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까지 새빨갛게 타오르는 듯한 의상. 톡톡 튀는 행동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매력적으로 빛난다. 오로지 하나밖에 모르는 가장 순수한 욕망을 ‘꿈’이라고 부른다면 ‘꿈’을 가진 십 대란 이렇게 뜨거운 모습이 아닐까. 

카르멘은 수많은 학생의 무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다. 그것은 그녀 특유의 달라붙는 강렬한 붉은색 의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각자의 꿈에 색깔이 있다면 카르멘의 꿈은 선명한 붉은색이다. 그녀의 꿈은 누구보다도 뜨겁고, 누구보다도 강렬하다.

나는 반드시 유명스타가 될 거야

카르멘은 하루라도 빨리 유명세를 얻어 스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자신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포기해도 좋고, 무엇이든 붙잡을 수 있다. 학교 수업도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지루한 일상일 뿐이다. 그녀는 자신을 당장에라도 스타로 만들어준다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과감히 학교를 그만두며 L.A.로 떠난다.

카르멘을 걱정하는 선생님과 동료 학생들은 그녀를 꾸짖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지만 그녀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그녀는 누군가 금방이라도 ‘꿈’이라는 단어 자체의 달콤한 울림처럼 달콤한 미래를 안겨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학교 밖 세상이 그녀에게 준 것은 화려한 밤무대, 암흑 가운데 빛나는 좌절이었다. 기대와 희망이 배신과 좌절, 거짓과 변명으로 바뀌어갈 때 카르멘의 꿈은 색을 잃고 바래갔다. 그녀가 학교를 떠난 세상에서 혼자 부르는 노래 ‘In L.A.’는 무대에서 가장 빛났던 그녀의 슬픈 독백이며 무대에서 사라지기 전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다.

카르멘의 도전과 열정, 내일의 꿈을 향해 Bring on tomorrow!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좌절을 모르는 십 대만의 전유물이다. 수많은 작품 속 캐릭터 중에서 유일하게 학교 밖에서 꿈을 향해 도전한 카르멘의 용기는 비극적인 죽음만이 결말의 전부는 아니다. 학교 안에서 여전히 꿈꾸고 있는 카르멘의 동료들은 때로는 고단하고 때로는 벽에 가로막히더라도 결코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꿈을 향해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부딪혔던 카르멘을 기억하면서, 그녀의 꿈은 모두의 가슴에서 다시 새로운 꿈의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뮤지컬 ‘페임’은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에너지 넘치는 춤과 노래로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전하는 하이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도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작품에는 학생들의 다양한 총천연색 꿈처럼 재즈뿐 아니라 힙합, R&B, 소울,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용됐다.

2011 뮤지컬 ‘페임’에는 실력파 뮤지컬배우 외에도 아이돌이 대거 참여해 화제가 됐다. 이번 공연에는 손호영, 은혁, 티파니, 린아, 정모 등이 출연한다. 여기에 뮤지컬배우 김찬호, 고은성, 신의정, 최주리, 이일근, 임선명, 이영기가 출연해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이번 공연에서 카르멘을 연기한 신의정은 성숙하고 도발적이면서도 순수하고 톡톡 튀는 캐릭터 특유의 살아 있는 성격을 다채롭게 보여줬다. 스타의 꿈을 꾸며 춤추고 노래하는 불꽃 같은 모습부터 ‘슐로모’의 음악에 감탄하는 순수한 모습, 좌절을 겪고 동료에게 감사를 전하며 돌아서는 슬픔까지 십 대의 모든 감정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담아냈다.

내일의 꿈을 향해 ‘Bring on tomorrow’를 부르는 졸업의 자리에 카르멘은 서지 못했지만 관객은 마지막까지 그녀를 잊지 못한다. ‘Bring on tomorrow’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꿈에 대한 열정의 상징, 붉게 타오르는 카르멘이 있어야 완성되는 마지막 열정의 노래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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