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쁜자석(Our bad magnet)’이 오는 11월 7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네 소년이 가슴 속에 지니고 있던 유년시절의 비밀과 기억의 단편적인 조각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작품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추민주 연출은 “모든 사람은 저 마다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곁에 누군가가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완벽히 소통하고 온전한 하나가 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같은 극의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낸다”며, “작품 속에 나오는 동화 ‘나쁜 자석’은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성을 없앤 자석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음 달 관객과 만날 연극 ‘나쁜자석’의 숨은 매력은 무엇일까.

주목받는 작가, 더글라스 맥스웰의 데뷔작

연극 ‘나쁜자석’의 원작자 더글라스 맥스웰(Douglas Maxwell)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2000년 ‘Our bad magnet’으로 데뷔해 그 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의 트론 극장에서 초연했으며, 2001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재연돼 호평을 받았다. 이후 스코틀랜드의 여러 지역으로의 투어공연을 비롯해, 아시아에서는 2005년 한국 초연, 2006년에는 광둥어로 번역돼 청잉 씨어터컴퍼니에 의해 공연됐다. 2012년 4월에는 일본에서 ‘쓸쓸한 마그넷’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더글라스 맥스웰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람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 기억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며, 우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에 대해 감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친구들끼리 결성한 밴드, 복화술사의 인형, 극중극으로 다루어지는 ‘하늘정원’과 ‘나쁜자석’ 두 편의 동화는 관객에게 깊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9살, 19살, 29살 ‘네 아이들’의 이야기

9살, 프레이저와 폴, 앨런은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왔다. 대장 역할을 하는 프레이저와 그를 숭배하고 따르는 2인자 폴. 바보인 척하며 사람을 웃기려는 뚱뚱한 아이, 앨런의 무리에 전학을 온 고든이 합류한다. 자신들의 소중한 물건들을 타임캡슐에 묻으며 놀던 그들은 고든이 쓴 ‘하늘 정원’이라는 동화를 듣게 된다. 프레이저는 고든의 동화에 감동을 받고 그와 함께 폐교에 가게 된다. 고든은 그곳에서 복화술사인 아버지, 아버지의 인형인 ‘휴고’에 대해 프레이저에게 털어놓고, 프레이저는 고든의 오랜 슬픔과 분노를 마주한다.

19살의 프레이저, 폴, 앨런, 고든은 밴드를 결성해 유명인이 될 꿈을 꾼다. 그러나 우울하고 음악적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든을 밴드에서 탈퇴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 앨런이 그 이야기를 고든에게 전해버린다. 담담하게 행동하던 고든은 폐교에 불을 지른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 폐교는 큰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불에 휩싸인다. 고든의 장례식을 마지막으로 프레이저는 밴드에서 탈퇴하고, 세 친구는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십 년이 흐른 후, 스물아홉의 프레이저, 폴, 앨런이 해후한다. 앨런은 출판사에 근무하며 고든의 동화들을 출판해왔는데, 그 글들이 인기를 얻자 전 세계적으로 출판하려고 결심한다. 폴은 인세를 나누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려 하고, 엔지니어인 앨런 역시 친구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고 말한다. 세 친구의 오래간만의 만남은 그들을 다시 과거로 데려간다.

2012년 한국 공연 ‘나쁜자석’, 어떤 모습?

이번 ‘나쁜자석’은 극 전개에서 음악의 비중을 크게 두고 각 캐릭터와 나이대를 음악적 요소로 표현한다. 주인공들이 19살 때 고등학교 밴드부를 결성한다는 점에서 모티브를 설정하고, 캐스트의 대부분이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는 점을 적극 살려 연극이지만 극 중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삽입해 신선함을 더한다.

9살, 19살, 29살을 나타내는 3곡의 주요 테마는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BGM으로 리프라이즈되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조윤정 작곡가의 스타일리시하면서 때로는 격정적인 사운드의 곡들과 그 위에 색을 덧입혀 줄 국내 대표 음악감독 원미솔의 만남에도 주목할 만하다.

글을 쓰는 감각이 뛰어나지만 사회 부적응적인 성격으로 죽음을 택하는 비운의 캐릭터 ‘고든’ 역에는 송용진과 장현덕이 더블 캐스팅됐다. 리더였지만 고든의 죽음으로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는 ‘프레이저’ 역에는 브라운관과 무대, 스크린에서 활동 중인 정문성과 뮤지컬 ‘라카지’에 출연한 이동하가 낙점됐다. 똑똑하지만 이기적인 ‘폴’ 역에는 연극 ‘모범생들’에 출연한 홍우진과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블랙메리포핀스’에 출연한 김대현이 캐스팅됐다. 우정을 지키기 위해 아픔을 혼자 감당하는 ‘앨런’ 역은 이규형과 김보강이 맡아 번갈아 출연한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추민주 연출은 뮤지컬 ‘그자식 사랑했네’와 ‘빨래’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뤄왔다. 꾸밈없는 진솔함과 현실성 있는 대사로 따뜻하고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평을 얻으며, 2009년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을 위한 이야기를 주로 쓰고 연출해왔던 추민주 연출의 섬세한 손길을 통해 남자들의 우정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 ‘나쁜자석’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될지 기대를 모은다.

박세은 기자_사진 제공 악어컴퍼니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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