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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토록 ‘진실’한 배우들, 뮤지컬 ‘콩칠팔새삼륙’ 신의정, 최미소①뮤지컬 ‘콩칠팔새삼륙’ 8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

“그날그날 더 진실해야지 하는 생각뿐이에요”(신의정)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저는 ‘제가 진실하면 관객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이에요. 그것만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최미소)

신의정과 최미소는 최근 뮤지컬 ‘콩칠팔새삼륙’에 출연 중이다. 이들은 자유연애와 모던의 분위기가 만연했지만 결코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김용주(신의정 분)와 홍옥임(최미소 분), 두 여인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작품은 1931년 경성의 봄, 영등포역 기찻길로 뛰어들었던 두 여인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동성애’, ‘원캐스팅’, ‘여성 투 톱 뮤지컬’이라는 묵직한 타이틀이 걸려 있지만 두 배우는 담담하게 “진실하게 할 뿐”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진심’이라는 단어는 두 배우의 입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다. 매 질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어도 ‘진실하게’다. 그만큼 두 배우는 온 마음을 다해 매일매일 ‘진심으로’ 뮤지컬 ‘콩칠팔새삼륙’의 무대에 오르고 있다.

뮤지컬 ‘콩칠팔새삼륙’이 드디어 무대에 올랐어요. 프리뷰 공연을 봤는데 상당히 안정적이었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첫 공연은 어떠셨어요?

신의정(이하 신) : ‘어, 했네?’(웃음) 첫 공연은 연습한 대로 했는데 사고 없이 끝나서 다행이었어요. 다들 고생을 너무 많이 했고,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한 작품이라 감격스러웠어요. 사실 이 작품이 배우 한 명 한 명에게 서브텍스트가 많은데, 진중한 장면들도 많아요. 첫 공연임에도 그런 장면에서 붕 떠있는 배우가 없었어요. 첫 공연 같지가 않고 안정돼 있더라고요. 연기적으로 잘 통하는 사람들과 같이 하게 됐다는 게 좋았어요. 아무리 떨어도 무대 위에서는 다들 진심으로 하더라고요.

최미소(이하 최) : 저는 첫 공연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기찻길 앞에 서 있는 장면인데 첫 공연 때 무대에서 그 장면을 하고 들어오면서 통곡을 했어요.(웃음) 그다음에 저희가 코러스를 같이 해야 하는 데 정말 울음 참느라 혼났어요. 정말 ‘엉엉’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프리뷰 때 이러면 유난스러울 거야’ 하면서 참았죠.(웃음) 그런 경험이 제게 어떤 ‘희열’을 줬어요. 정말 죽음 직전에 느낄 수 있는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두려움을 이 사람들과 같이 느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최미소 배우가 신의정 배우를 이 작품에 추천했다고 들었어요.

최 : 용주와 옥임이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이고 소울메이트잖아요. 연인은 아니지만 언니와 제가 ‘소울메이트’같은 사이거든요. 저는 언니를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믿고 따랐어요. 어떤 작품이던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요. 이 작품 데모곡을 녹음할 때 제가 원래 용주 역 노래를 했었어요. 용주의 음역대가 메조인데, 저는 소프라노라 녹음할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 역할을 ‘의정 언니가 하면 참 잘 어울릴 텐데’ 하고 생각을 했었죠. 그러다 용주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에 의정 언니를 추천했어요.

처음 이 작품을 제안받으셨을 때는 어떠셨어요?

신 : 쇼케이스하기 전에 뮤지컬 ‘콩칠팔새삼륙’이라는 제목과 음악을 먼저 들었어요. 지금 같이 하고 있는 조휘 배우님하고도 굉장히 친한데 먼저 녹음했다고 하시기에 들어봤죠. 재미있었고, 좋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고요. 쇼케이스나 워크숍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그러다 친한 동생인 미소의 제안을 받고 하게 됐죠. 처음에는 동성애를 다룬다는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웃음) ‘나 어떻게 하지?’ 그러면서 이런 건 줄 몰랐다고 하니까 미소가 처음에 굉장히 미안해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찐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웃음)

‘동성애’라는 소재에 대한 부담감이나 거부감이 있으셨어요?

신 : 처음에는 있었어요. 사실 워크숍 할 때는 지금보다 찐하기도 했고요. 마음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미리 알고 시작한 게 아니어서요. 그래서 굉장히 친한 미소와 하는 게 불편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두 분이 친하다는 말씀을 듣고 사랑하는 연기를 하는 게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최 :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특히, 쇼케이스 때요. 친동생과 뽀뽀를 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기분이었어요. 이 자체가 제가 느끼기에 너무 우스꽝스러웠던 거죠. 그런데 정말 어느 순간 그 거부감이 아예 없어졌어요. 저희가 키스 장면이 있는데 정말 하거든요. 지금은 아무런 거부 반응도 없어요. 저는 이성, 동성을 떠나서 잘 통하는 사람들끼리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공연할 때 떨려도 ‘옆에 언니가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안정돼요.

신의정 배우는 예전 인터뷰에서 창작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셨던데?

