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문제아였던 적이 있다. 가출이나 반항이 아니어도 내면의 격정적인 파도가 어김없이 지나가는, 바로 ‘십 대’라는 이름의 찬란한 시절이다. 뮤지컬 ‘페임’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십 대의 방황과 갈등, 꿈과 희망, 사랑과 우정 등을 적절하게 버무린 하이틴뮤지컬이다. 작품은 뉴욕 46번가의 세계적인 P.A 공연예술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치열한 시험을 거치는 선발과정에서부터 각종 실기 수업과 과제, 페스티벌 등 고교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아련한 추억을 되살린다. 여기에 클래스에 한 명쯤 있을 법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치열한 십 대 갈등 속, 두 선생의 진심이 감동 더했다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해 이론과 고전작품에 몰두하는 ‘닉’, 감정을 중시하는 ‘세리나’는 역할에 몰두하지 못해 괴로워한다. 클래식음악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밴드음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슐로모’와 하루빨리 유명 스타가 되고 싶은 ‘카르멘’도 있다. 이성에 관심이 많은 ‘조’는 모든 것이 이성과 연결되는 뜨거운 판타지 속이다. 힙합과 랩에 빠져 사는 ‘타이런’은 왜 자신이 무용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고, ‘아이리스’는 무용밖에 모르는 자신의 좁은 세계에 불안해한다. 끼 많고 꿈 많은 십대 학생들이 무대에서 발산하며 일으키는 저마다의 갈등과 불안 속에서 ‘벨’과 ‘마이어스’ 선생은 서로 다른 캐릭터로 극의 지지대가 돼준다. 또한, 어린 십 대들에 걸맞게 톡톡 튀는 무대 속에서 때로는 근엄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등장하는 두 선생의 재치 있는 언변과 진심 어린 충고는 극의 리얼리티와 감동을 더한다.
 
캐릭터들의 개성에 맞게 음악의 분위기는 변화무쌍하다. 각 장면에 녹아드는 재즈, 힙합, R&B, 소울, 발라드 등의 다채로운 음악은 관객을 빨아들였다가도 다시 극으로 돌아가게 하는 완급을 흥미롭게 조절했다. 적절하게 삽입된 랩은 신선하게 분위기를 환기하며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다채로운 음악이 듣는 즐거움을 준다면, 보는 즐거움도 있다. 힙합만을 고집하는 ‘타이런’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벨’ 선생이 선보이는 댄스 베틀 신은 음악은 물론 댄스의 장르도 다양하게 넘나든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이틴뮤지컬다운 ‘페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은 마지막까지 힘차게 무대를 울리는 ‘Bring on Tomorrow’이다. 모두가 빛나는 졸업가운을 걸치고 내일을 위해 노래하는 모습은 십 대를 지나 온 관객들에게 잃고 살아왔던 것에 대한 그리움과 꾸밈없는 감격을 안겨준다. 

재치 있는 무대 활용, 십 대 연기는 실수도 풋풋한 매력

무대 위 스크린에는 때때로 뉴욕의 번화가를 뒤덮은 각종 표시판들이 빛났다. 표지판들은 가장 바쁜 도시, 뉴욕 특유의 활기와 함께 그 안에서 제각각 갈라지는 운명의 기로를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장면의 전환과 함께 빠르게 회전하는 무대장치는 좁고 가파르게 올라가는 계단과 어두운 철제망, 공중전화 부스 등으로 꾸며진 각 면을 재치 있게 활용했다. 여기에 시시각각 비춰지는 형형색색의 조명들은 이따금 무대 뒤편에까지 의미심장한 음영을 만들어내 연출의 섬세함을 짐작하게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덜 성숙한 십 대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덜 성숙한 연기다. 튀는 캐릭터를 정말 튀는 연기로 표현한 최호승 배우의 ‘조’는 관객에게 웃음을 주기엔 충분했지만 일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쉬웠다. 최주리 배우의 ‘세리나’는 맑고 높은 음색이 순수했지만 파워가 부족해 중요한 장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몇몇 배우들은 대사를 실수하거나 고음이 어색한 대목이 있었다. 하지만 뮤지컬 ‘페임’의 풋풋한 매력은 여기에서도 발휘된다. 이 작품은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십 대들의 이야기로 배우들의 실수마저도 자연스러운 연출로 보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한편, 풋풋한 십 대들 사이에서 노련한 십 대도 있었다. 신의정 배우의 ‘카르멘’은 호소력 있는 노래와 도발적인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작품의 외전 격인 재미와 웃음을 주는 장예원 배우의 ‘메이블’은 개성 넘치는 연기로 작품을 맛깔스럽게 했다.

박세은 기자, 사진_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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