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오스트리아의 황후다. 하지만 그녀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화려한 드레스나 빛나는 왕관 때문만은 아니다. 굴복할 줄 모르는 강인함과 한 번 사로잡히면 포기할 줄 모르고 타오르는 불꽃 같은 열정이야말로 주변 인물을 자신의 삶에 끌어당기는 황후 ‘엘리자벳’의 강한 매력이다.

화려한 무대만큼 화려하고 우아한 황후의 삶을 기대한 관객들은 무대 위 ‘엘리자벳’이 자신이 상상했던 황후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닫는다. 어린 시절 천진한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난 ‘엘리자벳’은 말타기와 줄타기 등 모험을 즐기며 거침없는 솔직함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 ‘사랑스러운 말괄량이’다. 하지만 바로 이 ‘엘리자벳’의 거침없는 모습들이 귀족가문의 아가씨로 엄격하게 자라난 그녀의 언니와 대조를 이루면서 새로운 갈등의 시작을 알린다.

운명의 신은 천방지축에 무례하다며 귀족에게 손가락질받는 그녀를 하루아침에 오스트리아의 황후로 만들어 놓는다. 이구동성으로 “둘은 어울리지 않아”를 외치며 결혼식을 지켜보는 귀족들의 크고 작은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의 갈등에 대한 작은 경고에 불과하다. 황제와 사랑에 빠진 황후는 자신이 단지 사랑하는 한 남자와 결혼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황후로서의 삶은 첫날부터 간단하지 않다.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며 살아온 그녀에게 ‘왕궁’이라는 이름의 새장 속 삶이 시작된다. 

작품의 작곡가 실버스타 르베이는 “엘리자벳은 남부 독일의 왕가를 배경으로 태어난, 한 마디로 왕가 혈통을 타고난 인물이다. 하지만 왕가의 자손이었음에도 엄격한 교육이나 억압과는 거리가 멀었다. 궁정에서 떨어진 곳에서 소녀 ‘엘리자벳’은 아주 자유롭게 자라났다. 숲에서 자유롭게 성장한 ‘엘리자벳’이 황제와 결혼한 이후 비엔나로 옮겨와 갇힌 생활을 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그녀가 왕권이나 왕가가 가져야 하는 권위에서 벗어나고자 하면서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고 그녀의 삶에 대해 언급했다.

‘엘리자벳’이 꿈꾸는 자유는 오스트리아의 구속을 받는 헝가리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혁명기의 폭발적인 에너지로 변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결정하고 싶다는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열망은 억압과 구속 속에서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지지받지 못하고 새로운 국면을 만드는 기폭제가 된다. ‘엘리자벳’이 독립을 원하는 헝가리 국민들의 정치적 지지를 얻으면서 시어머니인 대공비 ‘조피’를 포함한 오스트리아의 귀족 세력과 정치적인 갈등을 빚게 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엘리자벳’의 일대기는 화려한 궁정의 무대 장치와 수백 벌의 드레스 속에서 더욱 쓸쓸한 음영을 만들어낸다.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것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없었던 한 여인의 절망이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간절한 절규로 무대를 채운다.

그녀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죽음’의 존재는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인간에게 느끼는 강한 끌림과 애정을 형상화하는 동시에 죽음을 꿈꾸는 그녀의 우울한 감수성을 드러낸다. ‘죽음’과 ‘엘리자벳’의 관계는 황제 요제프와의 갈등 속에서 또 다른 사랑의 삼각구도를 형성하며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엘리자벳’과 ‘죽음’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처럼, 둘의 관계는 죽음에 이끌리는 ‘엘리자벳’의 절망과 우울한 감성을 무대 위에서 최대한 아름답고 극적으로 표현한다.

‘엘리자벳’은 분명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아름다운 황후’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근본적인 자유를 위해 평생을 바치고 결국 ‘죽음’의 품에 안겨서야 행복을 맞았던 비극적 삶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엘리자벳’을 끊임없이 원했던 ‘죽음’의 그림자는 역대 황후 중 가장 아름다웠던 여인의 치명적인 매력과 드라마틱한 그녀의 삶에 사로잡혀 온 당대와 현대의 대중심리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상징이 아닐까.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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