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객석을 떠날 때 공연에 대한 저마다의 감동을 느낀다. 각자가 생각하는 명장면도 다르다. 그렇다면 공연을 직접 만든 연출가와 배우는 자신의 무대에 대해 어떤 감상을 가지고 있을까. 애정이 담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감상은 일반 관객,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을 것이다. 현재 활발하게 작품 활동 중인 연출가와 배우들에게 자신의 작품 속 명장면은 무엇인지 물었다.

김민정 연출가,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모리츠가 죽음으로 가는 대목, 가장 멋져“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공연이다. 매혹적인 수많은 장면들이 있다. ‘Totally Fucked’이나 모리츠와 일세의 ‘Don’t Do Sadness/Blue Wind’, 소년들의 ‘Bitch of Living’,, 찬란하게 빛나는 ‘Touch Me’, 슬픔 그 자체만을 남긴 ‘Left Behind’, 차가운 공포감의 ‘Mirror-Blue Night’ 넘버들은 화산의 마그마가 분출하는 듯하다. 구성으로는 Don’t Do Sadness/Blue Wind->모리츠의 죽음->Left Behind->모리츠 죽음의 주범으로 몰린 멜키어->Totally Fucked 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명장면이다. 장면과 넘버가 서로를 정확하게 이끌어주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연극 ‘내 이름은 김삼순’, 정세혁 연출가
“엔딩에서 남주인공이 피아노 칠 때”
연극 ‘내 이름은 김삼순’의 명장면은 도영이 피아노를 치는 부분이다. 드라마에서는 진원이라는 이름이었지만 원작에서는 이름이 도영이다. 드라마와는 다르게 우리 연극에서는 피아노 치는 장면이 엔딩을 장식한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삼순과 도영의 키스씬이 명장면이다. 삼순이 술김에 도영을 덮치는 장면이 재밌다. 그리고 드라마와 다르게 연극만이 줄 수 있는 재미가 크다. 멀티맨과 멀티걸이 극에 다양한 변화를 준다.

박인선 연출가, 뮤지컬 ‘스페셜 레터’
“백미는 ‘군대스리가’,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
연출이라 한 장면 한 장면 다 아낀다. 백미는 ‘군대스리가’ 장면이다. 군대에서 하는 축구 경기 이야기다. 과격한 안무와 축구를 섞었다. 작품의 가장 중간에 있는 장면이다. 이 부분을 관객이 가장 재밌어 하고, 나도 마음에 든다.

김수용 배우, 뮤지컬 ‘환상의 커플’
“버스정류장, 장철수가 나상실에게 노래할 때”
‘장철수’가 혼자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다. ‘나상실’과 ‘장철수’가 티격태격하다가 상실이 삐져서 집을 잠시 나간다. 그 때 버스정류장에 있는 상실을 보고 노래하는 장면이 있다. 장철수가 ‘왜 나상실을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너의 곁에 항상 함께 있겠다’는 내용인데 그 장면이 가장 좋다. 

박은태 배우, 뮤지컬 ‘모차르트!’
“죽기 전 모차르트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
초연에서 1막의 피날레 장면을 좋아했다. 올해는 OST에 수록되지 않은 넘버가 많이 와 닿았다. 모차르트가 죽기 전에 피아노 앞에서 짧은 노래를 하나 부른다. "왕자는 왕이 되었다네. 황금별도 주웠다네. 허나 마지막 이 순간에 뭐가 남았을까"라는 가사의 짧은 곡이다.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다.

방은미 연출가, 연극 ‘그대의 봄’
“안중근 의사, 독립될 때까지 술 끊겠다고 말할 때”
자서전에 나오는 안중근 의사의 글이 있다. ‘술 마시는 것, 노래하고 춤추는 것, 좋은 벗 사귀는 것, 말 타고 사냥하는 것을 좋아 한다’는 대사를 좋아한다. 안중근 의사는 술 마시기를 좋아했지만 독립이 될 때까지 술을 끊겠다고 결심하셨다. 독립이 되면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마시겠다 하셨다. 독립의지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은형 배우, 연극 ‘옥탑방 고양이’
“정은의 아버지가 정은에게 쌈짓돈 쥐어줄 때, 뭉클하다”
내가 나오는 장면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정은의 아버지’가 ‘정은’에게 쌈짓돈을 쥐어주는 부분이다. 나도 요즘 흔히들 말하는 ‘88만원세대’다. 이 세대가 겪는 현 시대상의 아버지와 젊은이들을 보는 것 같다. 뭉클해진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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