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2.25 목 13:00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인터뷰
“춤을 통해 대중과 호흡한다” (사)트러스트무용단 김형희 상임안무가신작 ‘SYS-선택되지 않은 시간’ 11월 29일부터 공연

(사)트러스트무용단의 신작 ‘SYS-선택되지 않은 시간’이 11월 29일부터 사흘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사)트러스트무용단은 1995년 창단돼 창작과 공연은 물론 교육과 나눔 사업을 통해 대중으로의 소통을 꾸준히 시도해온 전통성 있는 무용단체다. 발표한 작품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계해 담아내는 강한 메시지로 무용계 주목을 받아왔다. 또한, 일반인과 전문춤꾼의 춤 교육은 물론 장애우, 어린이와 가족, 청소년 등이 함께하는 무용 무대를 기획하거나 예술에 소외된 지역과 계층을 찾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등의 활동으로 정체성을 확립해왔다. (사)트러스트무용단의 11월 공연을 앞두고 김형희 상임안무가에게 무용단의 운영철학과 이번 신작 ‘SYS-선택되지 않은 시간’에 대해 물었다.

이번 트러스트무용단의 신작 ‘.SYS - 선택되지 않은 시간’에 대한 소개와 작품의 안무 포인트(핵심 표현방식, 이미지, 소품, 오브제의 활용 등)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쇼핑카트에 실린 말을 형상한 철조각품’은 더 이상 달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흰 천으로 만든 가면’은 상실한 자아이며, 거울에 비추어도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기억의 파편과 같습니다. 작품 곳곳에 흩날리는 ‘붉은 천의 큰 깃발’은 미래로의 욕망과 불안한 현실을 동시에 상징합니다. 하지만 ‘주름진 노년의 손에서 흔들리는 작고 초라한 깃발’은 삶의 허무함과 그럼에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존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상징들이 현실적인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의 장면들로 뒤섞여서 연출됩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 또한 수시로 전환되며 과거와 미래 그리고 휘어진 공간과 시간을 오갑니다. 긴 장대에 끼운 종이나비와 가면의 머리에서 뽑아내는 실타래, 기억이라는 요리를 만드는 장면들은 비현실적인 것을 통해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고, 확성기를 통해서 나오는 이해되지 않는 시의 구절들과 뜬금없는 숫자들의 조합은 우리의 주변을 감싼 불안한 현실과 분열하는 실존을 말합니다.

조명으로 처리한 ‘전기장치 회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의 극단적인 표현으로 그 회로도 위를 움직이는 춤꾼은 전기장치의 부속 혹은 데이터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이처럼 이 작품은 많은 부분이 상상과 상징들로 이루어졌으며, 시간흐름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행간의 연결로 이해하기보다는 각 장면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중심으로 보아야 합니다. 또한, 앞의 설명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 보는 분들마다의 해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어떤 것을 느끼기를 바라시는지?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현재’라는 시간 위에 멈추지 않고 달렸던 ‘몽골의 전사들’을 다시 춤판으로 불러들여 그들의 춤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과거와 미래의 경계에 두려움 없이 질주해야 할 ‘새로운 현재’를 선사하는 것입니다.

- 무용계 ‘대중과 예술’의 과제, ‘적극적 소통’으로 풀다

트러스트무용단은 창작과 공연은 물론 교육과 나눔 사업도 하시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트러스트무용단의 특징과 추구하는 방향은?

열악한 국내 예술계의 현실 속에서 독립단체인 트러스트 무용단이 창작활동 이외에 다양한 사업들을 꾸려나간다는 것은 사실 무척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1995년 창단과 함께 묵묵히 수행해 온 ‘창작과 공연’ 그리고 ‘교육과 나눔’이라는 미션에는 트러스트가 바라보는 예술과 철학적 인식이 잘 녹아 있습니다. 이는 다름 아닌 ‘대중과 예술’이라는 과제 앞에 트러스트 무용단 또한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중과 예술’은 때론 두 마리 토끼에 비유되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중성’과 ‘예술성’은 한 틀에서 고민돼야지 둘을 상대적인 구조로 놓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제가 말하는 ‘대중성’은 대중의 흐름을 좇는 것만을 말하지 않고 ‘예술성’ 또한 대중과 괴리된 한 예술가의 독립된 세계만을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이러한 ‘대중과 예술’의 화두는 어떤 무용계의 문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인지요.

