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뮤지컬계는 한국 창작뮤지컬들이 눈에 띈다. 기존에 있던 한국 창작뮤지컬도 새로운 시즌을 맞이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때,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열풍에 휩싸였던 뮤지컬계가 다양한 한국 창작뮤지컬로 풍성해졌다. 이러한 한국 창작뮤지컬의 열풍을 지속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연출가 박인선 - 뮤지컬 ‘스페셜 레터’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겨야 한다. 현재는 능력 있는 사람은 많은데 기회를 못 잡고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나 ‘CJ 지원 사업’ 같은 것들이 많아져야 한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인적 기반은 충분하다. 앞으로는 실질적 지원이 많아져야 한다.

연출가 김민정 -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한국영화산업이 오늘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스크린쿼터’ 같은 정책적인 지원의 시기가 필수적이었다. 더 나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할리우드의 감독, 시나리오작가, 미술감독, 작곡가 등의 인력을 유입하지 않았다. 한국영화라는 말은 있어도 ‘창작영화’라는 말은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음악, 연극, 미술, 소설 등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다.

유독 뮤지컬 장르에서 해외 공연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다. 한국은 역사가 짧은 만큼 완성도면에서 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창작물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문화적인 원숙함도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스펙타클한 볼거리로 무장된 것만이 뮤지컬의 전부는 아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더 성장해서 한국뮤지컬의 한 흐름을 만들면 좋겠다. 두산아트센터의 실험적인 소규모 공연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충무아트홀은 명실상부 뮤지컬이 가장 많이 올라가는 공연장이다. 일 년에 1-2달은 새로운 예술적 모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시장논리로 돌아가고 있는 뮤지컬에 대한 국가 차원의 문화보호정책 역시 일정시기까지는 필요하다.

시장논리를 적용하려면 더 철저히 상업주의로 무장해서 엉뚱하게 돈이 해외로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돈은 돈대로 쓰고 얻는 것은 없는 우매한 투자가 없도록 말이다. 브로드웨이다운 혹은 웨스트엔드다운 것이 아닌, 우리다운 한국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

악어컴퍼니 대표 조행덕 - 뮤지컬 ‘싱글즈’, ‘스페셜 레터’
한국 창작뮤지컬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창작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몇 개국이 안 된다. 한국에서 뮤지컬은 예술로서 자리 잡은 상태다. 하지만 예술로만이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 정책적으로 뮤지컬의 상업성이 분리된다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뮤지컬을 외국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시간문제다. 5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 연출, 프로듀서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그것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오재익 연출가 - 뮤지컬 ‘늑대의 유혹’
지금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과도기다. 우리나라의 첫 ‘뮤지컬 춘추전국시대’라고 할까. 요즘은 연극도 춤추고 노래하는 작품이 많다. 한국 뮤지컬의 수준도 세계적으로 자부할 정도는 아니지만 떨어지지도 않는다. 한국 창작뮤지컬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창작 작품에 대한 지원이 아쉽다.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말하자면 열려 있는 듯하지만 닫혀 있다. 힘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먹는 ‘게임’ 같다. 뮤지컬 시장이 활성화된 외국도 똑같이 이런 과정을 걸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더 나은 시스템 만들어질 것이다.

배우 이은형 -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연극 ‘옥탑방 고양이’
아무래도 좋은 작품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했던 뮤지컬 작품이 한국 창작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였다. 작품을 하면서도 정말 좋았다. 관객도 한국의 정서에 잘 맞는 작품이라 수년째 계속 사랑받고 있다. 뮤지컬 ‘영웅’이나 ‘서편제’와 같이 한국인의 한과 정서를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작품들이 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창작뮤지컬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관객이 많아질 것이다. 먼 훗날 한국 창작뮤지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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