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은 해외 안무가 초청공연의 일환으로 프랑스의 살아 있는 신화 ‘조엘 부비에’를 초대했다. 이번 공연은 그녀가 직접 선발한 16명의 무용수와 함께 사랑에 관한 16가지 이야기를 풀어내 무대에 올렸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누구나 특별한 사랑을 체험한다. 그리고 사랑은 떠나간다. 쓸쓸한 기억을 남긴 채. 사랑은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은밀하고 확실하게 누군가와 통하며 일상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 누가 언제 인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사랑과 함께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작품은 16명의 무용수에 의해 표현됐다. 각자 혹은 둘이서, 때로는 여럿이서 함께했던 체험과 기억들을 사실적으로 혹은 약간의 변주를 통해 여러 색깔로 나타냈다. ‘왓 어바웃 러브’는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거나, 독백으로 읊조리거나, 노래하거나, 음악을 만들어 내거나 하는 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처럼 표현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작품은 일상적이면서도 때로는 독특하게 풀어냈다.
무대는 심플하면서도 소품을 활용해 다양한 사랑의 색깔을 나타냈다. 안무자의 미학적 세련미가 작품에서 함께 춤을 추었다. 새 울음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품에서부터 깃털을 떨어뜨리며 원형을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동양적인 순환과 함께 시대가 변해도 되풀이되는 사랑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효과적인 미학을 보여주었다. 또한, 바바리를 이용해 그 깃털들을 사라지게 하는 영리한 전환도 기분 좋은 흐뭇함으로 이후 변화할 무대를 계속 기대하게 했다.
창살만 남은 우산대에 매달린 하얀 풍선의 창의적 조화로움이나 한쪽 다리가 없는 앉은뱅이 의자에 앉은 청년의 불안한 기운과의 조우는 춤 언어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시각적으로 어필하는데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무대 한편의 한 그루 앙상한 나무에는 사랑과 기쁨, 행복 그리고 그 너머에 함께하는 사랑의 고통과 쓸쓸함이 잘 녹아들었다. 전반적으로 무채색계열의 의상과 색감은 일상적인 생활과 더불어 함께하는 사랑의 다양함을 표현하는 데 있어 작품의 콘셉트 유지와 따로 또 같이 만들어 내는 움직임의 원천과도 무척 조화로웠다. 그러나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석연치 않은 아쉬움이 있었다. 말하듯이 해야 하는 대사를 어눌하게 하거나, 책 읽듯이 했다. 엄청난 공력이 깃든 발성은 아니더라도 순간의 정서가 스며든 호소력 깃든 노래가 절실할 텐데, 호흡을 머금지 못해 편안하지 않은 모습은 프로페셔널하지 못했다.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국민과 함께 편안하게 호흡하는 무용단으로 다가오는 것은 좋다. 앞으로는 단원들의 기량을 십분 활용하여 춤으로도 대단한 기량과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환영과 몸의 언어에서 내뿜는 열정과 미학, 그리고 더러 메마른 마음을 적시는 감성이 깃든 무대도 선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글_유희성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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