춤은 그간 대중과의 만남은 고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지 못했습니다. 하물며 춤과 대중에게 있어 유일한 공간이었던 ‘무대’에서조차 막상 펼쳐지는 예술작품이 오히려 대중의 소외를 불러왔다고 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트러스트가 창단 이후 줄곧 외치는 슬로건이 있었습니다. 춤은 곧 ‘사람을 중심으로 함께 나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이 슬로건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춤의 대상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춤의 주체가 무용가 몇몇에 있지 않음을 말합니다.

트러스트가 안정적이지 않은 운영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과 나눔의 사업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트러스트 무용단은 문화예술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춤을 나누고, 그들과 함께 추는 춤을 통해 소통하는 일이 창작과 공연보다 앞서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대중과의 ‘일상적 호흡’은 화려한 춤사위보다 진솔한 몸짓으로, 일상에서부터 예술적 성취에 이르기까지 대중과 함께하고자 하는 트러스트만의 훈련 과정이기도 합니다.

트러스트무용단에서 그동안 창작, 공연해온 대표작들에는 무엇이 있나요?
 
창단 이후 2000년까지 창작된 작품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춤극으로 구성한 ‘고향의 봄’, 베트남전 이후 남겨진 한국인 2세들의 아픔을 담은 ‘라이따이한’, 그리고 무대에 물을 채워 춤추었던 ‘빛과 소금사이’라는 작품이 전반기의 대표작입니다. 이후 2004년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한 작품인 ‘솟나기’라는 작품은 김윤규 안무가의 작품으로 그해 무용계의 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연작 3편으로 제작된 ‘춤으로 다시 보는 십계’ 시리즈 중 그 1편에 해당하는 ‘데칼로그-Jamais vu’와 2007년 ‘All-Live Tree-올리브나무’, 그리고 2009년 무용 공연사에 유례가 없던 11일간의 공연 ‘3rd Turn-세 번째 전환’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작 ‘.SYS-선택되지 않은 시간’은 2011년 춤비평가회로부터 베스트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외에도 단원들의 독립된 활동을 지원하고자 기획했던 개성 넘치는 창작품들과 장소 특정적 작품들이 있습니다.

- 트러스트무용단, 현대인이 공감할만한 주제로 ‘현재적 춤극’ 시도

트러스트무용단이 선보인 작품들에서 관통하는 어떤 하나의 경향이나 특징이 있나요? 안무를 하실 때 고려하시는 트러스트무용단만의 색깔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창작 작업에 임할 때 고려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작품의 주제에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간 현대예술이 개인에게 많은 부분을 쏟았다면 트러스트는 ‘개인과 전체를 연결하는 매개로서의 창작품’을 지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제는 창작에 앞서 가장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됩니다.

둘째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는 트러스트의 모든 작품에 서사가 녹아들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명징함을 얻고자 화려한 기교보다는 진솔한 몸짓을 추구하게 됐고, 아울러 작품전체에 녹아있는 트러스트만의 독특한 ‘현재적 춤극의 새로운 양식’을 제시하게 된 것입니다.

셋째로는 작품의 많은 부분에서 드러나는 ‘즉흥적 요소’입니다. 안무된 작품 속에 많은 장면들은 안무의 틀만 존재할 뿐 춤꾼의 개성과 춤꾼들 간의 교감 그리고 작품의 전체와 각각의 장면들에 대한 저마다의 다양한 해석과 선택이 매번의 연습과 공연에서 새롭게 펼쳐집니다. 여기서의 ‘춤꾼’은 ‘안무의 도구’가 아니라 ‘주체’로 나서게 되고, 장르를 넘어선 다양한 예술가와 일반인의 협업과 참여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렇게 트러스트의 창작작품들에서는 주제와 메시지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을 바탕으로 ‘현재적 춤극’이라는 양식적 특색이 더해져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작품 창작과정에서의 민주적 방식과 전공자 혹은 장르에 머물지 않는 트러스트만의 창작정신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세은 기자_사진제공 (사)트러스트무용단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