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비딕’에 대해 연출가 조용신은 “작곡가도, 연출가도, 배우도, 연주자도 각기 서로 다른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만 했다. 결국 ‘도전’이라는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고 말했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국내에서 첫 공연이다. 조용신은 “공연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가 갖은 고생 속에서도 이 작품을 만들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 배우가 악기 연주를 직접 해야 하니 캐스팅이 힘들었을 것 같다.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작년 워크숍을 진행할 때는 100% 연주자로만 캐스팅했다. 리딩회를 할 때부터 ‘연기를 하는 연주자’를 찾으려고 했다. 어렵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신지호’와 ‘이일근’이라는 두 배우를 캐스팅하게 됐다. 캐스팅 부분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했다. 두 친구는 뮤지컬 ‘모비딕’을 음악성 면에서 유리하게 만드는데 일조한 배우들이다.

두산아트센터에서 워크숍 형태로 선보이는 ‘두산 아트랩’ 공연을 할 때는 배우를 공개오디션으로 뽑았다. ‘스타벅’이란 캐릭터도 선장과 갈등을 만드는 캐릭터라 연기력이 필요했다. 사적으로 따로 보는 ‘프라이빗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하나하나 찾아 나갔다. 배우에게 직접 연락해서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생소한 장르다 보니 다들 낯설어했다. 이 작품의 내용과 방식을 정말 열심히 설명해야 전달할 수 있었다.

뮤지컬 ‘모비딕’에 대해 많은 분이 위험하고 막연한 도전이라 생각했다. 제작자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우리 작품은 ‘도전’이란 키워드가 정말 중요하다. 작곡가도, 연출가도, 배우도, 연주자도 각기 서로 다른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만 했다. 결국 ‘도전’이라는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 연습기간이 길어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작년 11월부터 ‘대구뮤지컬페스티벌’ 공연까지 배우들과 약 1년 내내 계속 만났다. 그 기간 에 작품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 처음부터 참여했던 5명은 이 작품에 대한 애증이 있을 거다.(웃음) 기껏 연습해 놓으면 음악도 편성이 달라지고, 대본도 자꾸 바뀌는 거다. 배우들은 지겨울 만도 할 것 같다. 하지만 배우들이 이 과정을 통해 작품이 좋아지는 것을 즐기는 모습을 봤다.

이번 작품은 새롭게 도전하는 장르가 많아서 배우들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연습장에서는 새로 들어온 배우가 기존의 분위기에 잘 적응을 못 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런데 우리 배우들은 들어와서 쉽게 잘 적응해 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 코치하면서 연습하기 때문이다. 서로 자연스럽게 협동하면서 내부적으로 연주와 악기의 각자 부족한 부분들을 자급자족으로 채워가던 것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현재 뮤지컬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이번 작품이 연출가로서 첫 데뷔인데 ‘평론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많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나 혼자 이룬 것이 없었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사장시키지 않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중간에 포기할 만한 상황도 많았다. 무엇보다 워크숍만으로 스태프들을 계속 끌고 와야 하는 미안함이 컸다.

내가 초보 연출가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하지만 텍스트나 원작의 캐릭터를 반영하는 부분, 그 외의 디테일한 동선과 움직임은 이소영 협력연출가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면 움직임이 그냥 움직임이 아니지 않나. 우리에게는 그런 움직임이 필요했다. 이소영 협력연출가가 정말 잘 해줬다. 뮤지컬 ‘모비딕’은 음악의 비중이 아주 높은 작품이다. 연주와 노래만 16곡이다. 음악 자체가 차지하는 부분이 큰 작품인 만큼 정예경 작곡가의 역할이 컸다. 뮤지컬 ‘모비딕’은 협동해야 하는 프로젝트였고, 다들 정말 잘 해줬다. 그들 덕분에 연출가로서의 타이틀을 달 수 있었던 것 같다.

- ‘모비딕’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명장면이나 넘버가 있나?

명장면이 네 개 정도 있다. 첫 번째는 ‘이스마엘’과 ‘퀴퀘그’가 친해지는 과정을 서로의 연주로 표현하는 장면이다. 이스마엘의 피아노와 퀘퀘그의 바이올린 연주다. 두 캐릭터는 낯선 여인숙에서 한 침대 써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연주 배틀로 담아냈다. 두 캐릭터에게 닥친 상황의 기본적 구성만 제작진이 전달했을 뿐, 연주는 두 사람이 매일 다르게 한다. 우리도 연습하면서 가장 즐기는 장면 중 하나다.
 
두 번째는 선장이 부르는 ‘복수의 노래’ 장면이다. ‘스타벅’이 '모비딕‘이라는 넘버를 부르면 ’모비딕‘에게 고통을 당한 선장이 복수를 다짐하는 ’복수의 노래‘가 이어진다. 대자연의 순리에 대해 무모하게 도전하는 선장의 모습이 첼로 연주와 독창으로 표현된다. 그 이어지는 부분이 멋지다. 스타벅이 묘사하는 흰 고래는 신비하고 특별한 존재로 묘사된다. 선장이 묘사하는 흰 고래는 악마 같은 존재로 표현된다. 같은 대상을 두고 서로 다르게 드러난 묘사도 재미있다.

세 번째는 ‘이별의 노래’라는 장면이다. 우리 작품에는 ‘바다의 정령’이 등장한다.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다. 이 장면은 바다의 정령과 퀴퀘그가 대화하는 부분이다. ‘이별의 노래’는 11분 정도 되는 곡인데 퀴퀘그와 선장, 바다의 정령이 트라이앵글 구도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신이다. 이 장면은 정말 아름답다. 세 명의 배우가 노래를 부르고 이스마엘이 반주한다. 배우들은 각자 자리에서 연기하지만 음악적으로는 통합돼 있다.

네 번째는 극 중 인물들이 실제로 ‘모비딕’을 만났을 때다. 극중 인물들은 ‘모비딕’을 단 3일간 만난다. 그때 과정을 음악보다 음향으로 표현했다. 극한의 연주로 급박한 상황을 표현했다. 그 장면은 통째로 하나의 음악이다. 음악이자 음향이자, 장면이다. 배우도 가장 빨리 움직이는 장면이다. 대사와 연주, 음향 효과와 움직임이 하나가 된다. 이 장면은 압축된 움직임으로 담았다. 이 장면은 기존의 뮤지컬에서 정말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 뮤지컬 ‘모비딕’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주제 의식적인 부분과 연출가로서 개인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주제 의식면에서는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 내에 이익을 취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해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150년 이전에 발표된 소설 ‘모비딕’은 단순한 어드벤처가 아니다. 인간이 무모하게 대자연의 순리를 거역했을 때 겪게 되는 재난과 인간이 이 재난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담았다. 뮤지컬 ‘모비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표현하고자 했다. 고래로 대표되는 ‘사회’와 선장과 선원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담으려 했다.  

개인적으로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을 무대에 세우고 싶었다. 뮤지컬 무대에서 반주 음악을 사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반주를 쓰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조절해 무대 위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반주 음악을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뮤지컬 무대에서 라이브 연주를 들을 때의 기쁨을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

- 뮤지컬 ‘모비딕’ 이후의 계획이 있는지?

뮤지컬 ‘모비딕’을 올리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겪었던 시행착오를 해소하면서 또 다른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 ‘모비딕’도 이후 재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에 어떤 작품을 참여하더라도 극장과 공동제작을 통해 조금 더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과정을 진행하고 싶다. 뮤지컬 업계에서의 경험과 느낀 점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쓰고 싶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CJ creative minds'처럼 신인 창작자를 끌어당기는 역할도 계속하고 싶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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