을 하면서 올해 초에만 해도 2집 앨범을 내겠다고 호언장담을 해놓고는, 일본으로 건너가서 공연 때마다 2집에 수록될 곡입니다 하고 연주하곤 했는데요. 결국 올해 한에 2집을 못 내서 아쉬워요. 내년에는 꼭 2집 앨범을 낼 계획이고, 음악적으로는 기존 타이틀대로 ‘누에보집시2’로 갈 예정이에요. 집시적인 음악과 함께 노래반 연주반의 재즈 느낌의 곡이라든지 다양한 곡들을 계획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일본에서도 영역을 넓혀서 몇 개 도시를 순회하는 투어가 5, 6월과 가을에 잡혀 있어요. 12월에 한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1월부터 다시 일본으로 건너갈 예정이에요. 물론 일본활동을 하면서도 한국에 소홀하지 않게 꼭 2집을 내고 활동할 생각이에요. 뮤지컬 작품도 논의 중인 작품은 있지만 아직 미정이에요. 국외 스케줄까지 고려해야 해서 어렵겠지만, 그래도 기회가 되면 꼭 뮤지컬 무대에도 서고 싶어요.

매번 다양한 시도를 하는 뮤지션 KoN,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한 명의 개인에 불과하지만 제가 해놓은 작업들이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네요. 제가 한 집시음악을 계기로 그런 음악들이 다양성이 있는 음악으로서 인정받게 됐다든지, 전형적인 뮤지션들의 공연에서 이런 콘셉트의 새로운 공연들이 일반화된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지금 씨앗을 뿌렸던 것들이 성장한다고 할까요. 저는 그때도 정신없이 뭔가를 하고 있을 것 같긴 해요.(웃음) 그때가서 제 영향이라고 뚜렷이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제가 한 작업들로 인식이나 환경이 조금씩 달라져서 10년 후에 사람들이 ‘요즘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졌네’ 하고 생각하고, 그 생각에 제가 조금이나마 일조를 한 거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물론 끊임없이 공부를 계속해야겠지만요.(웃음)

후배에게도 언젠가 말한 적이 있어요. ‘네가 클래식을 벗어나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이죠. 클래식 안에서만 있으려면 몰라도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면 모든 음악을 공부해야 한다고요. 겉보기에는 새로운 도전이 쉬워 보일지 몰라도 멋모르고 뛰어들면 큰일이거든요. 노력과 공부가 정말 중요해요. 저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라서요. 노력하고 노력해도 부족하겠지만,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무뎌지지 않고 예리한 감각을 늘 유지하고 싶어요. 브라질에서는 70대 연주자도 존경받으면서 20대와 함께 연주하더라고요. 부러웠어요. 음악적 선배로서 인정받는 거죠. 나이를 먹어도 왕성하게 활동하면서요. 옛날에 많이 활동했던 화석 뮤지션이 아니라 예전에도 무엇을 했고, 지금도 늘 무엇을 하고 있는, ‘노력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노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멀티 아티스트’ 말고 본인이 스스로의 수식어를 붙인다면?

그냥 ‘콘’이요.(웃음) 그냥 ‘콘이구나’ 하면서, 이 사람이 하는 무대는 뭔가 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 거 있잖아요. 콘이 이번에 클래식 콘서트하는데 독특하더라, 이번에는 무용이랑 함께하는데 새롭더라 하는 식으로, 늘 기대감을 잃지 않게 하는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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