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찾아온다. 그 말 못할 설렘과 아픔은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속 홍연도 첫사랑에 빠졌다. 달콤한 두근거림과 아릿한 슬픔이 시골 처녀 홍연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에서 홍연 역을 맡은 배우 정운선은 “관객들이 잊고 있었던 사랑의 따뜻함과 설렘, 아련함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고 있는 홍연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의 배경은 60년대다. 그 당시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것처럼 홍연도 학교를 미처 다니지 못했다. 열여섯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녀는 동생을 업고 학교에 다닌다. 그런데 어느 날, 스물세 살의 풋풋한 총각선생님이 학교에 부임한다. 시골 마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훤칠한 외모와 말쑥한 차림을 한 ‘강동수’다. 동수는 홍연이 학생인 줄 모르고 그녀를 향해 ‘아가씨’라고 부른다.

열여섯, 제2차 성징이 시작되고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두 눈이 반짝일 때다. 낯선 남자에서 처음으로 ‘아가씨’라는 말을 들은 홍연의 가슴이 두방망이질한다. 난생 처음들은 ‘아가씨’라는 말은 이 순진한 시골처녀에게 첫 고백처럼 벅차오르는 일인 것이다. 홍연은 그 순간부터 매일 쓰는 일기 숙제를 통해 동수에게 사랑을 전한다.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홍연의 사랑의 언어들은 투박하지만 사랑스럽다.

그녀에게 ‘아가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에서 강동수 역을 맡은 배우 김승대는 “‘홍연’이 겪는 성장통의 정점 중 하나는 배우들이 ‘운동회신’이라고 부르는 장면이다. 홍연이가 생리를 시작하게 된 걸 알고 진짜 아가씨로 거듭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홍연은 초경을 하고 자신이 불치병에 걸린 줄 착각한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 수정이 ‘이제 진짜 아가씨가 된 것’이라는 말에 기뻐 춤춘다.

소녀는 늘 ‘여자’가 되길 꿈꾼다. 화장하고 싶고, 대학생 언니들처럼 팔에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남자친구를 만나 손을 잡고 데이트하고 싶고, 부모님의 제약 없이 혼자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 어른이 되고, 여자가 된다는 것은 모든 소녀들의 꿈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수는 ‘여자’이자 ‘어른’이 되고 싶은 홍연의 욕구를 일깨운 사람이다.

하지만 동수는 동료교사 수정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홍연은 수정을 미치도록 질투하지만 한편으로 부러워한다. 수정은 홍연에게 없는 ‘여자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홍연은 점점 커져가는 사랑을 어쩌지 못해 가슴앓이 한다. 동수와 수정의 다정한 모습은 사춘기 소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홍연은 첫사랑의 두근거림보다 고통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만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열여섯 소녀의 첫사랑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와 잊고 있던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려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오는 8월 28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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