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뮤지컬계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블루스퀘어’, ‘디큐브 아트센터’ 등 뮤지컬 전용 극장이 들어서고 있고, 좋은 작품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도 늘고 있다. 지금은 뮤지컬에 대한 대중과 투자자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는 시기다. 뮤지컬계의 다양한 변화로 한국 창작뮤지컬이 라이선스 대작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작품들도 많아졌다. 배우나 연출가 등의 뮤지컬 관계자들은 한국 창작뮤지컬 발전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극장의 역할 중요”
조용신 연출가/평론가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

한국 창작뮤지컬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극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뮤지컬 제작기능이 있는 극장에서 뮤지컬 초기 개발비 부담하고, 트라이아웃으로 이체해 주는 구조다. 창작물은 관객이 있는 곳에서 공연해보고 경험해 봐야 발전한다. 뮤지컬은 검증이 중요하다. 만들어진 후 극장 무대에 오르는 기회가 있는 것이 좋다. 이러한 부분은 극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극장 공간을 활용해 한국 창작뮤지컬을 지원하고 시연하면 관객층에게 다양한 문화적 체험도 줄 수 있다. 이는 지역공연장도 마찬가지다.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도 두산아트센터 공동제작이 아니었다면 쉽게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관 공연은 상업적인 아이템만 하고, 기획 공연이 많아져야 한다.

자본의 성격이 어떤가에 따라 뮤지컬 제작도 달라진다. ‘상업적 성과 아이템’으로는 새로운 뮤지컬 콘텐츠를 만들어서 대관 공연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작품에 맞는 관객층을 이끌어야 한다. 이런 작품에서는 예술성이나 작품성보다 대중성을 얻어야 한다. 반면, 창작자가 중심이 되는 ‘아이템 프로젝트’는 사전 단계에 극장이 검증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비영리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이 극장을 통해 개발돼야 한다. ‘아이템 중심의 프로젝트’는 지원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공공기관이 지원할 수 있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창작뮤지컬은 그 안에서 경쟁과 최소한의 검증절차를 거치고 관객을 만나게 된다.

“신작을 개발하기 위한 지원제도 필요”
유희성 연출가
뮤지컬 ‘모차르트!’, ‘겨울연가’

한국 창작뮤지컬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스태프’와 ‘신작’을 개발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좋은 작품을 이끌어내는 공모제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뮤지컬 작가나 작곡가, 연출과 안무자 등 1차 크리에이터가 배출될 수 있는 교육과 활성화 방안이 강구됐으면 한다.

“뮤지컬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
배우 이건명
뮤지컬 ‘잭더리퍼’, ‘미스사이공’, 연극 ‘국화꽃향기’

한국 창작뮤지컬의 현재는 모두의 문제고, 공연계 전체의 문제다. 공연계 스태프, 배우, 관객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는 뮤지컬을 진심으로 정말 사랑해 주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뮤지컬은 분명히 예술 장르다. 예술성이 51%이고 상업성이 49%가 되면 괜찮다. 하지만 요즘은 그 반대다. 최근 작품들은 10%의 예술과 90%의 상업으로 만들어진다. 제작자도 관객이 원하는 작품을 제작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답답한 부분들이 있다. 그것을 누구 탓으로 돌리겠나. 추상적이겠지만, 이런 문제는 진실로 한국 창작뮤지컬을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면 사라질 거다. 공연을 삶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면 더욱 심해질 거다. 정말 가슴으로 뮤지컬을 사랑하면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공연을 돈 벌기 좋은 소스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 창작뮤지컬 발전, 조급해하지 말았으면”
배우 조정은
뮤지컬 ‘피맛골연가’, ‘지킬앤하이드’, ‘조로’

뮤지컬은 한국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외국에서 출발한 만큼 다양한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 문화에는 경계가 없지 않나.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브로드웨이 작품뿐 아니라 점점 영국, 유럽, 아시아의 작품이 다양하게 들어온다. 다채로운 작품의 유입이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뮤지컬’이라고 관객에게 각인된 작품이다. 예전에는 ‘뮤지컬배우’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몰랐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들어오면서 음지에 있던 대한민국의 뮤지컬이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점은 인정해야 한다. 외국은 뮤지컬의 역사가 길다. 역사라는 것은 무시할 수가 없다. 조급해하기 보다는 외국 작품의 좋은 점을 취해야 한다.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다. 작품은 작품이다. 한국 창작 작품이라는 이유로 관객에게 보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나. 지금 당장 한국 창작뮤지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 문제에 매여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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