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국제뮤지컬워크숍’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극작가이자 작곡가인 ‘라키우사’를 만났다. 마이클 존 라키우사(이하 라키우사)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작곡가이자 극작가다. 미국에서는 ‘스티븐 손드하임’을 가장 정통적으로 계승하는 작가로 평가하고 있다. 다작을 하기로 유명한 그가 현재 진행하는 주요 작품만 해도 세 개다. 그는 장난스러운 한숨으로 “세 가지 작품 외에도 진행 중인 작품이 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난 그는 NYU의 독설가라고 소문난 것과는 다르게 다정하고 친근했다.

“내 작품 평가할 시간에 작품 하나 더 쓴다”

라키우사는 우선 자신이 답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구분 지었다. ‘자신의 음악적 특징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내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타임지나 관객들, 비평가들이 해 줄 부분이다. 나 자신의 음악을 평가할 시간에 다른 작품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 답했다.

라키우사는 현재 몇 가지 작품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그가 가장 먼저 공연하게 될 작품은 뮤지컬 ‘퀸 오브 더 미스트’라는 공연이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처음으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간 사람의 이야기다”고 말했다. 덧붙여 “‘자이언트’라는 뮤지컬도 진행 중이다. 이 작품은 소설과 영화로도 다뤄졌다. 25년 동안의 연대기를 다룬 대형 뮤지컬이다. ‘오일’, ‘텍사스의 소떼’ 등 전형적 미국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인물답게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에서 작업을 요청받아 진행 중이다. 라키우사는 ‘또’라는 말을 덧붙이곤 장난스러운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 외에도 있지만 이 세 가지가 지금 가장 주요한 작품들이다”며 웃었다.

라키우사는 유독 혼자 작곡, 작사, 대본을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혼자서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나도 다른 사람들과도 작업한다. 현재 진행 중인 ‘자이언트’는 뮤지컬 ‘베이비’의 극작가인 시빌 피어슨과 작업 중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나에겐 세 가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적합한 협업자를 만나기 힘들 때는 혼자 하기도 한다. 때때로는 혼자 하는 게 빠르기도 하다(웃음)”며 어깨를 으쓱했다. “세 가지를 한 번에 하는 작품도 어차피 연출과 협업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작업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적합한 사람이 없을 때 그렇게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뮤지컬, 좋은 이야기를 다양한 음악을 통해 담는 것”

라키우사에게 뮤지컬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지 물었다. 그는 “정해진 방향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만 좋은 이야기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좋은 이야깃거리를 다양한 음악을 통해서 담는 것이 뮤지컬인 것 같다”고 전했다.

라키우사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정통 후계자라는 말에 대해서도 “뮤지컬을 쓰고 만드는 사람은 ‘스티븐 손드하임’에게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나 혼자만 ‘스티븐 손드하임’의 후계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후계자라는 애칭은 계속 후세에 전달돼야 한다.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티븐 손드하임’이 만든 가사나 작법이나 정교하게 세공된 작품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유달리 많은 작품을 하는 그에게 특별하게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냐고 물었다. “모두 다 좋아한다. 심지어 내가 생각하기에도 못 썼다는 생각이 드는 곡도 있다. 그 곡조차도 좋아한다. 그 곡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가장 최근에 하고 있는 작품을 사랑한다고 답한다. 가장 최근에 하고 있는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지금은 그게 ‘자이언트’다. 지금 나의 모든 생각과 감정과 사랑이 들어간 작품이다”고 말했다.

라키우사는 브로드웨이에 회의적이다. 그에게 브로드웨이 동향과 작품에 묻자 불편해했다. 그는 “브로드웨이에 대해서는 생각이 복합적이다. 브로드웨이는 돈이 최우선인 곳이다. 흥미로운 작품도 있고, 잘 해나가는 창작자도 있다. 그에 반해 바보 같을 정도로 이상한 작품도 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오프브로드웨이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프브로드웨이는 중요한 작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 뮤지컬계의 토양이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잘 돼서 브로드웨이에 가는 것은 의문이 든다. 그래도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뮤지컬, 정말 모르겠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정통 후계자, 모든 음악을 흡수하는 ‘잡종’ 등의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뮤지컬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라키우사는 뮤지컬에 대해 “정말 모르겠다. 뮤지컬이란 것을 정의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뮤지컬 정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경우는 ‘뮤지컬 공연장에서 하면 뮤지컬이고, 오페라 공연장에서 하면 오페라다’고 말했다. 빌 바컴의 경우는 ‘좋으면 그만이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으로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먼저 오페라적인 음악을 들 수 있다. 발레나 재즈 같은 움직임도 있다. 이야기 구성이 필요하고 가사도 잘 조화를 이뤄야 한다. 어떤 작품은 때때로 음악이, 혹은 춤이 부족할 수도 있다. 뮤지컬은 이 모든 요소가 잘 섞여야 한다”고 말했다.

라키우사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겸손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이날 미국에서 현재 가장 바쁘다는 극작가에게 NYU의 독설가로서의 면모는 보이지 않았다. 빡빡한 일정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도 기자를 배려하며 친절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미국 뮤지컬계에서 활약하는 ‘마이클 존 라키우사’의 작품들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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