신 : 예전에는 ‘창작 초연’이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공연 올리고 나서도 바뀔 게 많고요. 저는 아침에 바뀐 대본을 받고 그날 대본 외워서 공연을 올라간 적도 있어요. 그래도 조금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아요. 뮤지컬 ‘콩칠팔새삼륙’도 ‘수정됐으면 좋겠다’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공연 전부터 워낙에 시놉시스가 좋았고, 공연하면서 더 좋아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어요. 지금 충무아트홀 블루에서 하고 있는 공연은 첫 대본과 달라진 점이 많이 없어요. 첫 대본에서 조금씩 살을 붙여가며 연습한 거라 라이선스 작품 연습하는 것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작품을 하면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힘을 많이 풀었어요. 그 안에서 진실성 있게 하면 나쁜 쪽으로 가지는 않더라고요. 이번 공연은 ‘그날그날 더 진실해야지’라는 생각만 했지, 창작 초연이라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최 : 저는 창작 초연을 처음 해봤어요. 저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기준이라는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창작물이라서 편했던 것도 많아요. 대부분이 ‘나’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었거든요. 지금도 연기하는 데 헷갈리는 게 있으면 자꾸 ‘나’로 돌아가요. 예를 들어, 설렘을 좀 더 표현하고 싶으면 ‘내가 설렐 때 어떻게 하지’를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무엇인가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시대극 라이선스 작품을 많이 했어요. 대극장 작품은 톤 자체가 만들어지잖아요. 지금은 우리가 평소 사용했던 언어가 나오니까 좋아요. 사실 저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이 작디작은 극장에서 믿고 갈건 ‘진실성’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제가 진실하면 관객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신의정, 최미소 배우가 생각한 각각의 인물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신 : 용주는 총명하고 배움에 뜻이 커요. 학교를 졸업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친구고요. 그리고 용주는 늘 인내하고 참아요. 어떤 일에도 늘 한 발 뒤에서 생각하고 멀리서 지켜보는 스타일이죠. 사실 그런 사람들이 폭발하면 무섭잖아요. 머리카락도 끊어버리고 나가고요.(웃음) 이 작품에서 용주는 튀지도 않지만 없어서도 안 되는 중심을 잡는 인물 같아요. 드라마적인 면에 있어서 쭉 진심으로 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용주는 정말 저와는 다르게 항상 참고 인내하는 인물이죠. 저는 굉장히 직접적으로 말하거든요. 얼마 전에 제 언니가 이 공연을 봤는데 저와 정말 달라서 어색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최 : 옥임이는 태어난 집안 배경 자체가 모던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잘 사는 집 외동딸에 아버지가 조선 최초의 의사고요. 금지옥엽 컸을 것 같아요. ‘홍옥임’이라는 캐릭터가 실존 인물이잖아요. 제가 옥임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는 하루 종일 소설책에 빠져있고, 친구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옥임이는 모든 걸 가졌지만 우울함을 갖고 있는 아이예요. 파티도 싫어하고, 아버지의 외도를 보고 난 뒤에는 약혼자인 류씨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때문에 청혼한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면서 모든 것에서 마음이 멀어졌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의 돌파구를 책으로 찾은 것 아닐까요?

저도 어릴 때 디즈니 음악에 빠져서 열 시간씩 그 노래만 듣고 그랬어요. 그게 삶의 돌파구였거든요. 사실 옥임이에 대해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굳이 죽지 않아도 되는데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요. 저는 옥임이가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다고 생각해요.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죽음이라는 길’을 선택하는 거죠. 그런 감성은 옥임이 안에 굉장히 내재돼 있어요. 그 돌파구가 용주가 된 거고요. 그래서 캐릭터를 깊이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팠어요.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연출님이 저의 어린 시절과 기억, 외로움들을 끄집어 내셨었어요. 그렇게 하면서 심리치료도 됐던 것 같아요. 저에게 굉장히 좋은 시간들이었어요.

최미소 배우는 ‘옥임에게 용주란 돌파구다’라고 해주셨어요. 그렇다면 용주에게 옥임은 어떤 존재일까요?

신 : 저는 용주가 원래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용주는 처음부터 옥임이를 좋아하고 있었어요. 딱 하나에만 꽂혀 있는 거죠. 하지만 현재 사회는 그 마음을 먼저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용주는 결혼도 했고요. 그리고 용주는 말하는 순간 둘 다 파멸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참 안타깝죠.

뮤지컬 ‘콩칠팔새삼륙’은 작품에 대한 배우, 스태프들의 애정이 참 깊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자간담회 때 조휘 배우도 ‘정말 소중한 작품’이라는 말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고요. 서로 간의 호흡은 어떠셨어요?

신 : 저는 어릴 때부터 좋은 사람들과 트러블 없이 한마음으로 공연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관객에게 사랑받고, 좋은 작품 만나서 유명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가장 오래 남는 거거든요. 뮤지컬 ‘콩칠팔새삼륙’은 그런 면에서 정말 완벽한 작품이었어요. 쉬는 날이 싫을 정도로요.

최 : 이번 팀워크는 정말 완벽했어요. 대극장 뮤지컬은 팀이 40~50명씩 되다 보니 트러블이 안 생길 수가 없어요. 저는 어린 나이에 뮤지컬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 눈치 보는 게 익숙해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제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저를 응원해 주고 있다는 것도 느껴지고요. 그게 무대에서 보이는 것 같아요. 정말 다들 말도 못하게 성격들이 좋으세요. 무엇보다 최용민 선생님이 정말 좋으시고요.

기자회견장에서도 자기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하셨던 모습이 기억나네요.(웃음)

신 : (웃음)정말 권위적인 모습은 요만큼도 없으세요.

최 : 얘기도 정말 잘 들어주세요. 사실 어른이 그렇게 해주시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도 다 들어주세요.

신: 원래라면 할 엄두도 못 내는 남자 이야기도 다 해요. 그러면 그 이야기도 정말 재밌게 들어주세요. 저희가 선생님 덕분에 똘똘 뭉치는 게 있어요. 워낙 평화주의자시고요. 제일 중요한 건 단합이라고 생각하셔서 거의 매일 맛있는 것도 사주세요. 정말 매일매일이요. 트러블이 있을 수가 없어요.(웃음)

 

(②편에서 계속)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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